대화가 되는 활동가_임영국 회원,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

by 센터 posted Oct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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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국 회원

 

격월간 《비정규노동》 151호 인터뷰이는 임영국 회원이다. 현재 그는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노조)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장승배기역 근처 화섬노조 사무실을 방문했다. 걸어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그는 업무 때문에 분주했다. 최근 SPC 노조 탄압 문제로 현안이 쌓인 상태였다. 인터뷰 도중에도 전화가 여러 번 왔다.

그와는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타투공대위)’에서 서너 번 만난 적 있었다. 그때마다 어떤 계기로 타투가, 덧붙여 언론을 통해 자주 만난 파리바게트 및 IT가 화섬노조에 둥지를 틀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이번 기회에 물어봤다.

 

학생운동에서 화섬노조까지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노동운동에 투신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제적되고 구로에서 공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릇, 주전자 등을 만드는 곳이었다. 그러다가 여러 사정이 겹쳐 인천으로 활동 장소를 옮겼다. 한 친구가 노조를 만들고 투쟁하다가 해고를 당했는데, 그 친구가 다니던 회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노조 간부로 있다가 1991년에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해고를 당했다. 그 뒤 전노협을 거쳐 민주노총에서 활동하게 됐다. 화섬노조에서는 정책과 교육 일을 맡았다. 지금은 임원으로 출마해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하 비정규센터)와는 인연이 깊다. 그가 잘 아는 화섬노조 출신 활동가가 비정규센터에 적을 둔 바 있고,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연구, 공제회 사업,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 중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라는 긴 이름Ⅰ

 

화섬노조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화학, 섬유, 식품, IT 등 다양한 업종이 모여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화섬노조에 이르게 되었는지 물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조들이 산업별로 모여 출범한 중앙조직이다. 제조업으로 따지자면 금속, 화학과 섬유가 있었다. 초기에는 여기서 더 세분화할 만큼 조직 규모가 크지 않았다. 그러다가 화학과 섬유가 통합했다. 화학은 어디까지고 섬유는 어디까지라는 고민이 들었다. 이때 금속 쪽을 제외하고는 다 받는다는 기조가 생겼다. 조직을 키워나가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한 것이다.

금속 외의 업종을 다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조 구성이 다양해졌다. 화섬노조의 ‘화학’은 화학 물질을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까지 포괄한다. 고무, 플라스틱, 유리 등이 해당한다. 이외에 목재, 식품 등도 화섬노조에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라는 긴 이름 Ⅱ

 

2017년에 파리바게트 불법파견 사건이 터졌다. 다른 식품 업체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문제가 드러나 여론의 관심을 받아도 노동조합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화섬노조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파리바게트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함께해보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화섬노조에 파리바게트지회가 생겼다.

파리바게트지회의 젊은 조합원들은 왜 자신들이 화학 혹은 섬유에 속하는지 의아해했다. 그러면서 화섬노조 이름에 ‘식품’이 추가됐다. 사실 파리바게트지회가 들어오기 전에도 화섬노조에는 해태제과, OB맥주, 풀무원 등 식품 쪽이 많았다. 조합원 수로 보면 거의 1/3가량이고, 주로 생산직이 아닌 영업직 중심이었다. 현재 두 번째로 조합원이 많은 IT 쪽은 사무직 중심이니 화섬노조는 업종뿐만 아니라 직종도 다양한 셈이다.

 

파리바게트 조직 사례는 IT 쪽을 화섬노조로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됐다. 제빵사들은 여러 매장에 흩어져 주로 홀로 일한다. 그렇기에 이들을 노조로 모은다는 건 쉽지 않다. 비록 불법파견 이슈가 있었고, 국회의원이 함께 나서주었지만 말이다. IT 노동자들 역시 이와 비슷하다. 한 건물에 여러 사람이 함께 있다고 해도 업무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이상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네이버 노조를 주도했던 이들은 비슷한 조건의 파리바게트 노동자들이 조직화에 성공한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게다가 두 노조는 젊은 세대가 주축인 것도 비슷하니 더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타투유니온지회 역시 비슷한 이유로 화섬노조를 선택했다. 산업적 연관성은 적지만, 젊은 조합원이 많기에 정서상 맞을 거라고 봤다.

 

대화가 되는 조직

 

그는 IT 신규노조를 조직할 때 네이버 지회장에게 강연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지회장은 강연 말미에 화섬노조를 “대화가 되는 조직”이라고 했다. 그는 그 말이 굉장히 고마웠다고 한다. 젊은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회장의 말은 큰 힘이 됐다. 그는 소통할 때 말하기보다는 질문하고 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리바게트 불법파견 사건 당시, 임종린 지회장을 비롯해 투쟁을 주도했던 이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파리바게트 관련 단독 보도와 인터뷰를 했던 어느 기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기자는 대부분 20~30대인 파리바게트 노동자들과 그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순간, 그는 머리가 띵해졌다. 그가 만나기로 한 이들은 제조업에 몸담은 그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지금껏 해왔던 대로 노조하자고 권유할 게 아니라, 상대가 처한 상황과 상대의 관심을 묻고 이야기를 많이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태도가 젊은 세대 조합원들과 대화가 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기대하며

 

화섬노조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산별 노조 전환이다. 2022년 2월까지 연맹을 해산하고 산별 노조로 전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2002년 대의원 대회에서 결의해 추진했으니 20년 가까이 흘렀다. 현재 기업별 노조인 곳은 15개 조직이고 조합원은 1만 명 정도 된다. 주로 LG화학과 그 계열사들이다.

그는 기업별 노조보다는 산별 노조가 노동조합의 취지와 목적에 가깝다고 봤다. 노동자들이 더 크게 단결할 수 있고, 특정 기업 노동자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고르게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별 노조를 지향함에 따른 고민거리도 있다. 산별 교섭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덩치를 충분히 키워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화섬노조에 다양한 업종이 섞여 있다 보니 산별 교섭을 한다면 어떤 전략과 의제를 가져야 할지 그리기 힘들다. 현재 화섬노조는 관련 연구를 의뢰해 산별 노조 전환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배병길 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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