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복지학자, 오건호

by 센터 posted Apr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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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난리다. 세계적 재난 앞에 모두가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의 역할이 커진다. 방역·검역·치료, 각종 물자 보급, 경기 부양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복지도 빠질 수 없다. 전염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의 삶에 침투하지만, 그 세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보다 세심한 사회적 안전망이 요구되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그리고 21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 오건호 회원을 만났다. 복지 전문가인 그는 작금의 혼란한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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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배운 복지

오건호 회원은 2012년 8월에 출범한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이하 내만복) 공동운영위원장이다. 복지 관련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기도 한다. 복지 전문가지만 학교에서 복지를 전공한 건 아니다. 노동을 주제로 대학원 논문을 썼다. 
그는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복지를 배우기 시작했다. 2001년 민주노총 정책실에서 복지 분야 업무를 담당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노동자와 관련된 복지, 특히 4대 보험 연구를 많이 맡았다. 그 뒤 국회의원 보좌관, 민주노동당 국회전문위원,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등을 거치면서 내공을 쌓았다. 그는 “나는 복지학자가 아니다. 현장의 쟁점을 다루면서 복지 제도를 이해하고 배웠다.”고 말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자

그는 대한민국에서 복지 관련 이슈가 가장 뜨거웠던 해를 2012년이라고 기억했다. 2010년 무상급식 논란이 생겼다. 그 후로 보편복지,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수많은 쟁점이 불거졌다. 그 결과 2012년에 있었던 총선과 대선에서 복지 이슈가 터져 나왔다. 
복지에도 여러 노선이 있다. 크게 보면 진보와 보수, 보편복지와 선별복지로 나뉘고, 진보 진영 내에서도 국민연금·건강보험 개혁, 재원 마련 방안 등에 있어서 여러 입장으로 갈린다. 2012년 당시에는 복지를 늘리자는 포괄적인 요구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막 논의가 시작된 때였다. 그는 “복지 관련 주요 의제에 우리의 분명한 노선을 가지고, 그 입장에 동의하는 시민들을 모아 그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내만복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내만복의 지난 8년

내만복의 지난 8년을 돌아보면서 두 가지 성과를 떠올렸다. 첫 번째는 어린이 병원비 국가 책임이다. 내만복은 어린이 병원비만큼은 국가가 책임지자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 결과 문재인 케어에 일부 반영됐다. 성남시의 경우 어린이 병원비 보장 사업을 하고 있고, 몇몇 지자체에서 성남시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운동도 성과 중 하나다. 2019년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노인에게 월 10만 원 추가 지원하는 예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현재 기초연금과 생계급여를 동시에 받는 노인은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만큼 금액이 삭감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회 문턱을 완전히 넘지는 못했다.
물론 한계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풀뿌리 시민운동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설명회, 거리 서명전, 시민 교육 등 여러 활동을 했지만,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복지나 세금에 관한 논의를 꺼렸다. 그리고 시민이라는 조직 대상이 너무 막연했다. 그 결과 제한된 사업 역량을 집중시키기 어려웠다. 그는 “조직 대상이 5천만 국민이니···.”라며 아쉬움을 비췄다.
내만복은 의제 중심 활동과 연대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한계를 극복하는 중이다. 의제를 기획하고 그 중심으로 활동하면 사업 대상을 특정할 수 있다. 동시에 연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내만복의 부족한 조직 역량을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초연금보장연대’,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 ‘사회복지세도입을위한시민모임’ 등이 그 예다. 

선별복지와 보편복지의 조화

21대 총선을 앞두고 내만복은 복지공약 제안을 15호까지 발표했다. 주치의 제도 도입, 건강보험 국고지원 이행, 기초연금 확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통합,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 전월세 상한제 실시, 계속 주거권 보장, 사회복지세 도입 등 폭넓은 의제를 다뤘다. 주로 취약계층의 복지 강화에 집중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보편복지만으로는 취약계층 복지를 강화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선별복지와 보편복지의 조화가 진정한 보편복지다. 보편복지만을 외치다 보면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가 방치될 수 있다. 하나의 보편복지 제도로 복지 제도를 단일화해서는 안 된다. 하위 계층에 지급되는 복지를 선별복지라고 비난하다 보면 취약계층 복지에 소극적이게 되는 것이다.” 그는 국민연금을 예로 들었다. 내만복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강화 노선에 반대한다. 재원 마련 문제가 있고, 취약계층은 국민연금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기초연금을 인상해서 국민연금의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함께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노동복지도 비슷하다.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넓혀 최대한 많은 노동자를 사회안전망 속에 품어야 한다. 그럼에도 특수고용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구직자 등 사각지대는 생기기 마련이다. 이들에게는 실업부조를 지급하여 고용보험의 공백을 메꿔야 한다. 이 역시 여러 복지 제도의 조화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까지 봐야 한다

그는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많은 편이 아니기에 충분히 재정 여력이 있다고 봤다. 특히 특수고용 비정규직, 휴업업체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사회안전망 밖으로 내몰린 이들에게 긴급한 생계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슈가 된 기본소득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모든 도민에게 일률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경기도식이 아니라, 중위 소득 100%를 기준으로 선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아무래도 하위 계층이 느끼는 재난 강도가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지원금을 주면 하위 계층 몫이 줄어든다. 그래서 하위 계층에게 더 많은 지원금이 돌아갈 수 있는 선별 방식을 선호한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비하여 그린뉴딜에 투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장은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걸맞은 신산업을 육성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내만복

인터뷰 말미에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하 센터)와의 인연을 짧게 언급했다. 2001년 민주노총에서 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센터와 접촉할 일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꽤 있었다. 예전보다는 뜸하지만, 여전히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센터가 속한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이하 한비네)와 공동사업을 희망하기도 했다. 내만복은 서울노동권익센터와 함께 불안정한 노동자를 위한 노동복지 프로그램을 기획한 바 있다. 아쉽게도 뜻대로 잘되지는 않았다. 현재 산업구조 변화로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불안정 노동자가 대거 양산되고 있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살려 한비네와 함께 짜임새 있는 노동복지 체계를 설계하길 원했다.

배병길 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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