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현장] 백화점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모두를 위해

by 센터 posted Jan 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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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모두를 위해

 

안무늬 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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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진행된 백화점·면세점 원청 7개 사 교섭거부·해태 구제신청 접수 기자회견

 

화장품브랜드 최조 노조 설립

백화점 1층에는 청결한 근무환경과 깔끔하고 세련된 복장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화장품 판매노동자들이 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화장품 판매노동자들은 많은 사람에겐 어쩌면 괜찮은 회사원으로만 인식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그들의 노동강도는 이러한 생각을 바꿔준다. 지금은 백화점 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하 백화점면세점노조’)의 투쟁으로 많은 곳에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생겼지만 하루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근무환경과 법으로 보장된 쉬는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하는 근무환경 때문에 그들은 마치 물 밑에서 쉼 없이 물갈퀴를 움직이는 백조로 비유되곤 한다.

2004년 샤넬코리아는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였다. 화장품업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노동조합이다 보니 그 기반은 약했다. 초대 위원장이 결국은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고 차기 위원장을 할 인물이 안 나왔다. 힘들게 만든 노동조합이 인물이 없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때 자원하여 다시 노동조합을 바로 세운 사람이 바로 김소연 위원장이다. 이후 김 위원장은 상급단체 없이 활동하던 샤넬코리아노동조합을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입시키고 노동조합의 체계를 만들어 나갔다.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감정노동

근무시간 내내 서서 일하는 것,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도 백화점은 감정노동이 매우 심한 곳이라는 특성이 있다. 지금은 감정노동이 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단어이지만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생소한 단어였다. 김소연 위원장이 그때의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의 하나로 백화점에서 쇼핑백을 유상판매하던 때이다. 정부에서는 백화점에서 사용하는 쇼핑백에 대하여 100원을 받으라고 지침을 내렸고 모든 백화점은 이를 지킬 수밖에 없었던 때이다. “하루는 어느 남자 고객이 화장품을 잔뜩 샀어요. 동료 직원은 정부 지침대로, 백화점이 시키는 대로 쇼핑백은 100원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죠. 그랬더니 그 고객이 갑자기 돌변하여 나한테 지금 쇼핑백값 100원을 받겠다는 거야?’라고 소리치는 거예요. 그래서 동료 직원이 죄송합니다. 규정상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라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동전 100원을 바닥에 던지며 100이러는 거예요.”

김소연 위원장은 응대하던 고객이 유리병으로 된 파운데이션을 바닥에 던진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이런 일이 생기면 매장의 직원들은 백화점 담당자에게 보고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보안실에 연락하여 보안요원을 매장에 배치해 달라고 요청한다. 누구라도 다칠 수 있는 상황에서 결국 현장은 누군가 도와줄 사람을 불러야 한다.

하지만 고객이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한 상품에 대해 막무가내로 교환, 환불을 요구하고 폭언 등을 행사할 때 백화점 관리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그 요구가 잘못된 요구라고 하더라도 판매노동자에게 사과를 지시하고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한다. 결국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감정노동을 오롯이 받아안는 것은 판매노동자의 몫이고 이러한 잘못된 관행으로 인하여 노동자는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백화점면세점에서 일하는 판매노동자의 70~80%는 협력업체 소속이다. 협력업체 노동자를 고용한 회사는 이고, 백화점면세점이 이 되는 것이다.

백화점면세점의 일방적인 영업 정책은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기본 편의시설은 백화점 면세점의 시설이므로 백화점과 면세점의 의도에 따라 바뀌곤 한다.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 관리자와 근무지인 백화점이나 면세점의 관리자 둘에게 업무지시를 받는다. 이러한 업무지시는 근무시간 외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중적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통제는 양쪽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보호는 어느 쪽에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객응대노동자가 입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41조는 사업주의 예방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법은 백화점면세점 판매노동자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협력업체 노동자의 법적 사업주는 문제 상황 발생 시 노동자를 즉시 제대로 도와줄 수 없는 문제에 더해, 문제 상황이 벌어지는 근무지(백화점, 면세점)의 사업주는 노동자를 도와줄 책임 자체가 없다고 외면한다. 노동자를 향한 권한 행사에는 두 회사 모두 적극적이지만, 그들을 보호할 책임에 있어서는 둘 다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개선의 주체로서 나서지 않고 있다.

 

입점업체의 권한 없음을 확인하다

백화점면세점노조는 현장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노조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입점업체와 올해 임금·단체교섭을 하다가 6월 말부터 8월까지 쟁의에 들어갔다. 요구는 1회 정기휴점’, ‘, , 일 연장영업 폐지’, ‘백화점 사용자도 교섭에 나올 것’, ‘감정노동자 적극 보호였다. 이를 위하여 백화점과 면세점에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백화점과 면세점은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 소속 회사는 소속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는 있지만 권한이 없다고 교섭에서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권한은 백화점에 있다는 것을 협약서로 확인받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협약서에 사인을 했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까지 백화점, 면세점이 주장하던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고 권한이 없다. 직접 사용자는 다 협력업체들이고, 업체 권한이라 백화점은 침해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얘기해 온 백화점 측의 주장에 의문을 갖게 만드는 협약서가 체결되었기 때문이다. 이 협약서가 백화점면세점의 공동휴식문화 조성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협약서이다.

백화점면세점노조는 이 협약서를 기반으로 신세계면세점,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JDC 제주 공항면세점,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구제신청이 받아들여 지면 백화점·면세점 노동자의 기본적 근무조건과 근무환경에 대하여 교섭할 수 있게 된다.

 

노조 가입을 주저하는 비정규직 판매노동자들에게

백화점면세점노조가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 노조로 전환한 것은 기업별노조의 한계점을 넘어서기 위함도 있지만 결국에는 백화점과 면세점이라는 그 근무지 업장의 특성에 갇혀 있는 열악한 노동 조건과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뜻 있는 다짐이었고 결의였다고 한다. 현재 정규직인 조합원들은 끊임없이 역할을 하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백화점면세점노조의 이러한 활동은 궁극적으로 대다수의 비정규직 또는 미조직 노동자들도 이롭게 하기 위한 활동이다.

결국 산업별노동조합이 가지고 가야 할 산업의 공통적 노동조건에 대하여 물음을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산별노조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화점면세점노조는 2023년 교섭을 통하여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산업의 의제를 사회화하는 그 중심에서의 역할을 자랑스럽게 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활동하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백화점면세점노조는 그게 미조직이건 비정규직이건 할 것 없이 그 백화점, 면세점이라는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 누구나를 위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에는 산별노조는 비정규직의 처우개선만 아니라 동종산업의 모든 노동자가 비슷한 근로조건에서 일자리의 양극화를 겪지 않는 노동조건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김소연 위원장은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의 여러 가지 활동이 위로되면 좋겠고, 우리 노조도 더욱 힘을 낼 테니 함께 용기 내서 손잡아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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