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연대] 당신의 연대는 안녕하십니까?: 2023 솔라시 포럼에 초대합니다

by 센터 posted Sep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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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시 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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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활동가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연대 투쟁 소식이 올라온다. 수없이 많은 대책위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슈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이런 단톡방은 알림을 꺼놓기 일쑤다. 그러나 천천히 살펴보면 이 가운데 어느 하나 절실하지 않은 것이 없다.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갈등이 일어나는 시대에, 연대란 그만큼 소중해졌지만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활동가의 입장에서는 수없이 쏟아지는 연대의 요청을 외면하기도, 모든 것에 응답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적절한 외면과 놀라울 정도의 효율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유사한 부문으로 연대의 폭이 좁히고 깊이를 더하거나, 범위를 넓히는 대신 깊이를 포기하기도 한다. 좁고 깊은 연대와 넓고 얕은 연대 속에 우리의 활동은 점차 여유를 잃고 회의만 난무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역할 분담도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부문과 영역을 초월하는 연대는 주로 직급이 있는 활동가가, 영역 내 의제 관련 활동은 실무 활동가가 담당하게 된다. 이렇게 세대마다 다른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는 하나의 단체 내에서도 점차 본연의 의제를 넘어서는 공동의 지향과 목표를 찾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대의 언어가 넘쳐나지만, 어쩌면 우리는 고립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나의 시대가 끝났는데 새로운 시대는 오지 않았다는 진단은 이제 지겨울 지경이다. 그러나 그것만큼 오늘의 상황을 표현하는 말도 없다. 우리의 활동과 목표를 규정하던 시대는 빠르게 변해가고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할 새로운 시대의 합의는 무르익지 않았다. 이 지나치게 긴 과도기에 다양한 주장과 생각의 대립, 가치관의 충돌, 활동의 파편화가 뒤따르는 건 자연스럽다.

연대 또한 마찬가지다. 연대란 이질적인 단체나 개인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형성하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망이다. 거시적 전망이 모호하니 사안적, 일시적 연대만 가능할 뿐이다. 그렇다고 좀 더 장기적 전망을 마련하기 위한 논쟁과 소통이 활발한 것도 아니다. 이전의 시대가 견고한 이데올로기 구조에 따라 소통 없는 편 가르기에 익숙했다면, 그 이데올로기가 약화한 오늘에도 관성은 남아 있다. 제각각의 비전과 목표, 서로에 대한 선입견은 소통의 효용성을 갉아 먹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대화의 동기 없이 진행되는 말의 교환은 통하지 않는다는 자조로 끝나게 마련이다. 오늘, 우리의 연대는 안녕한가?

 

연대를 위한 조건

전환의 키워드가 넘쳐나지만, 진척은커녕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나의 단체 내에서도 세대 간의 문화차이를 좁히기 힘든 와중에, 단체와 부문을 넘어 어떤 공통점을, 어떤 공동의 목표를 찾는단 말인가?

그러나 성찰해보면, 우리는 대화와 소통을 이야기하기 전에, 연대를 이야기 하기 전에, 그 조건이라도 마련되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에게 서로 다른 영역과 부문, 서로 다른 생각들이 교통하는 공간이 존재했던가? 낯섦과 마주할 기회가 얼마나 자주 있던가?

 

솔라시 Solidarity of Labor and Civic society 포럼은 이런 배경에서 기획되었다. 새로운 연대의 방향과 목표를 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들이 오고 갈 수 있는 공통의 공간, 공동의 계기를 함께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돌아보면, 2002 년부터 2011년까지 진보적 학계와 노동계, 시민사회가 함께 그해의 이슈를 토론하고 논쟁하는 한국사회포럼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총선과 대선으로 빨려 들어가던 2012년부터 중단된 후, 2018년 한 차례 부활이 시도했지만 정례화하는 데 실패했다.

 

한국사회포럼은 애초 사회 활동가들을 공동으로 훈련하고 교육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지만, 점차 사회운동의 방향과 노선을 둘러싼 논쟁으로 격화되었다. 물론 노동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위한 많은 포럼, 대회가 있지만 아직 부문별 경계를 넘지 않고 있거나 소수의 활동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솔라시 기획은 그보다는 부드럽고 넓다. 이성적이고 논쟁적인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연대의 감성을 매개로 다양한 부문과 영역이 서로 교통하며 친밀한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는 문화적 계기를 만들려는 시도다.

 

물론 문화적 계기가 문화공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영역과 부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한 공간에서 어울릴 기회를 만들고, 서로의 낯섦을 경계의 눈빛이 아니라 호기심으로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래서 솔라시 포럼 특성은 아주 기발하고 독창적인 프로그램이나 특출난 강연, 논쟁적인 토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의 차이에 있다. 솔라시 기획이 아니었다면 만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이 조우할 수 있는 공간. 이것을 만드는 것이 솔라시 포럼의 의도이자 더 넓고 깊은 연대의 조건이라 믿는다.

 

23일의 솔라시 포럼, 안녕한 연대를 위해

그렇다고 23일 동안 서로의 초롱초롱한 눈빛만 쳐다보며 보내자는 것은 아니다. 솔라시 포럼의 내용은 참가자들이 채운다. 알고 있다. 이런 말처럼 무책임하거나 모호하고 추상적인 것이 없다는 것을. 그러나 사실이다. 솔라시 포럼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공동의 공간, 공통의 무대를 만드는 것일 뿐, 솔라시 자체가 무대의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물론 첫 포럼이 열리는 올해에는 조직위원회 차원의 여러 기획과 준비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솔라시가 매년 열리는 사회 활동가들의 교류와 연대의 무대로 자리 잡게 된다면, 조직위나 추진단은 장소를 배정하고 편의 시설을 마련하는 것 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실체와 방향에 대한 합의가 무르익지 않은 올해는 새로운 만남의 호기심만 가지고 참여해도 무방하다. 약간은 허술하고 내용이 꽉 차 있지 않아도 그것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테고, 거기에서부터 출발하면 되니까.

 

올해 제1회가 되는 솔라시 포럼은 921()부터 23()까지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다. 아직 연결되지 못한 노동이, 의제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운동이, 관성적 균열에 따라 따로 섰던 우리가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만남을 시도하는 첫해다. 참여자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여러 개의 작은 이야기 모임, 쉼과 재충전을 위한 운동회, 참가자들이 직접 주관하는 토론 세션, 활동과 문화를 즐기는 솔라시의 밤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다.

 

솔직히, 처음 시도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솔라시가 잼버리 꼴이 될까봐 악몽까지 꾸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건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무엇보다 참여다. 미루지 마시라. 곧 마감이다. (솔라시 참여 신청 bit.ly/2023솔라시참여)

 

손우정 솔라시 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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