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현장] 그래서 우리는 투쟁을 시작했다

by 센터 posted Sep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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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현장] 그래서 우리는 투쟁을 시작했다

 

장도국 빛고을 요양병원 임금·퇴직금 체불 사건 해결을 위한 ‘간호선수단’ 응원단장·배우

 

우연이 아니다. 삶의 모든 순간에는 그 순간을 만든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노동 현장에서의 사건, 사고 역시 그 순간을 만든 이유를 점검해야만 한다신조차도 어찌할 수 없어 보이는 불가항력적 사고라 믿었던 일들도 대부분이 인재(人災)였다.” _ 응원단장 장도국

 

 

작년 10월부터 20238월 현재까지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했던 간호조무사와 간호사에 대한 사업주의 임금·퇴직금 체불(체불액 6천여만 원) 사건 공론화가 진행 중입니다. 사업주들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확인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수사와 별도로 대한법률 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임금·퇴직금 청구 민사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최초의 엘리암 요양병원의 물적·인적 조직 일체를 포괄 승계받은 영업양수인 사업주 A (새로운 효자 요양병원)는 양도인과 노동자 간 체결했던 근로계약에 따라 형성된 종전 근로조건에 대하여 사용자로서 의무를 갖게 되었지만 자신의 부채 문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핑계로 의료인력에 대한 임금과 퇴직자에 대한 퇴직금을 정산해주지 않았습니다. 병원 인수 3개월여 만에 사업주 A 씨는 새로운 사업주 H(빛고을 요양병원)에게 영업양도를 하고, H가 운영 하는 ()빛고을 요양병원 한방과 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사업주 H 역시 현재 임금 및 퇴직금 체불 문제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에 송치되어 재판을 받더라도 임금 체불 벌금형은 통상 체불액의 약 10% 수준이며 실형 선고율은 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현행 의료법상 병원을 개원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인 의사들은 이러한 위법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을 받아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병원을 개원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새로운 효자 요양병원의 사업주 A 씨는 전에 운영했던 병원에서도 같은 문제를 일으켰고, 검찰에 기소되어 벌금형을 받은 전례도 있다고 합니다.

반성 없는 사업주들은 노동청의 시정 지시를 보란 듯이 무시하며 자신들은 임금·퇴직금을 줄 여력이 되지 않으니 노동자의 미지급 임금을 국가가 대신해서 지급해 주는 대지급금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으니 체불임금은 국가한테 받고, 자신들에 대한 고소 취하와 가압류 집행 해제를 부탁해오기도 했습니다.

1년 사이에 병원의 사업주가 세 차례나 바뀌었고, 방만한 운영과 법 위반 문제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지만 관심 가져주는 분들이 적어 문제를 알리고 해결 하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른 피해에 노출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임종기에 접어들어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노화에 따른 신체·정신적 기능 저하로 거동이 어렵고 장기적 돌봄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간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의료인력의 과도한 업무로 인한 육체적 피로, 부당한 처우, 갑질을 참고 견디는 상황에서 얻은 스트레스로 인한 화가 방향을 잃고 환자에게로 향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의료인력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감정노동 문제를 개선하는 일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내는 일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곱 분의 간호선수단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미지급 임금을 지급받았습니다. 지급 받은 대지급금에 만족하고 남은 돈은 없는 셈 쳐버려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을 텐데 돈 받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국가가 먼저 지급해 준 돈도 국민의 세금이기에 마음의 부채를 얻었다고 말합니다. 밤낮없이 3교대 근무를 하며 환자만 돌보던 일곱 분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인간의 존엄, 노동자의 권리, 노동법을 직접 배워가며 사건을 공론화하고 문제 해결을 해나가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노동청, 근로복지공단, 의료기관 평가인증원 등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려 노력하는 책임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노동법과 의료법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제재가 필요하고,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에 대한 관리와 근로 감독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광주에 있는 70여 곳의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_ 간호조무사 P

 

간호선수단의 간호조무사 P 씨가 지역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임금·퇴직금 체불 사업장에 대한 노동청의 특별 근로 감독 실시 및 근로 감독 강화 광주 내 70여 곳의 요양병원 보건 의료인력 노동환경 실태조사및 처우 개선 대책 마련 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의료법 개정 등) 근로복지공단의 연간 대지급금 지급액과 구상권 청구를 통한 환수액() 점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간호선수단이 겪은 문제를 악덕 사업주에 의한 몇몇 불운한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개인적 임금체불 문제로 인식하지만, 간호선수단의 공론화 과정과 요구 사항을 살펴보면 이들이 바라는 일은 단순히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것을 넘어 의료현장의 구조적 병폐를 해체시키기 위한 활동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작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해야 할 책임을 가진 사람들은 회피하는 일,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 하면 할수록 피곤한 일, 관심받기 어려운 일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갑질, 위법 행위 중 하나의 일이고 이들의 과정이 미흡하고, 미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평균 연령 60세의 간호조무사들과 30대 간호사는 자신들의 삶에서 가장 파격적인 순간이 지금이라고 합니다. 간호선수단의 용기와 실천에 응원과 연대가 생기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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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선수단이 노동법률학교에서 교육을 듣고 있다.

 

아픔의 굴레, 엄마 그리고 아들. 간호조무사와 예술인 권익 침해에 맞서다

예술 활동을 하는 배우가 간호선수단의 활동을 대신 전하고 있는 이유를 말하지 않고 글을 끝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2020년 광주시 산하 공공예 술기관에서 발생한 예술인 노동인권침해 문제를 공론화한 이후 3년째 무대 밖에서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무대에서 연기하던 일상이 기자회견, 1인 시위, 피케팅을 하는 일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야 아들아. 놈의 자식이 독립군이면 얼씨구 절씨구 어깨춤을 춤서 밥은 밥대로, 돈은 돈대로 내줘도 내 자식이 독립군이면 밤낮없이 맘 졸이다 속이다 썩어 문드러진다, “피켓을 갖다 버려버린다. 징헌 놈의 예술 그만저만 혀라, 공무원 시험 합격은 에듀윌이다하며 화를 내며 모난 돌이 되지 말고 방관하며 속 편히 세상을 살아갈 것을 당부하던 엄마가 앞서 말한 요양병원에서 일하셨던 간호조무사입니다. 그랬던 엄마가 같은 피해를 겪은 동료들과 자식에게는 하지 말라 당부했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쉬러 간다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들을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해도 이룰 수만 있다면···” _ 전태일 수기 중

 

2021년 전태일 열사 51주기 추모 공연에서 전태일 역할을 맡아 무대에 오른 아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 시대의 수많은 전태일의 아픔을 말하며 안전한 노동 현장 조성에 대한 목표를 가졌습니다. 엄마는 자신이 말리던 아들의 모습과 자신이 경험한 피해를 통해 안전한 의료현장 조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 글을 보시게 될 분들이라면 남 일 같지 않게 느끼실 것만 같습니다.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 기후재난, 피로와 분노로 채워진 사회에서 개인의 아픔이 우리 모두의 아픔이 될 수 있음을 모두가 경험하고 있습니다.

 

심신의 평안을 뒤로한 채 실체가 보이면 보이는 대로 보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대로 두려운 대상의 잘못을 밝혀내는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하루빨리 아픔의 굴레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응원 합니다. 무엇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연락처를 남겨놓습니다.

이메일 nanoom1st@gmail.com, 인스타그램 @jangdog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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