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연대] 너머서울, 2년의 기록

by 센터 posted Jun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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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히 주관적인 글입니다. 너머서울 활동에 대한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평가의 글이 아닙니다.

그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돌아보며 적었습니다.

 

 

너머서울, 2년의 기록

 

‘너머서울’은 2021년 초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주도로 구성됐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새로운 집행부가 지난 10여 년간 단절됐던 서울지역 연대운동을 다시 구축하자는 의지를 갖고 덤벼든 일이었다. 코로나19로 새롭게 등장하거나 더욱 심각해진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들에 함께 대응하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 너머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약칭 너머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시작부터 만만치는 않았다. 여러 운동 조직들에 연대기구 참여를 요청하고 간담회를 제안했다. 돌아온 반응은 확연히 다른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둘 다 오랫동안 서로 만나지 못했음을 실감하게 하는 것이었다. 하나는 “민주노총이 노동 외의 사회적 의제를 함께 이야기하자고 제안해주니 반갑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노동자·노동조합과 만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경우다. 다른 하나는 “왜 만나자는 것인지,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관심사는 물론 그것을 다루는 방식, 연대운동의 원칙에 대한 생각의 차이, 그리고 과거 연대활동 경험에서 받은 상처와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표현된 것이라 짐작한다. 제안 방식과 내용에 충분한 배려를 담지 못했던 탓일 수도 있다.
 

어쨌든 약 2개월간 다양한 사회운동 단체와 진보정당(서울시당)을 만났다. 자치구 단위 풀뿌리단체들과도 간담회를 가졌다. 많은 이들이 노동조합-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풀뿌리단체의 꾸준한 교류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함께 주목하고 다뤄야 할 의제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그 힘을 바탕으로 2021년 3월 너머서울을 발족했다. 단절의 역사 위에서 이루어진 조심스럽고 다소 모호한 출발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코로나19 재난 시기 노동자·민중의 삶을 지키기 위한 활동’이라는 역할 규정은 사전 간담회 등에서 형성한 공감대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활동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넓은 것이었다. ‘참여 단체들이 논의를 통해 의제를 선정하고 이슈화하자’는 방향은 의지를 갖고 논의를 이어가지 않으면 그냥 공허한 말로 끝날 수 있었다. 조심스럽고 끈기 있게 논의하면서, 준비되는 만큼 실천하기로 했다.그래서 너머서울의 초기 활동은 논의하며 서로 맞춰가는 데 집중됐다. 의제별로 정책팀을 구성하고 소속 단체들이 관심 있는 팀에 결합했다. 노동권, 공공의료, 주거권, 기후 위기, 공공교통 정책팀이 구성됐다. 노동권팀은 서울시 노동 정책에 대한 진단과 과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공공의료팀은 코로나19로 확연히 드러난 공공의료 인력·병원·병상 부족과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 후퇴 문제에 매달렸다. 주거권팀은 주거운동 단체들이 쌓아온 역량과 경험을 다른 조직들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기후 위기는 ‘서울지역 노동자 기후행동학교’를 기획해 진행했다.

 

각 의제별 논의 성과를 확인하고 공감대를 높이는 활동도 중요했다. 필요할 때마다 내부 워크숍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운동 영역들 간의 교류와 상호 침투가 이루어졌다. 기후 위기 대응 측면에서 제안된 친환경 리모델링이 세입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거나, 탄소배출 저감 대책이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생존권 문제로 연결되는 지점들을 확인하고 논의하는 식이었다. 논의 성과를 밖으로 드러내는 토론회도 이어졌다. 4월 공공의료를 시작으로 주거권, 필수노동자, 기후 위기와 교통, 서울시 노동 정책 등에 관한 토론회가 거의 매달 이어졌다. 노동조합과 지역사회 연대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집담회·간담회도 두세 달 간격으로 계속됐다.

 

2021년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은 의제별 과제와 요구를 집약하고 노동과 지역의 만남을 확대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기후 위기·주거권·공공의료·노동권을 주제로 하루씩 프로그램이 구성되는가 하면, 민주노총 서울본부 산하 6개 지역지부가 모두 지역사회단체, 진보정당 지역위원회 등과 간담회를 갖고 함께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 캠페인을 벌이는 ‘지역연대의 날’을 운영하기도 했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역량이 준비되는 의제부터 함께 실천했다. 특정 조직의 필요에 따라 다른 운동조직들을 동원하거나, 공감대가 무르익지 않은 의제를 섣불리 사업으로 들이미는 조급함을 경계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했다. 우리 내부의 공감대와 사회적 요구가 높은 공공의료부터 시작됐다. 7월에 처음으로 서울 전역에서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는 동시다발 1인시위를 전개했다.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지역위원회),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너머서울에 결합하고 있지 않은 지역단체들도 참여했다. 지역사회와 꾸준히 결합하기 위해 노력한 지역지부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10월에는 세계 주거의 날 공동행동을 전개했고, 11월 서울민중대회는 의제별 요구와 실천이 다시 한번 집약되는 공간이었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정책을 비롯한 서울 ‘지역’ 이슈도 시간이 갈수록 너머서울 활동에서 비중이 높아졌다. 처음에는 노동 정책이나 성소수자 혐오·차별 광고 철거 요구 등의 개별 사안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러다 2021년 하반기 오세훈 시장이 시민사회단체들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며 이들이 참여하는 민간위탁사업을 대대적으로 축소·폐지하는 예산안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서울시정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많아졌다. 반민생·반노동 예산안 반대 기자회견을 제안하고 서울지역 300여 시민사회단체 연서명을 단 며칠 만에 조직해 개최한 것은 서울지역 운동에서 너머서울의 의미를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였다.어찌 보면 2021년 대부분을 정책 과제 논의와 공감대 형성, ‘지역’으로서의 서울에 대한 관심 높이기에 할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감하는 만큼 가능한 실천들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결코 느슨하거나 편안한 과정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조직들을 조율하고 합의하기 위해 노력했다. 해보지 않았거나 일부만 했던 것들을 함께했다. “자, 이제 뭘 해야 하지?”를 두고 좌충우돌하거나 멈칫 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너머서울 활동이 논의 중심에서 실천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할 때 그랬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혹은 어느 조직에선가 필요한 일들을 제안하거나 워크숍 등의 집중 논의 자리를 마련해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만든 경험은 힘이 강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의 모든 선거구에 진보정당 후보단일화를 이루는 기반이 되었다. 연대활동을 통해 쌓은 신뢰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8월 폭우 반지하 참사 당시에도 희생자 추모공동행동을 구성하고 시민분향소를 운영하는 등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에 너머서울이 많은 역할을 했다. 신당역 여성 역무노동자 피살 사건과 이태원참사에도 함께 대응하며 ‘안전한 서울’ 요구를 키워갔다. 연말에는 서울시의 반노동 예산안과 공공기관 구조조정 시도, 공공돌봄 축소 등에 맞서는 동시에 전국적인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을 서울에서 선도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오23운동본부’를 구성해 집중적으로 활동했다. 이를 계기로 자치구 지역단체들의 결합을 확대했다. 시기별 사안에 대응하면서도 너머서울 초기부터 이어왔던 의제별 논의와 사업들은 주체들의 역량과 조건에 맞게 계속 이어졌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가장 주력한 것은 이런 운동에 대한 노동조합 내의 공감대를 높이고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지역지부마다 너머서울의 주요 의제인 주거권, 기후 위기, 공공의료, 그리고 노조 밖 노동자 권리를 위한 서울시 노동 정책 과제에 대해 교육이나 간담회를 배치했다. 주거권학교, 기후행동학교, 서울시 예산 분석 세미나 등의 기획사업을 배치했다. 물론 너머서울에 참여하는 단체나 활동가들의 도움 덕분에 가능했다. 지역지부별로도 노동조합과 지역사회단체들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애썼다.

 

이런 모든 노력에 대한 중간 평가가 올해 4월의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이었다. 물론 성과가 거창한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 간부들이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을 낯설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다. 작년 연말쯤부터는 “이런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한다. 조심스럽게 만났던 다양한 조직들이 이제 정세 이슈에 적극적으로 결집하거나, 운동이 한계에 부딪쳤다고 느낄 때 다른 영역의 조직이나 활동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지역지부와 소속 노동조합들이 지역단체들과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는 것, 서울시의 정책과 예산에 2년 전보다는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앞두고 있지만, 그런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다.

 

너머서울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총선을 관통하기까지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의제별·사안별 활동과 윤석열 정부-오세훈 서울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서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또 고민을 하고 있다. 조만간 이 주제를 두고 “같이 논의해보자”며 워크숍을 열게 될 것 같다.

 

김하늬 너머서울 공동집행위원장,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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