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노동자라고요-한국야쿠르트 판매 노동자

by 센터 posted Mar 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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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 센터 편집부장



우리가 흔히 부르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1971년 27명을 시작으로 현재 1만 3천 명이 일하고 있다. ‘내 가족 돌보는데 소홀하지 마세요. 시간에 쫓기지 말고 시간의 주인이 되세요.’ 한국야쿠르트 홈페이지에 있는 홍보 문구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시간 조절과 가사일 병행이 가능해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거다. 하루 평균 노동 시간도 6.8시간이란다. 월 전체 평균 수입 160만 원 정도, 상위 50퍼센트는 월 평균 200만 원을 번다는데 사측의 홍보처럼 정말 주부가 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 아닐까?


최저 시급도 못 받는 개인사업자


서울 ○○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만난 윤중덕(가명) 씨는 야쿠르트 판매 경력 5년 차다.

“우리 일은 해시계에요. 아침 7시 20~30분쯤 대리점에 가서 제품 준비하는 걸로 하루 일을 시작해요. 해가 좀 길어진 요즘은 5시 반쯤 하루 일이 끝나요. 여름에는 해가 기니까 7시 넘어서까지 일하기도 하고요.”

하루 노동 시간이 보통 열 시간 이상인 셈이다. 여름엔 열두 시간 이상 일할 때도 잦다. 오전엔 주로 방문 판매를 한다. 거래처인 은행이며 사무실, 가정집에 배달을 하고 나면 열두 시에서 한 시쯤 된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나면 정해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 윤 씨는 보통 큰길 사거리 은행 앞에 있다가 아파트 단지 입구로 자리를 옮긴다. 추운 겨울이면 햇볕을 따라 움직인다. 오후에 늦게 문 여는 학원에 잠깐 배달을 하는 경우를 빼곤 이 자리를 고수한다.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는 40대에 시작해서 50~60대가 된 주부들이 많다. 그런데 요즘은 40대에 시작하는 경우 오래 버티지 못하고 몇 달 만에 그만두는 일이 많다고 한다. 노동 강도가 센 데 비해 수입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는 회사가 교육도 시키고 일도 주지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4대 보험을 적용 받지 못한다. 게다가 판매 수수료로 먹고 살기 때문에 다달이 들어오는 수입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5년 차인 윤씨의 수입도 하루 열 시간 넘게 일해 봤자 비수기인 겨울엔 120~130만 원 수준이다. 그나마 나은 여름엔 150~160만 원 정도 벌지만, 이조차도 온전한 수입이라고 볼 수 없다. 팔다 남은 제품은 반납이 안 되기 때문에 오롯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방문 판매 고객들이 입금을 안 해도 자기가 갖고 온 제품에 대해서는 개인 돈으로 회사에 입금을 해야 한다.

“내가 최고 충성 고객이 되는 거지. 유통기한이 있어서 팔지 못하고 남는 거는 집에 갖고 가서 가족들 먹이고, 아는 사람들 주고···. 다 내 돈 주고 사먹는 거죠.”

유니폼도 필요하면 개인이 알아서 사 입어야 한다. 회사에서 2년에 한 번 모자와 유니폼을 주는데 여름 티셔츠는 두 벌을 주지만 다른 옷은 단 한 벌만 준다. 그런데 요즘 같은 날씨엔 융이 살짝 들어간 동복 바지로는 추운 겨울을 나기 힘들다. 그래서 회사에서 운영하는 인터넷몰에서 별도로 솜바지를 구입해 입는다. 우의도 2년에 한 번 주는데 1년만 사용하면 빗물이 스며들어서 따로 더 구입해야 한다.


동네 슈퍼, 온라인 판매로 이중고에 시달려


게다가 한국야쿠르트는 동네 SSM(기업형 슈퍼마켓)에도 입점해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장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싼 마트를 이용하지 길에서 야쿠르트만 따로 사는 걸 번거로워 한다. 동네 장사나 마찬가지인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들에게는 큰 타격이다. 그런데도 회사 측은 온라인 쇼핑몰까지 발을 넓히면서 배달은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에게 시킨다. 배달할 집의 주소가 문자로 뜨면 그 지역 판매 담당이 배달을 한다. 그러나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는 자신이 받는 원래 수수료에서 4퍼센트를 제한 수수료를 받게 된다. 만약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의 수수료가 제품 가격의 20퍼센트라면 인터넷 판매 배달로 얻는 수수료는 16퍼센트라는 거다. 회사가 부담해야 할 몫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코코.JPG

전동차 코코가 생기면서 다소 편해졌지만 대여 비용을 내야 한다.


그러다보니 대리점 수도 줄어들고 있다.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가 끌고 다니는 전동차 ‘코코(Cold&Cool)’도 그 영향 때문에 나온 것 같단다. 각 지역에 있는 대리점들이 통합되면서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최대 시속 8킬로미터까지 낼 수 있는 코코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1·2종 운전 면허나 원동기 면허, 다륜형 원동기 면허 중 한 가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면허증이 없는 사람의 경우는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따야 한다. 대여하는 데도 별도 비용이 든다. 다달이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가 4만 원, 대리점주가 3만 원 해서 본사에 7만 원을 낸다. 정수기를 대여할 경우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개인 재산이 되지만 코코는 그렇지 않다. 가게 월세를 내는 것처럼 없어지는 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회사에서 보험을 들어주고, 고장 나면 수리도 해준다. 그리고 인력으로 끌고 다녀야 했던 예전 수레차에 비하면 제품을 운반하고 보관하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그래도 다달이 나가야 할 돈이 늘어나서 수입에는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야쿠르트 판매의 마력?


윤 씨는 일주일에 3일은 남편과 함께 밤에 우유 배달도 하고 있다. 군대 간 큰아들이 있을 때는 셋이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작은아이 등록금도 내기 빠듯하기 때문이다.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들 중에는 여성이 가장인 집들도 꽤 있어 윤 씨처럼 겹벌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것저것 떼고 나면 최저 임금도 되지 않는 벌이지만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친한 편의점 사장님이 자기 가게 알바를 해보라는 거예요. 그래도 편의점은 최저 시급 6,030원은 되니까. 근데 못 가겠더라고요. 내 고객들이 다 여기 있잖아요. 야쿠르트의 마력이라고 해야 하나? 야쿠르트 하나 팔면서 자식 얘기, 사람 사는 얘기, 온갖 거 다 얘기하니까 사람 관계도 형성되고···.”

하루 종일 서있는 일이라 하지정맥 증상이 있고, 온갖 통증에 침 맞고, 근육주사를 맞으면서도 윤 씨가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다. 개인사업자에게 해주는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은행에 갔다가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는 ‘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 맞았다. 사업자등록증도 없는 ‘개인사업자’인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는 우리도 노동자인데 왜 법의 보호를 못 받는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지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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