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반대 투쟁 10년, 우리는 이미 승리하였습니다!

by 센터 posted Dec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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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프란치스코 기자회견홀 입구에서 갑자기 환성이 터졌다. 밀양송전탑과 관련하여 재판 중이던 두 건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날은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 백서> 출판기념일이어서 더 뜻깊은 소식이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투쟁은 2005년 12월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한전 밀양지사 앞에서 시위를 하며 시작됐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눈물겨운 투쟁의 역사를 묵중한 백서가 담아내고 있었다. 밀양을 취재한 여러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엮은 화보집 <밀양, 10년의 빛: 사진으로 보는 밀양송전탑 투쟁>도 백서와 함께 출판기념 기자간담회 자리를 빛냈다.  


간담회는 10년간 투쟁의 중심에 선 밀양 주민과 연대 투쟁에 참여한 단체 활동가, 백서와 화보집 작업에 참여한 작가와 활동가들이 모여 소회를 나누는 자리였다. 600쪽이 넘는 백서에는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의 약사와 에너지 정책, 인권 침해, 공동체 파괴에 대한 내용과 밀양 관련 주요 기록물이 자세하고 꼼꼼하게 실려 있다.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약한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기록물이라 하겠다. 


밀양.jpg

상경한 밀양 주민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자 천주교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의 사회로 간담회가 시작됐다. 밀양 송전탑 투쟁 과정에서 자결한 고 이치우·유한숙 어르신과 경찰의 물대포 폭력으로 서울대병원에 누워있는 백남기 농민을 생각하는 묵상이 이어졌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의 인사말에 이어, 정의당 김제남 국회위원과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이 축하와 연대의 인사를 했다. 하승수 위원장은 69개 송전탑을 뽑아낼 날을 기다리며 ‘꿈을 잃지 말자’고 했고, 언젠가 밀양 청문회가 열려 진상규명과 함께 밀양 어르신들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지는 날이 꼭 오길 바랐다.  


밀양 주민이 직접 말하는 지난 10년간의 회고와 앞으로의 결의를 듣는 순서가 이어졌다. 평밭마을 이남우 어르신, 용회마을 구미현 어르신, 여수마을 김영자 어르신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남우 어르신은 투쟁을 하면서 겪은 억울함을 짧은 시간 안에 다 토로할 수 없는 듯했고, 김영자 어르신은 "10년이나 갈 줄 알았으면 누가 시작했겠냐"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같이 투쟁한 주민들에게 더 늙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 송전탑이 뽑히는 날을 보자고 한 구미현 어르신의 말에는 모두 공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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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과 함께한 활동가들이 작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밀양 당신은 우리들의 빛’이라는 문구를 한 글자씩 차례로 손에 들어 그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백서에서 에너지 정책 부분을 집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보아 상임연구원과 인권침해 부분을 집필한 인권운동사랑방 민선 상임활동가가 나와 집필 과정을 이야기했다. 분산형 에너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보아 연구원은 밀양 투쟁을 "우리나라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아래로부터 맨 위까지 거슬러 올라간 투쟁"이었다고 정리했다. 민선 활동가는 정작 사람은 보이지 않는 국책사업의 폐해와 인권 침해를 방조한 언론의 행태를 고발했다.


<밀양, 10년의 빛> 제작에 주요한 역할을 한 정택용 사진작가와 리슨투더시티 권아주 디자이너가 화보집이 나오게 된 배경과 제작 과정을 이야기했다. 밀양 주민의 아픔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지 않았다는 정택용 작가는 사진의 한계성과 자신의 무력감을 화집으로나마 주민들과 나눌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화집의 디자인을 맡은 권아주 디자이너는 밀양하면 떠오르는 자극적인 갈등의 이미지보다 ‘10년의 빛’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희망, 빛, 연대’가 연상되는 디자인을 의도했다고 한다. 


밀양 10년사 주요 자료 설명 및 이후 과제 브리핑은 밀양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이 맡았다. 단일 국책사업으로는 최장기간 이루어진 최대 저항 사건인 밀양 투쟁의 역사를 요약, 설명하며 밀양이 우리 사회에 제기한 과제와 앞으로의 계획을 전망했다. 다른 곳에서 제2, 제3의 밀양이 나올 수 있으므로 밀양 투쟁의 역사를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했다며 백서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백서를 밀양 어르신들께 존경의 마음으로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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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낭독이 이어졌다. 금호마을 조원규 어르신, 용회마을 송루시아 어르신, 밀양대책위 김태철 활동가가 차례로 낭독했다. 회견문의 마지막 문장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다함께 낭독했다. 

“밀양 주민들은 이미 승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승리할 것입니다.”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에 참여한 분들께 감사하는 사회자의 말로 간담회는 끝이 났다. 기념 촬영 후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오찬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했다. 밀양 주민이 준비한 떡과 음식을 나눴고, 투쟁하는 동안 동고동락한 사진작가들에게 어르신들이 꽃을 선사하는 이벤트도 있어 즐거움을 더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다른 간담회와 사뭇 달랐다. 대부분 밀양 10년 역사와 관련된 사람들이 참석한 자리여서 그런지 가족 같은 끈끈함이 느껴졌고 마지막까지 어느 누구도 자리를 뜨려하지 않았다. 밀양 10년을 회고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연대의 중요성이었다. 투쟁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밀양과 함께 했다. 밀양 주민들도 다른 곳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과 연대했고 앞으로도 아픔의 현장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에 펼쳐진 가파른 나날이 두려움으로 남아있지만 밀양 주민은 밀양으로 인해 반핵시민운동이 힘을 받고 있고 이것만으로도 이미 이긴 싸움이라고 말한다. 이날은 빛나는 밀양의 승리를 위해 다함께 손잡는 날이었다.


김지선 센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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