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쑥

by 센터 posted Jul 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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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

청년 때 잠깐이나마 풍물과 탈춤을 접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몸 안 깊숙이 사물의 리듬과 우리 춤의 동작이 담겨 있다. ‘우리 것이라 표현하는 이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것이야 말로 이 땅에 살아온 민중의 혼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인디언의 문화 또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문화처럼 저마다 주어진 위치의 땅에서 태어나고 살아오면서 스스로 만들고 함께 어우러져 온 문화가 있듯이 이 땅에도 오랜 세월 몸속에 담겨져 온 문화가 있는 것이다.

봄쑥은 내 안에 담겨져 있는 민중문화가 가장 잘 표현된 노래라 생각한다. 이 노래 후렴부엔 강강술래가 이어지는데, 강강술래는 모든 민중들의 비나리이다. 가난을 이기려 하는 마음,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 전장에 나간 남정네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인네들이 손잡고 소원을 비는 탑돌이의 강강술래부터 왜적이 이 땅에 쳐들어올 때 한산도 앞바다에서 노적가리를 쌓아 횃불을 들고 싸우는 강강술래까지. 이렇듯 강강술래는 치마폭 넘실거리며 살랑살랑 예쁘게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민중들이 겪어야만 했던 환난과 가난을 함께 손잡고 싸워 이겨 내자고 부르는 저항의 노래인 것이다.

    

 

쑥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겨울을 뚫고 가장 먼저 솟아오르는 것이 참쑥이다. 참쑥은 이 땅에서 가난과 환난의 시기 민중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존재이다. 어쩌면 나눔문화의 중심에 참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쑥은 이른 봄날을 여는 그 모든 새싹들과 다르지 않게 언 땅을 딛고 솟아오르지만 여느 풀들과 다르게 키도 크지 않고, 예쁜 꽃도 피우지 못하고, 꽃을 피우지 못하니 벌과 나비도 찾지 않아 당연히 열매도 맺지 못하며, 벌과 나비도 찾아주지 않는 외로움을 아래로부터 손잡고 이겨가는 풀. 그러다가 낮은 곳에서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을 보면 참 어렵게 살아가는

이 땅의 민초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 쑥은 위로 보면 작은 것들이 저마다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래로 보면 뿌리가 굳건히 연결되어 함께 살아간다. 참 민중의 모습이 이런 것일 테지.

또한 쑥은 그 작은 몸마저 때가 되면 사람에게 다가가 아낌없이 내어준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떡이 되어주고, 아픈 사람에겐 약이 되어주고, 그리고 온몸을 살라 세상에 향기가 되어주는 나눔의 화신.

지금은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쑥이 되어 주어야 할 때.

서로가 서로에게 손 내밀어 강강술래를 해야 할 때.

 

세월호 참사로 아픈 모든 이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



글|김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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