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나이

by 편집국 posted Apr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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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투쟁에 공연을 갔더니 사회자가 나를 000의 남자라며 소개를 한다. 이 동지가 내 노래 중 꽤 좋아하는 노래가 저항의 나이라며 신임 MBC노조 위원장 이·취임식 때 꼭 축가로 불러주길 원했단다.

저항의 나이라는 노래는 문동만시인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노래이다. 노래를 써놓고 잘 부르지 않다가 용산참사 추모식 때 처음 불렀다. 요즘에는 비정규직 투쟁 현장에서도 이 노래를 부르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한다. 특히 재능지부의 동지들과 한국보건복지부정보개발원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분들이 좋아하는데 이 분들 하시는 말씀이 노래 중 - 아직은 저항의 나이라는 가사가 다가온다고 한다.

 

이번에는 나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오래 전 산재를 당한 후 다른 일을 찾아보다 선학 알루미늄이라는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선학 알루미늄은 긴 쇠막대기 끝에 달린 쇠그릇으로 쇳물을 퍼서 다시 그것을 늘리고 펴는 가공을 통해 주전자. 냄비. 들통 등을 만드는 공장 이었다. 참 여러 공장을 다녔지만 실제 쇳물이 끓는 공장은 처음이었다. 작은 용광로에 붉은 쇳물이 끓어오르고, 유황냄새가 심하게 풍기는.

붙임성이 좋고, 운동을 좋아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은 편인데 그런 내가 보기 좋았는지 어느 날 한 동료가 다가왔다. 공단 앞 포장마차에서 술을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와 친구를 하자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나보다 나이가 5살이나 더 많다. 어떻게 다섯 살이나 많은데 친구를 하냐고 손을 내저었지만 결국 친구가 되었고, 이후 친하게 어울리게 되었다.

문제는 이 친구가 아니라 내 주변 다른 친구들과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이 친구의 나이를 알게 된 다른 친구들이 난리다. 나이가 다섯 살이나 많은데 친구를 하냐며 친구들이 나를 몰아친다. ‘니가 때린거냐?’라고 묻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정말 억울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 친구보고 직접 이야기 하라고 데리고 왔더니 더 난리다. 나한테 빨리 형이라 부르라고 하고, 그 친구 얘기는 듣지도 않고. 하도 답답해서 야 그냥 너 형해라, 하면서 형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 후로 그 친구를 볼 수가 없었다.

사람 삶에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내 나이 38살이다. 아직도 죽지 않은 한 성깔이 있다. 자신감도 있고 열정도 팍팍 끓어오른다. 젊은 친구들과 비교하면 한발 느리겠지만 아직까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것이 노동자 투쟁에서 노래로 함께 하겠다고 걷는 나이다.

물론 내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질 않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나이는 또 다른 권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꼭 챙겨서 서열 가리는 문화에 반감도 생긴다. 그냥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것인데. 운동의 논리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서열문화나 나이 문화가 싫어졌다.

저항의 나이. 80년 광주항쟁에서 새롭게 출발한 우리의 운동에서 우린 모두가 시대의 불의에 저항하는 발걸음이며 동지이며 친구이다


글 │ 김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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