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노동자 진군의 노래

by 센터 posted Oct 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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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래 가사 중 내게 다오 투쟁의 깃발 해방을 노래하리니 / 내게 다오 어깨를 다오 파도에 함께 하리니라는 구절이 있다. 노동자 투쟁에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여느 시인의 시에도 시퍼런 칼을 다오 어둠을 찢고 / 망치를 다오 억압을 깨 부셔 버릴 터이니처럼 내게 무언가를 주면 이러저러한 행위를 하겠다는 식의 구절은 많을 것 같다. 그런데 현실에서 누군가 가만 앉아 있는데 무언가를 준다는 게 가능할까?

 

현장으로 찾아가는 노동문예일꾼

지난 5월 희망연대노조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2013년 투쟁에서 이루어 낸 수많은 합의 사항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태광 자본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티브로드 노동자들. 이들은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시작했고, 그 무렵 씨앤앰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농성에 접어들었다. 이 동지들은 작년에도 한바탕 싸움의 경험이 있는지라 농성이 조직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었다.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투쟁에 결합하면 두루두루 내 할 일이 있었는데 말이다.

대다수의 가수들은 투쟁이 진행되면 노조 측 담당자의 공연 요청을 받고 집회에 결합해서 노래를 한다. 그것으로 끝. 이러한 역할과 더불어 난 그보다 더 적극적인 형태로 노동자 투쟁에 결합해 왔다. 그 과정에서 주력했던 것 중 하나가 노동문예일꾼들과 투쟁하는 노동자 현장으로 찾아가 저녁 문화제를 함께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화제는 이랜드 투쟁과 기륭 투쟁을 거치면서 나름 발전하여 GM대우 비정규직 투쟁과 쌍차 대한문·평택 송전탑 투쟁, 학습지 재능 투쟁, 그리고 현재 케이블 비정규직 투쟁에 이르기까지 잘 이어져 왔고, 다른 문예일꾼들에게도 자극제가 되어 이제 현장으로 찾아가는 문예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티브로드 비정규직 합창단의 탄생

문화가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생각과 노동문예일꾼의 재생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 등 노동문화가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가 좀 더 깊숙이 투쟁에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왔다. 그러던 중 내가 잘 할 수 있는 노래패를 만들면 투쟁에 조미료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집회에서 노래를 하던 중 내가 합창단을 만들어서 이 투쟁에 함께 할 터이니 합창단에 함께 할 노동자들은 나와 달라고 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노래를 하도록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티브로드 집행부에 각 지부에서 한 명 이상씩 뽑아 달라고 했다. 집행부가 내 의견을 받아들여서 전국에서 온 동지들에게 부탁했고, 전국 20개 지부에서 한 명씩 뽑아 총 21명의 케이블 비정규직 합창단이 만들어 졌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노동자 투쟁 역사에 없는 일이었다. 등 떠밀려 나온 사람, 가위바위보에 져서 나온 사람, 노래하고 싶어서 나온 사람 모두가 마음을 모아 합창단 연습을 시작하였다. 오래 전 나는 공장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다 노랠 하고 싶어서 새벽이라는 전문 노래패를 찾아가 노랠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 동지들이 흔쾌히 우리에게 다가와 첫 노래로 가르쳐 주었던 해방을 향한 진군을 나도 첫 노래로 이 동지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케이블 합창단으로 거듭나다

첫 연습 날 낮에 노랠 가르쳐 주고 집에 갔는데, 그날 저녁 문화제에서 반주도 없이 그냥 노래를 불렀단다. 좀 어이가 없었다. 낮에 배운 노래를 저녁에 발표한 것도 그렇고, 반주도 없이 첫 공연을 하다니. 기특하기도 하고, 염려되기도 했다. 어차피 투쟁에 함께 하기 위해 만든 합창단이니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도록 일주일 만에 세 곡을 가르쳤다. 2주 정도 될 즈음 티브로드 케이블 합창단이 케이블 비정규직 집중 투쟁에서 정식 공연을 올렸고 반응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이에 힘은 얻은 합창단은 티브로드 합창단에 이어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농성 중인 씨앤앰 비정규직 동지들을 조직하기로 했다. 씨앤앰 케이블 비정규직 집행부 또한 뜻을 받아들여 합창단 단원들을 모집했다. 여기도 티브로드와 같은 방법으로 조직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고 이 안을 받아들여 합창단 20여 명이 또 조직되었다.

두 개의 합창단을 어떻게 연습 시킬 것인가 고민도 잠깐 했는데, 내가 있을 땐 내가 씨앤앰 합창단과 티브로드 합창단을 함께 연습 시켰고, 내가 없을 땐 2주 먼저 배운 티브로드 동지들이 씨앤앰 케이블 비정규직 동지들을 이끌어서 연습을 이어갔다. 연습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농성장 한쪽이 연습실이다. 햇볕 따가우면 그늘이 옮겨가는 곳으로 같이 옮겨가야 했고, 비 내리면 어쩔 수 없이 연습을 중단해야 했다.

합창단에 멋진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외부로부터 먼저 얘기가 나왔다. 나는 합창단에게 말했다. 씨앤앰과 티브로드는 두 개의 합창단이 아니라 하나의 케이블 합창단이라고.

이렇게 한 달가량 연습이 되었을 때 다른 사업장 투쟁에 노래로 연대하는 것도 가르치기 위하여 세종호텔, 기륭전자, 코오롱 등 투쟁 현장을 함께 다녔다.

케이블 합창단의 공연 모습을 본 여러 투쟁 사업장에서 자신들도 합창단 또는 노래패를 만들고 싶다며 지도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그 역할은 내가 아닌 바로 케이블 합창단 동지들의 몫. 각 가정에 케이블을 연결해주듯 여러 투쟁 현장에 노래를 연결하여 케이블처럼 뻗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대한민국 최초의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합창단을 만들었다. 합창단 인원이 빠지면 그만큼 자신들이 힘들어 진다는 걸 알면서도 수많은 투쟁 일정에서 이들의 수고를 기꺼이 대신하며 아낌없이 응원해 주고 격려를 보내주는 케이블 동지들에게 감사드린다.

 

내게 다오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분쇄

그 어느 현장이든 투쟁 속에서 내 함께 할 터이니

내게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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