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립예술단원 집단해고, 책임질 사람이 없다?

by 센터 posted Apr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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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조직국장



지휘자의 무한갑질, 노조 만드니 예산 삭감


양주시는 2004년 시립합창단과 시립교향악단을 만들어 10년 이상 양주 시민들에게 양질의 문화생활을 제공하는 예술단을 운영해 왔다. 예술단원들 60여 명은 전원 비상임(비정규직)으로, 연주수당 명목으로 월 50~60만 원의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감내하면서 살아왔다. 


예술단원들이 저임금 문제만으로 노조를 결성한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시청 관리부서인 문화관광과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벌어지는 지휘자와 단무장의 무한갑질이었다. 단원들에게 반말은 기본이고,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너 이××, 똑바로 못해!” 하는 욕설이 난무했다. 연습 태도를 문제 삼으며 수석단원에서 일반단원으로 강등시키고, 양주시를 벗어나 다른 지자체 행사에 가서 공연하고, 지휘자 자녀 연주회에 단원을 동원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데도 관리부서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예술단은 지휘자와 단무장의 개인예술단처럼 운영되어 왔다. 예술단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주시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양주시는 오히려 문제제기를 한 단원들을 협박하고, 대기 발령(연습 참가 배제)을 지시하기까지 했다.


2018년 9월, 60여 명의 단원 가운데 합창단 단원 7명이 노조를 결성했고, 이어 교향악단 단원 9명이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양주시립예술단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준비했다. 그러나 양주시와 양주시의회는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12월 18일 시의회에서 예술단 운영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양주시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예산 삭감을 이유로 예술단을 해체하고, 예술단원 전원에게 집단해고를 통보했다. 


10년 이상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형태를 감내하며 살아온 단원들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12월 26일,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이 공고문 한 장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단원들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곧바로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진행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20명이 안 되던 조합원 수는 해고 통보 후 오히려 더 늘었다. 그만큼 양주시의 행태가 단원들의 분노를 더욱 촉발시킨 계기가 된 것이다. 적은 조합원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해고 투쟁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해고 사유가 너무나도 부당했기 때문에 단기간의 투쟁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2.양주-결의대회.jpg

지난 4월 4일 양주시립예술단지회는 양주시청 앞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공공운수노조)


병가 중인 시장, 책임질 사람이 없다


2016년 촛불의 힘은 양주에서도 발휘되었다. 양주시 국회의원, 양주시장, 양주시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독식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실현, 좋은 일자리 정책에 의하면 양주시립예술단의 해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노조 혐오와 담당 공무원들의 무책임, 시의회의 아무런 고민 없는 예산 삭감이라는 3박자가 어우러져 60명의 집단해고가 발생했다. 집단해고 조치 후 이성호 양주시장은 병가를 핑계로, 양주시의회는 이성호 시장을 핑계 대며 문제해결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양주시 지역구 정성호 국회의원도 노조와 면담할 때 얘기했던 ‘의원·노조·양주시장 3자 면담을 통한 해결책 마련’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문화복지국장, 문화관광과장 면담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자기들이 책임질 수 없는 사안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시장의 병가로 인해 시장대행 역할을 하고 있는 부시장은 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 걱정되어 노조와의 면담조차 거부하고 있다. 10년 이상 운영되던 양주시립예술단을 하루아침에 해산하고, 60명을 집단해고한 사태를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노동자들이 처한 상황


문화예술노동자들의 투쟁은 어렵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집에 돈 좀 있는 거 아냐?”, “예술가들이 무슨 노동자야?”, “돈도 많이 받을 텐데 노동조합은 무슨?” 문화예술인을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일 것이다. 그만큼 예술노동자들의 투쟁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하지만 예술노동자들의 실제 처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열악하다. 레슨이나 다른 단체에서의 공연 등 겸직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과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구조가 당연시된다. 지자체마다 예술단체를 운영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고, 담당 공무원들의 무관심 속에 지휘자와 단무장의 무한갑질에 의해 시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할 예술단이 지휘자 개인의 전유물이 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공연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 단체 연습, 파트별 연습, 개인 연습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예술단은 개인 연습실은커녕 파트 연습실도 없이 오로지 개인의 역량에 기대어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노동자들이 기댈 곳은 노동조합밖에 없고, 노조를 만들면 양주 사례처럼 예술단을 해산하거나 해고 협박을 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2.양주-기자회견.jpg

2018년 12월 27일 양주시립합창단, 시립교향악단 운영 정상화를 요구하며 양주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공공운수노조)


부당함에 대한 저항, 노동조합이 희망이다!


최근 공공운수노조에는 문화예술노동자들의 노조 가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에 3,000여 명이 채 안되던 조합원 수가 5,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문화예술노동자 스스로가 노동조합을 통해서만 자신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고, 양질의 문화 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자각이 아닐까? 


양주시립예술단 역시 지휘자나 단무장, 양주시 공무원들에게 상황의 개선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노조를 만든 것이다. 양주시와 양주시의회의 무지몽매가 부른 예술단 해체와 집단해고 사태는 분명히 해결될 것이다. 더 이상 이런 부당함에 굴복할 수는 없다. 4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양주시립예술단 집단해고 철회와 예술단 운영 정상화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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