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운동의 장례식’ 가는 길에 생긴 일1)

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

편집자 주 : 미국 노동조합 조직률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보수적 성향의 정치인, 기업인,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에 의한 반노동조합 캠페인이 지목되어 왔다. 미국 사회는 이해관계자들에 의한 로비 활동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반노조주의 정책이 현실에서 구체화되기도 한다. 그 중 이번 호에서는 노조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지만 조합비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프리라이더 법을 승인한 미국 대법원 사례를 소개한다. 또한 연방법원 결정에 대비한 뉴욕 주의 선제적 방어 법안도 함께 소개한다. 

노동 운동의 쇠퇴를 의미하는 노동 운동의 장례식(labor movement fu-neral)에 가는 도중에 법원에 의해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사무엘 알리토 대법원장과 그의 반노조주의 대법원 동료들이 작년 6월 전미공무원노동조합(AFSCME)에 대한 특별한 결정을 내렸는데, 법원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노조로부터 혜택을 받지만 어떤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되는 프리라이더가 될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노동조합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했고 미국교사연맹은 약 30퍼센트 가량 조합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170만 명의 전미공무원노동조합은 대법원 판결 이후 8만 8,500명의 조합원이 오히려 더 늘었다. 이것은 대법원 판결로 인해 잃어버린 8만 4,000명분의 ‘노동조합비’를 상쇄하는 것 이상이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오히려 노동조합은 많은 에너지를 갖게 되었다. 웨스트버지니아, 오클라호마, 애리조나, 로스앤젤레스 및 다른 지역 교원노조는 주목할 만한 파업을 하였다. 수백 명의 집회, 피켓 및 지역 캠페인도 급속하게 늘어났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 이후 파업에서 11차례 조직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며 2014년부터 시작한 ‘예산 회원 참여’ 인원을 세 배로 늘렸고 2018년에 접촉한 조합원도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하였다.

미국교원노조(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 랜디 웨인가르텐(Randi Weingarten) 위원장은 “대법원장인 알리토가 반노조 이데올로그에 대한 정의의 척도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고 말하면서 “그것은 노동조합 모두에게 일어나라는 신호와 같았다.”며 대법원장이 반노조 결정을 하자 노동조합 모두가 투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현재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노동계 지도자들은 대법원장인 알리토에게 감사해야 하며 반 노조 판결을 만들어 낸 법원 사건에 자금을 지원한 코크(Koch) 형제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동에 대한 적개심과 결합된 뻔뻔스러운 공격은 공공부문 노조의 활력을 불어 넣고, 노동 운동이 근본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보다 전투적인 스타일의 투쟁 전략을 채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노동조합은 사업장의 노조 대표 체계 및 단체교섭을 지원하고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조로서의 역할을 굳건하게 하였다. 다행히 대법원에 의해 제기된 노조 파괴 위협은 실현되지 않았다. 조합원 수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미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대법원 판결 직후 조합비의 30퍼센트를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전미공무원노동조합은 대법원 판결 이후 모든 조합원이 프리라이더가 되었지만 오히려 신규 조합원의 조직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노동조합은 지난 3년 동안 2만 5천 명이 넘는 활동가들에게 노조에 대한 교육훈련을 실시하였다.

전미공무원노동조합의 리 손더스 (Lee Saunders) 위원장은 “사람들은 우리(노동조합)에 대한 사망 기사를 쓰고 있었다. 그들은 대법원 결정이 우리(노동조합)의 죽음에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실패했다.그들이 너무 지나쳤기 때문이다. 이제 노동조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고 우리는 예전처럼 조직하고 있다.”

다시 지난 2월로 돌아가 이 사건이 논의되었을 때, 재판관들은 판결 결과로노동조합의 전투적 성향이 되살아날 수 있음을 경고 받았다. 그러나 알리토는그러한 걱정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는 수십 년간의 선례를 비웃으며 노조에 불리한 프리라이더(조합비를 내지 않고 노조 혜택을 누리는 노동자)를 인정해 주었다. 이와 관련해 뉴욕주는 연방법원 결정을 예상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우익집단이 제기하고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반감이 실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법원장인 알리토(Alito)는 “노조에 강제로 조합비를 내야 했기 때문에 노조를 탈퇴하지 못하는 등 노동자의 권리가 훼손되었다.”고 말했지만 대법원 결정 이후 조합비를 납부했던 상당수는 노조를 탈퇴하기보다 노조의 정회원이 되었다. 전미공무원노동조합은 2014년부터 31만 명의 조합비 납부자가 정회원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전미공무원노동조합 사건의 반노조 원고인 마크 야누스는 주 정부 업무를 중단하고 대법원 결정 후 보수당의 싱크 탱크에 합류했다.

한편, 노조에 대한 위협을 인지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오히려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노동조합 지부는 SNS 등 소셜 미디어 캠페인과 타운 홀 회의에서부터 시민 불복종운동과 파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유기적으로 조직하기 시작했다. 노조 지도부들은 조합원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서 조직, 참여 및 영향력이 큰 커뮤니티 캠페인으로 자원을 재 할당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노동부 통계국 (Bureau of Labor Statistics)에 따르면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지난 30일 조합원 수가 30퍼센트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대신 0.7퍼센트 감소했다고 보고하였다.

--------------------------------------------------------

1) 제목은 So much for the labor movement’s funeral이며 워싱턴포스트에 2019년 1월 25일 게재되었다. 원문은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so-much-for-the-labor-move-

ments-funeral/2019/01/25/53e5389c-20c3-11e9-9145-3f74070bbdb9_story.

html?utm_term=.4ef53268da99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