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e The NoJo] ‘귀족노조’의 어원은?

by 센터 posted Oct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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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센터 상임활동가



우리가 자주 쓰고 듣는 단어 중에 ‘귀족노조’ 또는 ‘노동귀족’이라는 말이 있다. ‘노동’ 또는 ‘노조’라는 단어와 ‘귀족’이라는 단어가 상대적임에도 불구하고 두 언어가 결합하면 노동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어떤 후보는 ‘강성 귀족노조’라는 말을 너무 자주 써서 여러 의미로는 주목을 받은 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귀족노조’ 또는 ‘노동귀족’이라는 단어를 한국에서 언제부터 쓰기 시작한 것일까?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검색한 결과 ‘노동귀족’이라는 말이 쓰인 것은 1920년 5월 6일 〈동아일보〉 1면에 사회주의계 노동 운동가였던 유진희가 쓴 ‘세계 노동 운동의 방향’이라는 글에서 숙련공을 ‘노동자의 귀족’으로 표현한 것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가장 왕성했던 시기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에서도 민중의 자각과 노동 운동 조직이 점차 활발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노동에 대한 단어도 발달할 수 있었다. 1929년 1월 3일 〈동아일보〉 3면에 김장환이 쓴 ‘과거 십 년간의 세계의 노동 운동 노동조합과 무산정당’이라는 글에서도 미국 노동 운동을 언급하며 “조직된 노동자의 대부분이 기회주의적 노동귀족의 완전한 지배하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는데, 이를 미루어 볼 때 이 시기에도 숙련공처럼 조직 구성이 가능하면서 사측 또는 국가와 영합하는 노동자나 노동조합들을 ‘노동귀족’으로 칭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노동귀족’이라는 단어는 일제강점기 이후, 민주화 이전까지 상당히 많이 쓰였다. 1961년 4월 29일 보건사회부는 노조 간부에 의한 무분별한 파업에 대해서는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발표를 하는데, 다음날 <동아일보> 기사 제목이 ‘노동귀족은 처벌’이었다. 여기에서 노동귀족은 이권을 위해서 노조원이나 사주를 협박하는 노조 간부를 뜻하는 단어로 나타난다. 또한 정반대로 ‘어용노조’라는 단어와 함께 쓰이면서 회사와 독재정권들과 함께 손을 잡고 각종 이권을 가지는 노조 간부나 노조를 칭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1975년 3월 10일 <동아일보> 7면에 ‘근로자 대표 20명 노동 운동 자율결의’라는 기사에 나온 민주 노동 운동을 위한 결의문에서 당시 한국노총을 “관제, 어용, 사이비, 노동귀족의 도피처로 전락했다”라고 되어 있어 노동귀족의 다른 의미를 알 수 있다.


‘노동귀족’이라는 단어가 ‘강성 귀족노조’, ‘귀족노조’라고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02년 11월, 16대 대선을 앞두고 〈매일경제신문〉은 ‘한국은 노조공화국인가?’라는 11부작 시리즈를 연재했다. 한국의 노동 운동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노조의 전횡과 무분별한 파업으로 인해 기업 성장을 저하시키고 있고 이는 국가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 주 내용인 이 기사 시리즈는 공공연히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에 휘둘리는 양대 노총을 말하고 있어 일부 노조 간부에 국한되어 있던 ‘귀족’ 프레임을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 그리고 그에 휘둘린다는 양대 노총으로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 이후 보수언론과 경제 신문들은 2003년 현대자동차 파업을 거치고 그들이 회사에 요구했던 조건들을 보도하면서 노조는 진정한 노동자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이권에만 매달린다며 ‘귀족노조’ 또는 ‘강성 귀족노조’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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