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정규직] 민간부문에도 응급 처방 필요

by 센터 posted Aug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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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



2017년 7월 20일,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이 나왔다. 공공부문은 아니지만 공공부문에서 낀 첫 단추가 민간부문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3.기자회견.jpg

금속노조는 7월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소송 관련 경영계 탄원서 규탄과 조속한 대법원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금속노조)


기간제, 파견제 규제를 뛰어넘는 사내하청


금속산업의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사내하청’이다. 삼성·현대·SK·LG 등 재벌기업을 필두로 경쟁적으로 생산 공정을 분할해 하청을 주는 방식을 도입하고 확산시켜 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자들의 힘이 모자라 막아내지 못한 비정규직 허용법인 기간제법, 파견제법조차 저들에겐 규제였던 것이다. 기간제, 파견제 노동자를 2년까지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단기 순환 시스템과 차별하지 말라는 명목적인 문구마저 피해가기 위해 방법을 찾았으며, 그것이 사내하청이다. 생산 공정을 분할하여 하도급을 줬으므로 그 하청회사는 독립된 별도의 법인회사로 기간제법, 파견법 규제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점점 더 늘어나고 고도화되어가는 사내하청


이러한 사내하청의 사용은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 업종이 약 30퍼센트, 철강 업종이 약 70퍼센트, 조선 업종이 약 80~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동조합의 손이 닿지 않는 신설공장을 중심으로 정규직 제로공장까지 나아가고 있다. 기아차 모닝을 하청 받아서 만드는 동희오토는 생산 공정 전체가 사내하청이다.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위아 평택공장, 서산공장, 광주공장도 정규직 제로인 사내하청 공장이다. 자동센서 장치를 공급하는 송도의 만도헬라의 생산 공정에도 정규직은 제로이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다. 현대모비스 화성공장은 정규직 제로공장에 더해 중간에 전문업체를 끼워 넣는 다단계 사내하청을 선보였다. 현대모비스가 두 개 전문업체에게 생산 공정 전체를 하청 주고 그 두 개의 전문업체는 다시 각 두 개, 다섯 개의 하청업체에게 하청을 주는 방식까지 나갔다. 그러나 여기가 끝일까? 아니다. 한 단계가 더 남아있다. 저들은 노동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쁜 일자리, 나쁜 고용형태는 재벌을 위시한 자본에게는 막대한 부당 이득을 안겨 주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정리해고 절차도 필요 없이 계약·재계약만을 이용한 만성적인 고용불안, 저임금 장시간노동, 차별 감내, 노동기본권 박탈을 가져와 사회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간부문 규제는 가능한가?


문재인 정부가 민간부문을 ‘강제할 수 있겠느냐?’,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강제하기 힘들 것이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현재 나오고 있는 강제 방법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시 최대 월 100만 원을 지원하겠다. 일정 규모 이상의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대기업에게 ‘비정규직 고용 상한 비율’을 제시하고 이를 초과하는 대기업에 ‘비정규직 고용 부당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도이다. 여기에 제도개선 방안으로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제도, 차별금지 특별법, 공정 임금제,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회사의 책임성 강화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재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뭔가 한참 부족하다. 국회의 역학관계상 제도개선의 길도 요원하기만 하다. 민간부문에도 당장 쓸 응급 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 불법파견이라는 채찍이 주어져 있다


금속산업 등 제조업에 만연해 있는 무차별적인 사내하청 사용의 합법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와 있다. 형식상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파견법상 불법파견에 해당할 경우’ 2012년 이전 입사자는 2년 이상 근무 시 정규직으로 간주하고, 2012년 이후 입사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적용된다. 불법파견의 유형은 ‘위장하도급에 불과한 실질적 인력 파견업을 행한 경우’, ‘파견 금지 업종(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 등)에 인력 파견을 하는 것’ 등이다. 이미 2004년에 노동부는 현대자동차가 사용한 1만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위장하도급에 불과한 불법파견이라고 행정 명령을 내린 바가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사내하청을 사용해 왔다. 이어 2010년 대법원에서 대표소송을 진행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불법파견으로 최종 판정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대법원 확정판결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라며 사내하청 사용을 중단하거나 시정하지 않고 계속 밀어 붙였다. 재벌의 오만함이 드러나는 것으로 법을 바꿔서라도 합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불법파견을 둘러싼 대대적인 집단소송이 접수되었으며 201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정, 2014년 9월 현대·기아차 집단소송 1심에서 불법파견 판정, 2017년 2월 10일 현대·기아차 집단소송 2심에서도 불법파견 판정이 났다.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한국지엠 창원공장 대법 판결, 금호타이어 고법 판결, 포스코 광양 고법 판결, 현대제철 순천 1심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나있는 상태로 자동차 업종에서 철강업종까지 판결이 확대되고 있다. 불법파견 제소 사업장 가운데 삼성전자서비스만 1심에서 패소하고 전부 승소하고 있다는 것은 대법원이 불법파견에 대한 판결 기조가 서있고 그것이 하급심에 준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 기조에 맞게 노동부 행정지침을 변경하여 실태조사와 시정조치에 나선다면 사내하청 문제 해결은 급물살을 탈 것이다. 문제는 그런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로 보인다. 


3.집회.jpg

인천지부는 7월 19일 한라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송파구 시그마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한라그룹 자회사인 ㈜만도와 계열사인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에서 벌어지는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를 비롯해 직장 폐쇄와 도급 계약 해지 등 노조 파괴 행위를 규탄했다.(@금속노조)


재벌과 경영자 단체의 반격


물론, 가만히 있을 재벌과 경영자 단체가 아니다. 그동안 불법파견 판결 무력화를 위해 ‘불법파견 고용의제 조항은 위헌이다’는 위헌법률제청 신청(헌법재판소), 파견법 개정을 통한 사내하청 합법화를 위해 제조업 생산 공정까지 파견 대상 확대(뿌리산업까지 확대), 파견법 개정 및 사내하도급법 제정을 통한 도급과 파견의 구분을 법으로 명시해 불법파견 판정 근거 합법화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리고 7월 초 경총 등 경영자 단체는 대법원에 ‘도급 활용의 문이 닫히면 제조업 성장의 길도 막힙니다–대법관님께 드리는 경영계 탄원서’를 내 산업현장의 혼란, 제조업 성장 동력,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고려해 사내하청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을 내리면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면 전체적인 고용 감소, 인건비 감축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협박도 빼놓지 않았다. 


공공부문에 제시된 정규직화 기준을 민간부문 정규직화 기준으로


그러나 잇따른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더해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은 민간부문의 정규직화 투쟁을 더욱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기준이 제시되어 있고, 2년 이상 계속되는 업무는 상시적인 업무로 봐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부문 사내하청은 필수적인 생산 공정을 분할하여 하청을 준 것이다. 2년 이상 상시·지속되는 업무일 뿐만 아니라 회사가 존재하는 한 계속되는 업무이다. 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기준에 부합하는 정당성을 확보했다. 이에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화를 위한 전면적인 투쟁을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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