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현실화를 위한 독일의 새로운 시도
황수옥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
최근 OECD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녀임금격차는 36.3%로 회원국 중 가장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위원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에 따르면 남자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 할 때 여자 정규직은 69.4%, 남자 비정규직은 53.1%, 여자 비정규직은 35.8%로 성별과 고용형태가 결합하면 그 격차가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11조 제1항과 제32조 제4항에 근거하여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 등을 통해 고용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노동법의 대전제로 누구도 능력이나 업무성과가 아닌 타고난 성별이나 인종 또는 고용형태 등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해서는 안 되고 차별받아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교묘하고 다양한 형태의 임금차별을 자행하면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며 불법을 자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에서도 지난 50년 동안 남녀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법안 제정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독일의 남녀임금격차는 21%로 조사되고 있으며 이러한 남녀임금격차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독일 내 많은 여성들이 육아와 가정 내 돌봄을 이유로 시간제 노동을 하고 있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직업선택의 폭이 매우 좁을 뿐만 아니라 특히 높은 임금을 받은 산업에서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매우 높다. 또한 임원급에서 여성의 비율이 매우 낮은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그 뿐만 아니라 동일한 자격을 가지고 동일한 지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의 경우에도 통상적으로 남성에 비해 약 8% 정도의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이다. 즉 어떤 식의 조사를 실시하던 간에 남녀 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독일 정부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으며 현직 여성부 장관인 마누엘라 슈베시히(사민당)는 남녀임금격차 해결을 위한 새로운 법안인 ‘공정임금법’(Gesetz für mehr Lohngerechtigkeit zwischen Frauen und Männern - Entgelttransparenzgesetz)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미 2012년에 사민당에 의해 법률안이 제정되었으나 긴 시간 동안 기사당과 사민당의 대연정 정부에서 논의만 되다가 2016년 10월에 제정에 대한 합의를 하여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고 2017년 상반기에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남녀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임금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그 동안 금기시 해왔던 임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투명하고 공정한 임금정책을 실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노동자들이 사용자로부터 임금에 관한 정보청구권을 확보하는데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①. 임금에 관한 개별적인 정보청구권의 도입: 200인 이상 사업장의 사용자는 노동자가 요구할 경우 임금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서면으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②. 사업장 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현실화를 위한 점검: 500인 이상 사업장의 사용자는 정기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이행을 위한 임금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③.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보고서: 500인 이상 사업장의 사용자는 정기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진다. 이 보고서는 전면 공개해야 한다.
④. 모든 채용공고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고지의무
즉, 앞으로 200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비슷한 직책의 동료가 평균적으로 얼마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오스트리아에서 2011년도부터 이와 비슷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 중이며 스웨덴의 경우 모든 시민들이 공공기관에서 그들의 임금에 대해 문의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법안에 대해 다양한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용자단체에서는 이 제도가 사용자에게 많은 부담을 주며 보고서 제출 등의 형식적 업무의 증가를 가져 올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에서는 이 법에 해당하는 사용자를 2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하여 많은 노동자들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것을 비판하며 특히 여성들의 경우 200명 이하의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실질적인 임금차별의 해소를 위해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는 약 4400만 명의 노동자들이 있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남녀 노동자들은 1400만 명 정도 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임금공개에 관한 금기를 타개하여 임금체계에 관한 기업 내 문화를 좀 더 투명하게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지금까지 남녀임금차별에 관한 문제는 제도권 안에서 법제화를 통해 점점 교묘해지는 사용자의 차별에 맞서 싸워왔으며 이러한 성과들은 고용차별이나 연령차별, 장애인 차별을 금지시키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강화해 노동자들을 차등화시킴으로써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저하시키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따라서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실현하기 위한 독일의 새로운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