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운 센터 상임활동가
2024년도 최저임금 결정 심의가 시작되었다
2024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가 시작됐다. 최저임금은 양극화 해소와 노동자 생활 보장에 있어 중요한 노동 정책 중 하나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한계로 인하여 결정 과정에서 정부 철학과 기조가 중요한 부분으로 작동해 온 경향이 있다.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에 대한 철학과 기조는 지난 대선 당시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수행한 ‘2022년 대선 후보 비정규직 정책 질의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윤석열 정부(당시 대통령 후보)는 수많은 노동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노동시간 유연화나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과 같이 역행하는 답변을 했고, 실제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은 주당 최대 69시간을 가능하게 하는 우려를 보이며 사회 내 갈등이 증폭되고 노정관계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최저임금 심의는 이미 시작됐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기 다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노동계는 양대 노총 공동 요구안으로 1만 2000원(월 250만 원)을 발표했고, 경영계는 공식적인 요구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예년과 같이 동결을 요구할 것으로 여겨진다. 구체적 인상액을 둘러싼 논쟁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답변했던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쟁점도 한편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최저임금은 분명 인상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여러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저임금 운동은 분명 인상을 목표로 두어야 한다. 물론, 인상 폭을 두고는 이견이 많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현재의 최저임금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직장갑질119에서 발표한 설문 결과를 보면 물가 인상으로 인해 사실상 임금이 줄었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97.8%였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생활 안정이다. 최저임금법 제1조(목적)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라고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앞선 설문과 같이 최근 치솟는 물가와 공공요금 인상 등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감소시키고 최저임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즉, 최저임금 인상은 생활 안정을 위해 필요하며, 이는 곧 삶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부분이다.
둘째, 임금 격차 해소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 임금을 견인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시간당 평균임금 격차를 줄이고 있다. 다만, 월평균 임금 격차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 이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기업 복지 격차가 커지는 현실 등이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큰 폭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임금 격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최저임금은 노조 밖 노동자를 위한 임금 교섭의 하나이며, 저임금 노동자 임금을 올릴 확실한 수단이란 점에서 인상을 통한 임금 격차 해소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셋째, 사회임금 성격으로의 기준 향상이다. 최저임금은 여러 법령에서도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고용보험법과 연관하여 실업급여나 출산·육아휴가 급여 산정기준의 근거가 되며, 산재보상보험법과 연관하여 산재보상 급여 등에서 기준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국가에서 보상으로 지급이 이루어질 때도 최저임금이 기준이 된다. 즉, 최저임금은 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최저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임금의 의미로도 필요하다.
최저임금 운동의 상시·지속성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절대다수 노동자가 동의한다. 그렇다면 인상을 위한 운동에 기여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모색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요구를 포함한 최저임금 운동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게 최저임금 운동은 주로 심의가 이루어지는 4~6월에 집중하여 투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인 하반기에는 대체로 이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최저임금 운동이 상시로 이어질 필요가 있으며, 하반기까지 이어져 다음 해 최저임금 심의 기간에 또 다른 운동의 동력과 인상을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한 힘을 쌓아나가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고민과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첫째, 결과와 함께 과정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대부분 금액을 중심으로 나타날 것이다. 최저임금 운동의 결과도 마찬가지로 인상액이 확정된 이후에는 운동의 동력을 상실하곤 한다. 최저임금 인상액이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대중에게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투명성은 비단 최저임금 심의 과정뿐만 아니라 운동에서도 중요하다. 또한, 최저임금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상세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둘째, 최저임금은 상시적 운동이 되어야 한다. 제도상 최저임금 심의가 이루어지는 시기인 4~6월에 최저임금 관련 여론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 시기 더 나은 투쟁을 위한 준비도 상시로 할 필요가 있다. 최종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부터는 평가와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위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하반기 동안 최저임금 당사자와 이해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개최하여 꾸준히 의견을 취합하거나,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등을 진행해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최저임금이 비단 임금 인상을 넘어 사회임금으로 의미가 있다는 인식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운동은 결국, 을乙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중요한 동시에 프랜차이즈, 영세자영업자에게도 중요하다. 임대료, 치솟는 물가(재료비)와 공공요금, (프랜차이즈인 경우에는) 가맹비 등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자영업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되곤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이 일자리위원회에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 관련 제도 개선 건의안’을 제출한 것과 같은 적극적인 연대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의 목적과 대상을 되돌아봐야 한다
최저임금의 목적은 ‘생활 안정’을 포함한다. 또한, 최저임금은 사회 양극화 해소와 임금 격차 해소에 중요하다. 최저임금의 목적과 대상도 명확하다. 누군가는 간혹 최저임금 논의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언급하며 계영배戒盈杯 정신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 양극화는 거대 자본들의 끊임없는 과도한 이윤 추구로 나타난 것이다. 이미 그들의 잔은 7할을 넘어서고 흘러내리는 것마저 막고 어떻게든 가져가려고 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의 삶은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다.
가장 근본이 되는 헌법 그리고 최저임금법을 통해 그 목적과 대상을 되돌아봐야 한다. 헌법 제32조에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라고 명시하는바, 현재 최저임금이 적정 임금인지 봐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법 제1조(목적)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는바 생활 안정을 꾀했는지,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부분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을 때, 최저임금은 사회임금으로의 가치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며,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의 진정한 연대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