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병과 돌봄 노동자의 건강 위험
박고은 센터 정책연구위원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며 지난 1년여간 많은 부문이 비대면 방식으로 재편되어 왔지만, 사회 유지를 위해 여전히 대면 업무 수행이 필수 불가결한, 그리하여 멈추지 않는 노동 세계가 존재한다. 이들은 최근 필수 노동자, 최전방 노동자 등으로 불리고, 돌봄, 보건의료, 물류 및 운송 부문 등의 종사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이면서 코로나19 재난 속 감염 위험을 가장 많이 경험한 부문 중 하나가 요양보호사를 포함하는 돌봄 노동자이다. 2021년 1월 7일 기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산재 신청 건 가운데 산재 인정을 받은 사례는 총 134건이다. 이 중 요양보호사가 29건, 간호사 24건, 환경미화원과 물류센터 노동자가 각 11건 등으로 나타났다.1)
돌봄 노동자는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최전방으로 여겨지는 의료시설 등 다양한 시설에 종사할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또한 교대제, 시간제 등의 형태로 출퇴근하고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코호트 격리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격리된 공간에 들어가 돌봄 공백을 메우며 긴급 돌봄을 제공하기도 한다. 다양한 노동 공간에서 대면 업무로 인한 감염 위험을 경험하고 있는 돌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국가로부터 충분히 보호받고 있을까?
돌봄 노동자는 노동 과정에서 대상자들과 밀접 접촉을 수행하며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그런데도 의료시설 종사자만 백신 접종에 우선 포함된다거나 방호복 등 보호 도구가 차별 제공되는 등 위험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조치로부터 충분히 포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난달 여수에서 확진된 요양보호사는 시설종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1차 백신 접종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1월 생활격리시설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들 즉, 감염 위험이 높은 대상자들을 돌보다 요양보호사 두 명이 확진되기도 했다. 이때 의료폐기물인 방호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흡성, 질이 떨어지는 방호복이 제공되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돌봄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는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에서 나타난 특수한 위험보다는 오랫동안 경험해온 위험이 확대 또는 재생산된 결과이다. 필수 노동자 보호를 위한 조례를 최초 도입한 성동구에서 필수 노동자의 노동 및 공적지원제도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병 국면 속에서 돌봄 노동자는 감염 위험뿐만 아니라 노동 강도는 심화되고 법정휴게시간 및 연차사용 등 기본적인 휴식권은 더욱 제한된 것으로 나타난다.2) 방역 업무 등 새로운 업무가 증가한 한편, 외부 인력이 통제되는 과정에서 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험에 대응하는 대체인력 제도 및 안전보건 조치의 공백, 소득보장 제도의 부정합성으로 돌봄 노동자는 사회보장 제도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방문 돌봄 부문에서 마스크 등 기본적인 방호 장비도 제대로 조달되지 않고 있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으며, 백신 접종 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고위험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병 노동자조차도 접종 대상이 아닌 예비명단으로 포함되었다.
이와 같은 노동 과정에서의 건강 위험 및 그에 대한 제도적 안전망 부재는 이전부터 문제로 제기되었던 것으로 재난은 이러한 노동자 보호 문제 심각성과 그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문제를 더욱 가시적으로 드러냈을 뿐이다. 그동안 돌봄 노동자는 사회서비스 부문에서조차도 업무 범위 외 다양한 초과 노동 요구, 현실과 부합하지 않은 인력 배치 기준 문제 등으로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하고, 관계적 노동 특성을 고려한 대체인력 제도 부재 등으로 법정 휴게시간 및 연차휴가 제도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워 기본적인 휴식권도 제한되는 것으로 지적되어왔다. 돌봄 노동자는 사람을 대상으로 물리력 사용이 요구되는 업무 특성상 근골격계 질환 경험이 빈번하고, 노인성 질환 등 건강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접촉 업무를 수행하는 특성상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뿐만 아니라 대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부과되는 감정 노동, 직무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적 질환을 경험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폭언, 폭행, 성희롱 등 대인적 재해 경험이 만연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돌봄 노동자는 다양한 건강상 위험을 경험하고 있으나, 이에 대응하는 산재 안전망은 사전 예방적, 사후 보상적 측면에서 모두 부정합성을 갖는 것으로 지적되어왔다.3)
따라서 코로나19 감염병 국면 속에서 사회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노동을 수행하는 돌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 정책이란 이들이 이미 경험해오고 있던 오래된 위험의 제도화된 구조를 해체하는 방향과 다르지 않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발견되는 돌봄 노동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등의 부족은 결과적으로 그 양상이 변주되었을 뿐 기존에 이들이 경험해온 노동 환경과 산재 안전망 간의 부정합성 구조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예방적 차원에서는 시설 중심으로 설계된 현재의 산업안전보건 조치의 한계를 고려하여 방문 돌봄 부문에 적합한 예방 지침 및 안전보건 교육이 마련되어야 하며, 돌봄 노동자 건강 보장에 있어 중요한 행위자인 수급자 대상의 교육도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대인적 재해 예방 및 피해 약화를 위해 명문으로만 존재하는 작업 중지권 및 업무 배치전환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지자체의 근로감독 역할 강화 등이 종합적으로 실시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돌봄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건강 위험의 문제는 이들의 낮은 직업 지위, 높은 고용/소득 불안정성 문제와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돌봄 노동자가 호소한 3개월, 6개월 단위 근로 계약 쪼개기 또한 이용자 수급이 중단되면 고용도 즉각 중단되어 1년 단위 근로 계약 기간도 무의미했던 기존의 고용 불안정성이 더욱 극대화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정성은 돌봄 노동자로 하여금 최소한의 안전 및 건강 보장을 위해 마련된 공적지원 제도들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팬데믹이라는 재난 속에서 그동안 돌봄 노동자의 노동 조건 및 노동 환경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을 미뤄온 결과 이들이 가진 취약성이 어떻게 재난을 만나 더욱 확대되었는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재난은 이들이 경험하는 기본적인 건강권 제약의 심각성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유지 필수성이라는 관점에서 이들의 건강한 노동이 갖는 사회적 가치에 관한 관심 및 인식을 환기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는 그동안 상품화된 시장에 맡겨져 담보되어 온 돌봄 노동자의 안전한 노동 및 건강한 삶을 위해 국가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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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BS (2021.01.27.). ‘요양보호사’ 코로나19 산재 1위…“확진 시 대응 매뉴얼, 보호 대책 필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04667
2) 이승윤, 백승호, 박고은, 김규혜, 박성준, 2021, 『성동구 필수노동자 실태조사 및 지원 정책 수립
3) 박고은. 2020, “여성 재가 요양보호사의 산재안전망 경험에 대한 연구: 산업안전보건 및 산재보험 제도를 중심으로”, 『한국사회정책』, 27(3), 131-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