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안전망연구센터 소장
위기를 탈피할 수 있는 마중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노동시장 구조와 고용 안전망의 취약성을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2000년대 이후 고용형태와 기업 규모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심화해온 가운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대변되는 종속적 자영업자 확산과 플랫폼 노동으로 대변되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고용보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양산해왔다. 노동시장 취약계층은 코로나19 위기와 같은 사회적 위험에 더욱 노출되어 있으나 전통적인 고용 안전망인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도 배제되었다. 다만 현 정부는 출범부터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포괄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을 지속해서 제시해왔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양한 ‘일시적’인 지원 방식(예컨대 고용유지 지원제도 등)과 함께 고용 안전망의 전체적인 체계를 개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 안전망 강화 정책의 추진 과정과 진단
정부가 초창기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정책은 ‘실직과 은퇴에 대비하는 일자리 안전망 강화’이다. 이를 위한 주요 세부 정책으로 ①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 요건을 사업자 등록일로부터 1년 이내에서 5년 이내로 완화 ② 구직급여 소정 급여 일수 30일 확대 및 지급 수준 60%로 인상 ③ 65세 이상 및 초단시간 근로자의 실업급여 수급 요건 완화 ④ 특수형태근로종사자·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⑤ 적용 제외되고 있는 가사 근로자는 서비스제공기관의 직접 고용을 지원하여 고용보험 가입 유도 ⑥ 한국형 실업부조,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 보완적 고용 안전망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 집권 3년 차인 2019년 초반에는 ①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등 중층적 고용 안전망 구축 ② 고용보험 가입 대상 확대 및 가입 지원 ③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를 ‘포용국가 사회정책 추진계획’의 주요과제로 정리하였다.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 일자리 위기 상시화와 이에 따른 실업률 급등으로 인해 고용 안전망 구축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2020년 7월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고용) 안전망 강화’의 두 축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과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살펴보면 여건 변화에 따른 정책 방향과 내용에 일부 수정이 있었지만, 현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고용 안전망 강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본래의 목적은 물론 코로나19 이후의 고용 위기를 탈피할 수 있는 마중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큰 틀에서 보면, 정규직 중심의 고용보험 모델에서 중층의 고용 안전망으로 전환, 구체적으로는 전 국민 고용보험과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정책적 효과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 소득기반 보편적 고용보험으로 전환
전 국민 고용보험은 말 그대로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취업자 일반을 고용보험으로 포섭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2020.12)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산재보험 적용 직종이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중심으로 고용보험이 적용되고(1단계), 2022년 1월부터 플랫폼 기반 노무 제공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원칙 수립 및 플랫폼 대표 직종에 대한 적용(2단계), 2022년 7월부터는 보호 필요성이 있는 추가 대상 발굴 및 적용(3단계)으로 적용 시기를 순차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자영업자의 고용보험에 관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러한 직종별 적용 범위 확대를 위해 정확한 소득 정보 파악 및 보험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소득기반 고용보험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적용 대상 확대는 보편적 고용보험으로의 전환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그 자체가 최종적인 목적이 될 수 없다. 고용보험은 가입과 급여 체계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소득에 기반을 둔 고용보험의 지속 가능한 운영이 ‘보편적인 고용보험’의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적용 대상 확대로 대변되는 ‘적용의 보편성’은 물론, 실직자의 생활 유지를 위한 ‘보장 수준의 적정성’, 그리고 고용보험 기금의 전체적 차원에서 ‘재정 지속가능성’ 간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그 정책적 지향점이다. 다만, 세 가지 정책 목표 간에는 상충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어 단계적 대응이 요구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 국민 고용보험에서는 보편적 적용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위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노동 취약계층을 포섭하기 위한 보편적인 적용은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대상을 고용보험 체계로 포섭하는 과정에서 기여와 급여 간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조세 및 사회보험료를 회피하기 위한 위장 노무 제공자(자영업자)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요구된다. 한편 고용보험은 보충성의 원칙에 따른 사회보장제도이므로 급여의 수급보다 안정적인 취업으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고용보험 체계 전체에서 ‘근로로의 유인’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필요하다. 제도 설계에 있어서도 실업급여가 일했을 때의 소득보다 크지 않도록 설계하는 등 일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급여제도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보완적 고용 안전망으로서 유연한 접근 필요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구직자,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취업 지원 서비스와 생계 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한국형 실업부조라고 할 수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보완적인 고용 안전망을 지향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의 현금성 지원을 경험한 상황에서 일부 수급자들이 구직촉진수당을 재난지원금과 유사한 것으로 오해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전형적인 실업부조와 비교할 때 수급자의 기여와 관계없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득을 지원하며, 지원 과정에서 취업 활성화 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하지만 한국형 실업부조는 단순한 참여자의 소득보장이 아닌 더 나은 일자리로의 취업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현금 급여는 가구가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보충 급여가 아니라 구직활동을 비롯한 활성화 의무 이행이 가능한 수준의 정액 급여로 제공되고, 수급 기간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계속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한시적이며 재참여 제한 기간도 설정되어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양질의 대면 취업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기 힘든 상황을 고려한다면 애초 정책 추진 과정에서 논의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2021년 7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청년층(18~34세)에 한해 취업 경험과 관계없이 소득·재산 요건만으로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예상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 요건에 관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이 악화한 시기엔 소득 보장 측면이 강조되고, 호황기엔 취업 지원 서비스 활성화 정책이 강조되는 ‘자동안정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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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이 글은 필자의 ‘코로나19 위기와 고용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 추진 현황 및 정책 과제’ (월간 《재정동향》 2021년 7월호) 원고를 토대로 수정·보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