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비정규직 정책 '눈 가리고 아웅' 안돼
비정규센터 포럼, “무기계약 전환 함정 벗어나야”
서울시의 ‘비정규직 정책’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른바 ‘무기계약직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주최로 12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손에 잡히는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 함께 만들어 봐요’ 노동포럼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량권을 발휘해 간접고용을 포괄하는 비정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이겠다는 시도는 날로 심각해지는 비정규직 차별을 축소하는 돌파구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 2천800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 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구상에 대해서는 우려를 내비쳤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비정규직 대책은 현행 비정규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고, 서울시도 2년 이상 상시근무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방식은 ‘무늬만 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에 불과해 더 큰 차별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방식이 고용 유지를 대가로 임금·복지·승진·호봉의 차별은 고착화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관련 부처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정규직화'라는 애매한 처방으로 급한 불은 껐다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근원적으로 해결된 건 없다”며 “겉으로는 공무원수 줄이기라는 대중영합 정책을 쓰면서, 늘어나는 행정수요를 값싼 인력으로 메우는 공공 인사관리제도의 개혁을 위해서라도 현재 실시되고 있는 무기계약직 전환방식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암초는 ‘간접고용’이다. 공공부문의 경우 기간제는 줄어들고 간접고용인 파견직과 용역직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김 교수는 “비정규법의 영향과 함께 참여정부 때부터 공공부문에서 실시된 총액인건비제와 경영평가제가 눈에 뵈는 인건비 절감책에 치중하게 만들면서, 직접고용 '인건비'를 간접고용 '사업비'로 바꾸는 편법을 조장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박원순 시장은 공공부문 고용구조의 미래상을 마련한다는 적극적 자세로 간접고용을 비정규 대책의 초점으로 삼고, 현업·기능 업무에 대한 차별적 발상에서 벗어나 공공부문 고용창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적어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비정규직 대책, 무기계약직 몇 명 전환시키고 더 열악한 간접고용 확산에는 눈 감는 정책 수준은 넘어서기 바란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