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차별 없는 세상속으로' 칼럼]
새누리당은 우클릭!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좌클릭?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최근 대표적인 노동자 밀집도시인 울산을 찾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중요한 공약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2015년까지 공공부문의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부산에선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까지 호언했다. 부자 감세로 대표되는 민생 외면 정당인 옛 한나라당을 떠올리면 파격적인 방향전환이다. 집권 여부를 떠나 어느 정당이든 이 공약을 실천한다면 민간부문에도 상당한 청신호를 줄 수 있고,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분기점을 만드는 호기가 될 수도 있다. 한데 믿을 수 있는 약속인가.
우선 울산은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이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불법파견으로 판명난 자동차 사내하청을 위시해서 가장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세계 굴지의 조선소도 있다. 이런 곳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사내하청과 불법파견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건 이율배반이다. 찾아보니 울산지역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발표한 합동 공약에도 비정규직 관련 내용은 쏙 빠져 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과 현대중공업 정몽준 회장 일가의 그림자가 도처에 어른거린다. 결국 자당의 현역 국회의원에게 법을 지키도록 계도하기만 해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엉뚱한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책을 전면에 내세워 악질 사용자를 감싸안으며 지역여론을 호도하는 꼴이다. 이러니 신뢰하기 어렵다.
지난 3월20일 학술단체협의회·민변·한국노총비정규직연대회의·지역비정규노동센터네트워크(준) 등 9개 학술·사회단체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비정규직 권리입법 내용과 관련해 여야 5개 정당(새누리당·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녹색당)이 보내온 답변 내용을 취합·분석해 발표했다. 야당들과 달리 새누리당은 거의 모든 항목에서 비정규직 권리입법을 반대 혹은 거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차별시정 신청권의 노조로의 확대, 도급과 파견의 구분기준 법제화와 불법파견시 직접고용 의제,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한 것을 보면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공언해 온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말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정책은 반노동인데, 정작 그 당의 대표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외치고 다니니 아무리 선거국면이라지만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 일이다.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총선 공간에서 안타깝게도 900만명에 이르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문제는 복지나 재벌개혁, 한미FTA 찬반 만큼 아직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그저 립서비스 선거구호로 활용되면 그만인가. 지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질곡 속에 놓인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을 떠올린다면 여야 할 것 없이 실질적인 문제 개선방도를 찾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심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