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복직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라며 투쟁한지 벌써 3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러나 쌍용차 노동자들의 절박한 절규의 외침은 정부와 국가 공권력의 살인진압에 철저히 짓밟혔고, 3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저희들이 외쳤던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은 현실이 되었고 ‘더 이상 죽지말자’고 매번 다짐도 했지만 동료와 가족들의 죽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죽음의 참혹한 광경을 두고만 볼 수 없어 ‘더 이상 죽이지 마라’며 작년말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 희망텐트를 설치하고 한겨울을 차가운 아스팔트위에서 보냈지만 그 후에도 3명의 동료가 죽음을 선택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 지, 어떻게 하면 죽음을 막을 수 있는지 막막했습니다. 이때 백기완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시국회의’를 제안하여 쌍용차 스물 두 분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범국민추모위원회(범국민대책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대한문 분향소로 찾아오는 수많은 발걸음에 저희들은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투쟁하는 민주노총과 많은 시민사회단체 동지들, 더 이상 죽음을 막자며 나서주신 5대 종단 종교인들,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활동해주시는 문화예술인들, 가장 씩씩하게 연대해주는 청년학생 동지들, 말없이 대한문 분향소에서 생활하는 저희들을 보살펴주는 수많은 시민들의 힘으로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이렇게 쌍용차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주신 수많은 분들의 힘으로 지난 9월 20일 쌍용차 회계조작과 부당한 해고,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히는 쌍용차 청문회를 열 수 있었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성과로 수많은 분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청문회를 통해 쌍용차의 ‘기획부도’와 ‘회계조작’ ‘불법적 정리해고’의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입만 열면 거짓말로 일관하는 쌍용차 이유일사장, 노동자의 얼굴에 테이저건을 쏘고도 빗나간 것이라며 노동자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저들을 단죄하지 못했습니다.
22명의 죽음이 저들은 보이지 않은 모양입니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은 모양입니다. 청문회를 통해 쌍용차의 법정관리가 기획되었고, 정리해고가 부당한 것이었다고 밝혀졌음에도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코엔카 사장은 “해고자 복직은 어려우며, 해고자 문제가 계속 쟁점이 된다”면 쌍용차의 미래가 없는 것처럼 겁박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쌍용차 국정조사 요구에 반대로 일관하고 있고, 새누리당 이완영의원은 “해결책이 없는 쌍용차 문제 다루지 말자”고 합니다.
해고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고 해결책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저희들은 도대체 어찌하란 말입니까? 2009년 파업이후 연락조차 두절된 수많은 해고노동자들은 어쩌란 말입니까? 정혜신박사의 말처럼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절망이, 이 사회에서 어떤 해결책도 마련하지 않는 현실이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말이 또다시 현실로 나타나야 한단 말입니까?
저희들은 더 이상 죽을 수도, 죽어서도 안 되며, 살아서 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희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투쟁조차 할 힘을 잃고 고립되어 죽음으로 내몰리고, 그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그래서 살아서 공장으로 돌아가 일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2009년 파업에 연대하신 수많은 동지들, 폭설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정문을 굳건히 지켰던 희망텐트 투쟁에 연대해 주신 동지들, 대한문 분향소에 함께 눈물을 흘리며 싸웠던 동지들의 노력과 정성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주십시오. 부당한 구조조정의 희생자이신 스물 두 분의 희생자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해주십시오.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하시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할 수 있는 힘을 모아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2012년 9월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