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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이 남긴 빵을 우걱우걱... 왜 이러는 걸까요
['비정규직 없는일터' 촛불행진③] 비정규직 노동자의 '골든타임'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 만들기 1천만 선언운동'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 낮은 곳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우리 사회의 맨 밑바닥에서 핍박받고 홀대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반드시 개선시켜보자고 많은 이들이 맘과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10월 27일 '10만 촛불행진'을 준비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 위한 마음을 모아봅니다. [편집자말] |
민혁(가명, 남, 22세)은 커피숍에서 일을 한다. 초면에 반말로 주문하는 '진상'들을 상대하며 커피를 내린다. 하루 8시간 꼬박 일을 해서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75만 원. 1시간에 수십 잔의 커피를 뽑아서 '사랑하는 고객님'께 판매하지만 그의 시급은 4580원. 이 시급으로는 그가 만들어내는 커피 한 잔도 마실 수 없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1시간 30분어치의 노동력 비용을 사용할 수 없는 그는 편법을 택한다. 고객님이 남긴 음식을 먹는다. 설거지를 하면서 그릇에 남은 빵을 우겨넣고 있자니, 대체 왜 이러고 있나 싶다. 사람이 자의식을 상실하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는데….
며칠 뒤에는 함께 일하던 매니저가 하지정맥 수술을 받게 되어 퇴사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마땅한 쉬는 시간도 없이 꼬박 서서 일했으니 다리가 멀쩡한 게 이상하다. 산업재해로 처리했냐고 묻자 '그건 뭐냐'는 답변이 돌아온다. 빌어먹을.
병훈(가명, 남, 20세)은 금융회사의 텔레마케터로 일한다.
"진상의 1단계는 짜증만 내는 고객. 2단계는 욕지거리 좀 섞으며 통화하는 고객. 3단계는 인신공격을 하는 고객. 끝판왕은 위에 나열된 모든 걸 갖추고 윗사람 바꾸라는 고객. 심지어 욕을 퍼붓다가 '너 아버지 뭐하는 인간이야?'라는 사람도 있었어. 나 참 어이가 없어. 대체 자기가 뭐라고 내 아버지의 신원을 조회하는 거야."
그는 얼마 전 노동청에 임금체불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교육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첫 달 월급을 50만 원밖에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최저임금으로만 잡아도 45만 원 정도의 금액이 체불된 것이다. 번쩍거리는 재벌 기업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회사에서 참 치졸하게 군다.
하지정맥 수술, 산업재해로 처리했냐 물으니... "그건 뭐냐?"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1시간 30분어치의 노동력 비용을 사용할 수 없는 그는 편법을 택한다. 고객님이 남긴 음식을 먹는다. 설거지를 하면서 그릇에 남은 빵을 우겨넣고 있자니, 대체 왜 이러고 있나 싶다. 사람이 자의식을 상실하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는데….
며칠 뒤에는 함께 일하던 매니저가 하지정맥 수술을 받게 되어 퇴사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마땅한 쉬는 시간도 없이 꼬박 서서 일했으니 다리가 멀쩡한 게 이상하다. 산업재해로 처리했냐고 묻자 '그건 뭐냐'는 답변이 돌아온다. 빌어먹을.
병훈(가명, 남, 20세)은 금융회사의 텔레마케터로 일한다.
"진상의 1단계는 짜증만 내는 고객. 2단계는 욕지거리 좀 섞으며 통화하는 고객. 3단계는 인신공격을 하는 고객. 끝판왕은 위에 나열된 모든 걸 갖추고 윗사람 바꾸라는 고객. 심지어 욕을 퍼붓다가 '너 아버지 뭐하는 인간이야?'라는 사람도 있었어. 나 참 어이가 없어. 대체 자기가 뭐라고 내 아버지의 신원을 조회하는 거야."
그는 얼마 전 노동청에 임금체불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교육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첫 달 월급을 50만 원밖에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최저임금으로만 잡아도 45만 원 정도의 금액이 체불된 것이다. 번쩍거리는 재벌 기업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회사에서 참 치졸하게 군다.
하지정맥 수술, 산업재해로 처리했냐 물으니... "그건 뭐냐?"
▲ 서울 구로구의 한 패스트푸드점. 최저임금(4580원)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한 한 청년이 주문하는 곳을 바라보고 있다. | |
ⓒ 이주영 |
지민(가명, 여, 29세)은 공기업의 계약직으로 근무한다. 하루는 성질이 바짝 오른 민원인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다른 부서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사업인데 책임 소재가 밀리고 밀려서 결국은 그녀에게 전화가 돌아온 것이다. 민원인 입장에서야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으니 온갖 성화를 쏟아냈다. 하지만 회사의 말단 계약직인 그녀가 할 수 있는 답변이란 것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참다 못한 민원인이 그녀의 '계급'을 묻는다.
"아, 너는 커피나 뽑는 그런 애구나."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진다.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서 쏟아지는 눈물이 아니다. 그의 말이 다 맞다. '커피나 뽑는 애'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서러움에 눈물이 쏟아진다.
화진(가명, 여, 32세)은 방송사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한다. 복사, 팩스, 커피, 엑셀, 타이핑, 기획 등 직장의 모든 잡무와 실무, 업무를 다 처리한다. 하루는 회사 앞으로 큰 택배가 날아왔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파견직의 신분으로 낑낑거리며 물건을 가져왔다.
박스에 담긴 물건은 당시에 갓 출시된 아이폰이었다. 회사의 창조력을 강화하고 스마트한 직장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지급된 물건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모든 직원들의 책상에 아이폰을 가져다 놓았다. 딱 한 개의 책상에는 아이폰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녀의 자리였다. 파견직으로 '굴러들어온' 직원에게 지급될 아이폰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1시간'... 희망의 촛불을
▲ 6월 18일 문재인 후보는 서울 구로구 소재의 한 편의점에서 1시간 아르바이트 체험을 가졌다. 문 고문이 받은 돈은 2012년 최저임금인 4580원. 40분 동안 받은 교육 시간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 |
ⓒ 남소연 |
IMF를 유산으로 이 사회의 모든 절망을 물려받게 된 청년들은 비정규직이라는 늪에 빠져 자기 존재의 상실을 경험한다. '청년 세대'와 '비정규직 계급'의 정체성을 한 사람이 갖게 되면 어찌 이리 비참해질 수 있단 말인가.
골든타임 : 중증외상환자의 생존이 결정되는 1시간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를 지켜보며 나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청년들의 삶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 '골든타임'에 진입한 것은 아닐까.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하면 이 환자를 살릴 수 없다. 노동자의 투쟁과 희생으로 버텨온 증오의 시대를 끝마치고,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가능성은 지금 이 순간만이 유효하다. 그야말로 초응급 상황이다.
청년이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이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망이 지속되는 이 땅에서 정의는 요원하다. 그러하기에 나는 이 지면을 빌어 희망의 가능성을 말하고 싶다.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가질 수 없는 '이미 행복한' 회장님에게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필요없겠지만, 지금보다 더 나빠질 여지가 없는 우리들에게 남은 것은 한자락의 희망뿐이다.
희망의 근거를 발견한 순간으로, 10월 27일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10만 촛불행진'을 기억하자.
▲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 만들기 10만 촛불행진' 포스터 | |
ⓒ 비정규직없는일터와사회만들기공동행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