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2일 서울시립대에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시립대분회가 출범하였다. 서울시립대는 올해 초 반값등록금을 시행하여 뭇 대학생들의 부러움을 샀던 적이 있다.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운영위원장(사립대학에서 이사장과 같은 위치)으로 있는 대학이지만 시설관리노동자들의 처지는 다른 학교와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고용승계나 휴게시설 수준은 다른 학교에 비해 훨씬 열악하다. 센터에서는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이 어떻게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는지 만나서 직접 물어보았다. 인터뷰는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으며 서울시립대 분회 윤세현 분회장님과 윤명애 부분회장님, 박주식 사무국장님과 서경지부 김진랑 조직차장님과 함께 진행하였다.(답변자명은 시립대분회로 통일하였다.) |
센터 : 일단 노조가 출발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 수 있을까요?
시립대분회 : 서경지부에서 학생들과 같이 활동하는 전략조직화 사업단이 있어요. 처음에는 서경지부 전략조직화 사업단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작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중요한 계기가 올해 7월 중하순에 있었어요. 서울시에서 청소용역 노동자들에 대한 조사사업이 있었거든요. 시립대도 서울시 소속이기 때문에 조사사업을 같이하게 되었죠.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서 조사사업을 진행하였고, 시립대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알게 되었죠. 이후 2차 휴게 방문을 진행하면서 노동조합을 같이 하자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구요.
저희 노동자들은 윗사람으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많이 받았어요. 반장이라는 사람이 심한 언어폭행을 했어요. 말끝마다 “짤러” 해가면서 일을 시키고, 완전 소·돼지 취급을 하고, 그래서 저희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출발을 하게 되었죠.
저희 복지시설에도 문제가 많았어요. 미화원들을 위한 제대로 된 휴게실이 없었거든요. 또 하나의 문제는 고용불안이에요. 저희는 1년에 1번씩 계약을 치러요. 그런데 웃긴 점은 관리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이력서를 받지도 않아요. ‘네가 뭐를 잘못했으니 안 쓰겠다.’ 이것도 아니고, 마음에 드는 사람은 전화로 이력서를 써오라고 이야기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한테는 전화도 해주지 않는거죠.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해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어요. 노조 만들기 전에 학생들이나 서경지부에서 힘을 많이 실어주었어요. 또 다른 학교에 있는 시설노동자분들도 힘을 많이 실어 주었구요.
센터 : 근무조건이 굉장히 열악하다고 들었는데요.
시립대분회 : 휴게실의 경우 정말 심각해요. 물론 잘 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요. 쉼터 자체가 부족한 곳도 있구요. 지금 저희가 있는 쉼터 대다수가 경비실로 쓰던 곳을 쉼터로 쓰고 있어요. 거기는 학생들도 왔다가니까 제대로 쉴 수가 없지요.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경비실에 물어보듯이 저희한테 물어보기도 하구요. 거의 저희가 경비역할도 대신하는 거지요. 특히 여성분들의 경우 좁고 열악한 공간, 지하실이나 화장실 같은 곳에서 쉬시는 분도 있어요.
시설팀의 경우는 고용 형태의 문제도 심각해요. 그 분들은 1년 마다 계약을 하는데 그 1년 중에서도 3개월은 수습기간으로 사용하는 초단기 계약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센터 : 청소노동자분들이 몇분 정도 계신거지요?
시립대 분회 : 전체 노동자는 63명이고, 그 중 24명이 가입을 했어요, 거기에 시설팀에서 일하는 분들까지 가입해서 지금 30여명 됩니다. 시설팀은 처음부터 같이 한 것은 아니고, 저희가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니까 같이 하겠다고 해서 함께 하게 된 것이지요.
센터 : 10월12일 출범을 하셨는데 그 후 학교나 업체쪽 반응은 어떤가요?
시립대 분회 : 학교나 업체 측의 반응은 좋지 않아요. 비정규직이라 그런지 노동조합도 인정을 안하는 분위기에요. 오늘은 저희가 서경지부에 있는 분회들 운영위원회가 있어서 지금 여기 온거잖아요. 노조활동을 하는 거니까 유급휴가 식의 공가로 처리해달라는 공문을 서경지부에서 보냈어요. 그런데도 업체에서는 종이를 주면서 외출 아니면 조퇴 아니면 휴가로 써서 나가라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저희는 회사에서 쓰라는 것을 안 쓰고 ‘어쨌든 우리는 오전에 근무를 했으니까 오후는 너희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하고 나왔어요.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당연히 내보내줘야 하는 건데 그런 식으로 나오는 것도 노조를 탄압하는 거죠.
어제 저희가 시설팀 노동자분이 해고 관련한 문제가 있어서 학교와 면담을 하러 갔었어요. 그런데 학교 시설과에서 면담을 거부당했어요. 처음에는 다른 문제로 트집을 잡더니 직원들이 ‘용역회사 가서 이야기 하지 왜 여기에서 이야기하느냐’는 굉장히 무책임한 말들을 하더라구요. 이전에 저희 서경지부에서 학교에 찾아가면 ‘우리학교만큼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잘 되어 있는 곳이 없다.’라고 직원들이 이야기 했었는데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은거죠.
센터 : 2가지 정도만 더 여쭤볼께요. 이후 투쟁계획이나 있으신가요?
시립대분회 : 노조원들이 똘똘 뭉쳐가지고 학교를 압박해나가면서 하나하나 숙제를 풀어나가려고 계획 중이에요. 고용승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합니다. 특히 시립대의 경우 서울시 산하 기관인데 서울시에서 직접 와서 직접고용을 해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노력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비정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은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실제 서울시에서 관할하는 곳에도 문제가 많고요. 그래서 서울시에서 이런 곳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받는 문제도 중요하지요. 아예 노조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오늘 같은 경우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 사실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잖아요.
일단 학교 사무처장님께 다음주 화요일에 직접 뵙고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공문을 보내놓았어요. 어제 저희가 면담 거부당하고 한 것도 있어서 처장님을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빠르겠다는 생각에서 신청을 한 거에요.
센터 : 마지막으로 다른 노동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분회장 : 현재 저희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 분들이 다 한 사람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안 들어오고 있어요. 그 사람만 없으면 다 들어올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은 저희가 하나라도 잘못하면 그 노동자를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자기 마음대로 옮겨요. 힘든 건물로. 그런 것들을 없애기 위해서 저희 노동조합이 출범을 한 겁니다. 복지시설과 앞으로의 고용승계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려고 준비 중이니까 지켜봐주세요.
부분회장 : 저희는 다 똑같은 마음이에요. 높은 사람들의 횡포가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 그런 횡포에 많이 가슴 아프고 다치는 사람들이 청소하는 분이잖아요. 그런 높은 사람들이 지금 있는 사람 말고 똑똑한 사람들로 대체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사무국장 : 일하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편해야 직장을 내 집같이 학생들을 내 자식같이 열심히 일을 하기 마련인데 그런 조건이 안 되죠. 저희는 학생들 눈치도 봐야 되고, 높은 사람들 눈치도 봐야 되고,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 눈치도 봐야 하는 등 여러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나하나 노력하면 잘 될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