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가만나러갑니다(9)] 노동자들, 희망의 케이블을 설치하다_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를 만나다
센터 공지 조회 수 6547 추천 수 0 2013.02.28 18:55:56
지난 2월 18일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이하 ‘케비지부’)가 공개활동에 돌입하였다. 이들은 수도권 최대 규모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앰의 22개 협력업체에서 A/S·설치·철거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다. 오랜 기간 노조를 준비해온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공개활동을 시작한 후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간 폭발적인 가입신청이 들어오고 있으며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한 ‘더불어 사는 삶! 케이블방송 공공성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출범한 상황이다. ‘센터가만나러갑니다’에서는 ‘케비지부’ 김영수 지부장을 만나 노조설립 과정과 요구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
‘케비지부’가 결성되기까지 경과를 말씀해주세요.
저는 2~3년 전부터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이하 ’씨앤앰지부‘)’의 활동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어요. ‘씨앤앰지부’에 노조가 생기고, 활동하는 과정들을 봐왔지요. 그러던 중 2년 전 한 업체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어요. 하지만 업체 하나에서 씨앤앰 본사를 대상으로 싸우기에는 위험부담이 컸지요. 이런 상황을 희망연대노동조합 본조가 인지하고, 씨앤앰 산하의 21개 협력업체 실태에 대해서 조사를 했어요.
조사 결과 각 업체들의 실태들이 비슷하다는 결과를 얻었어요. 물론 더 열악한 조건에 있거나 특이한 조건에 있는 업체들도 있었지만요. 전반적으로 고용의 불안정성이 심각했고, 관행적으로 진행되어 오던 불법적인 점들이 발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상황을 그냥 놔두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고, 노조를 만들어야겠다는 판단을 희망연대노동조합에서 한 것입니다. 이후 각 협력업체에서 이전부터 노조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 모였어요. 집중적인 논의를 한지는 6개월 정도 되었지요.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현재 노조에 가입하는 분들이 상상외로 많아요. 설립직전에 몇십 명이 모였던 것인데 현재는 몇백 단위로 불어났고, 계속 늘고 있는 추세에요. 이는 이전까지 저희의 처지가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대대적인 노조설명회를 한 것도 아닌데 많은 분들이 집단가입이나 개별가입의 형태로 가입하고 있으니까요.
처음 노조가 공개활동을 시작한 후 업체사장들과 관리자들은 노조를 막고자 백방으로 뛰어다녔어요. 자기 사람들을 통해서 ‘노조를 하면 안 된다.’고 전파를 한 것이지요. 그렇다보니 노조와 만나기 전에 사측으로부터 먼저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이 노조에 대한 이해나 동의가 조금 늦는 것이 사실입니다. 노조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분들은 계속해서 가입을 하고 있지요. 지금 이 상태로 간다면 특별한 것 없이 조합원과 비조합원 모두가 동의하고, 같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 가입을 하지 못하신 분들도 투쟁의 본질을 알거나 ‘조합이 이렇게 가는 것이구나.’라는 점을 이해하시면 더 많이 동참을 할 거예요. 그런데 현재는 이를 설명할 수 없는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없어요. 물론 저희가 ‘이런 설명을 하니 오세요.’라고 해서 다들 노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 분들이 궁금해 하고, 이해하기 시작해야 가능하겠지요. 그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리려고 합니다.
이제까지 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은 결성초기부터 많은 탄압을 받고, 와해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케비지부’의 경우는 다른 것 같아요.
6개월 전 협력업체에서 의지를 가지고 계시던 업체별 대표들이 모여 상황공유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다들 너무나 열악하고, 힘든 조건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지요. 회의 자리에서 ‘내일이면 그만두겠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구요. 다들 절박한 심정들이 있었는데 이걸 표출할 공간이 없었던 것이지요.
저는 제일 중요한 점이 노조에 가입하는 숫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현재 노조에 함께하고 있는 분들 중에서는 저보다 더 열의 있는 분들도 계시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계신분도 계셔요. 이런 다양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이 싸움은 개별업체들과의 문제도 있겠지만 씨앤앰 본사와의 문제가 핵심일 듯 한데요.
협력업체 사용자들이 현재의 기득권의 일부를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맞아요. 주식회사라고 하면서 개인의 회사인양 권력을 행사했던 점들이 있지요. 하지만 저희는 업체사장들이 다 그만두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상생하자고, 내년·내후년에도 함께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어 협력업체들은 지표와 등급제라는 틀에 갇혀있어요. 지표라고 하는 것은 영업, 설치, A/S 등의 약 36개의 지표를 이야기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등급을 매겨요. 그래서 D등급을 3번을 맞으면 업체를 퇴출하겠다고 씨앤앰 본사가 이야기해요. 이는 고용의 불안정성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지요. 회사전체가 나가라는 것이니까요.
협력업체 관리자들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겠네요.
이렇다보니 사장부터 현장 노동자들까지 지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 해요. 일반적인 사업을 하는 사장이라면 아침에 ‘잘 다녀오십시오. 오늘 하루 조심하십시오.’나 ‘힘드신 것은 없지요.’ 같은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사장이나 관리자가 아침부터 하는 소리가 ‘하루에 하나씩 해오십시오. 영업을 해야 합니다.’에요. 사장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현장의 노동자들은 압박을 받지요.
저희는 이런 방식보다는 씨앤앰 본사와 이야기하여 합리적인 영업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한만큼 받고, 자신의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을 누릴 수 있어야 해요. 또한 회사도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분위기가 아니라 사업을 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돈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 이것이 저희 ‘케비지회’ 노동자들의 바람이에요.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변화들이 시작되고 있어요. 이전까지 협력업체들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 제가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사장단에서 노조를 뒤에 놓고, 씨앤앰 본사를 압박하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해요. ‘노조까지 생겼으니 못해먹겠다. 문제를 해결하라.’고 이야기 하겠다는 것이지요. 저희도 바라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이나 이 투쟁을 지지하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이미 저희 ‘케비지부’는 만들어졌고, 저희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조합에 함께하시는 분들에게 말씀을 드리고는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라는 것 자체가 위태하고, 불안할 수 있어요. 물론 똘똘 뭉치면 힘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요. 투쟁하는 과정 속에서 제가 다칠 수도 있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라고 봐요. 제가 다치고, 힘들게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감내하고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조합원들은 최대한 다치지 않고, 노조를 통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