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양재동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농수산식품산업 진흥 전문기관으로 2013년 1월 불량 농산물을 대량으로 유통하다 적발된 직원 7명이 징계를 받은 기관이기도 하다. 이 곳 기원지원팀의 한 노동자가 상담을 하다 징계를 받고, 계약해지가 되었다고 한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더불어사는지부 J조합원을 만나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들어보았다. |
한통의 전화, 그리고 징계
2012년 6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센터)에 한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왔다. 친절하게 상담하던 J씨는 민원인으로부터 ‘그런 곳도 모르면서 전화를 받고 있냐.’며 온갖 욕설과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들었다.
이후 7월 6일 aT센터는 악성민원 1건으로 인한 aT센터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파견업체(IPC) 부장에게 J씨의 해고를 요청하였고, IPC는 사실 확인도 없이 해고를 통보하였다. 이에 J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7월 17일 aT기업지원센터, 인사팀, 법무팀, IPC 부장 등이 회의를 거쳐 불친절 응대 사죄 및 재발방지를 내용으로 한 시말서 및 징계성 CS교육을 받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7월 18일 IPC 부장이 J씨에게 사죄시말서 제출 및 징계성교육을 받으라고 지시하였고, J씨는 이를 거부하였다. IPC는 7월 27일 자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3개월 감봉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를 aT센터에 통지하였으나 aT센터 기업지원 팀장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반성각서징구와 징계성 CS교육 실행을 요구했고, IPC는 없는 사실을 지어내어 태도불량 내용의 경고장을 발송하였다.
죄라면 친절하게 상담을 한 것 밖에 없던 J씨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J씨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불친절하게 상담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친절하게 상담을 하려 노력했지요. 그렇기에 회사에서는 위로를 받고, 민원인에게는 사과를 받을 줄 알았어요.”
접수되지 않았던 민원
이후 aT센터 감사실과 J씨와의 면담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올해 1월 28일 진행된 면담에서 감사팀장은 ‘민원이 공식적으로 접수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aT 감사실 청렴혁신팀장이 6월 27일 직접 항의전화를 받았지만, 민원인이 공식적으로 민원접수를 요청하지는 않은 것이다.
더욱이 상담원의 악성민원에 대한 사실 확인 장치도 갖추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화녹취기도 J씨가 문제제기를 한 이후인 2012년 10월에나 설치되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할 수 없고, 정식으로 접수된 민원도 아닌 일 때문에 J씨는 총 4회에 걸쳐 각종 징계성 처분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고, 결국에는 계약해지 통보마저 받아야 했다.
IPC는 계약만료 시점을 한 달여 남긴 시점에 계약해지 통보를 해왔다. 이후 J씨의 1인 시위나 집회로 이번 일이 논란이 되자 IPC는 3개월 감봉된 금액을 다시 지급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3월 4일 계약종료일이에요. 여태까지 문제없이 재계약이 되었기에 당연히 재계약이 될 줄 알았지요. 그런데 ‘퇴직금 줄 테니 사직서를 내라’고 메일이 왔어요. 사직서 양식이랑 함께. 사직서를 안내면 퇴직금을 안주겠다는 뜻인거지요.”
비정규직, 그리고 해고
“저는 단순상담원이 아니라 식품기술 자문업무로 뽑혔어요. 식품기술사라는 자격증도 있고, 실제 전화상담 뿐 아니라 방문상담이나 지원업무 들도 담당했구요. 원래 처음 입사할 때에는 파견직으로 일하고 싶지 않았어요. 다만 6개월만 고생하면 정규직을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사 한 것이지요. 그런데 처음에 말한 6개월이 1년이 되고, 1년이 1년 6개월이 되더라구요.”
비정규직이지만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참아왔던 J씨. 평소에 억울했던 일은 없었을까?
“처음에 회사에 들어왔을 때 연차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어요. IPC에서는 ‘연차는 하나도 없고, 하루를 쉬면 일당을 깐다.’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1년간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했지요. 나중에 aT에 물어봤더니 2011년도에 연차가 6개가 있는데 안 써서 소멸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이번 부당 징계와 관련해서도 J씨는 이전부터 민원처리서류 등 사실 확인을 수차례 요구해 왔다. 그러나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억울하지만 계속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안 쓰려고 하다가 나중에 사죄시말서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었지요. 그래서 aT의 민원관련 내부규정을 물었지요. 그런데 사측에서는 ‘민원에 관해 묻지도 말고, 꺼내지도 마라.’고만 대답했어요.”
1인 시위와 집회 후에야 바빠진 IPC
J씨는 작년 10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IPC 부당징계와 관련해서 진정을 냈다. 그러나 사측의 징계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판결 이후 J씨는 더 이상 개인적인 대응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고, 희망연대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지노위에서는 내가 낸 증거들을 무시하고, 회사가 하는 말만 듣고, 회사가 정당하다고 결정 했어요. 그게 더 억울하더라구요. 노동부는 노동자가 억울하다고 하면 그걸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조사관들은 오히려 ‘왜 공사랑 싸우냐?’며 저보고 이 진정을 취하하라고 수차례 요구해왔어요.”
1인 시위를 시작하고, 2월 5일 집회를 하고 나서야 반응이 온다. 인터뷰 중간에도 IPC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동안 사람 취급도 안하고, 억울하다고 이야기하면 경고를 하는 식으로 대화를 거부해왔었는데 집회 한 번 하니까 연락이 오네요. 웃음밖에 안 나오네요.”
현재 aT센터는 이번 일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이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지노위 결정을 보니 중앙노동위원회 결정도 못 믿겠어요. 법원까지 가야죠. 안 되면 헌법재판소까지 갈꺼에요. 일단 이번 주에는 1인 시위를 하고, 다음 주에도 집회나 1인 시위를 할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