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전쟁, 슈퍼갑 대 을의 연대로 새 판 짜자
진보정의당 '통상임금 관련 긴급 토론회' 개최
김미영 기자(매일노동뉴스 / 201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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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기자 |
통상임금이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통상임금 산정범위를 어떻게 볼 것이냐를 놓고 노사 간 첨예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도 나섰다. 진보정의당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통상임금 관련 긴급 토론회-대법원 판결의 법리적 타당성을 중심으로'를 열었다.
이철수 서울대 교수(법학)가 통상임금에 관한 최근 판결 동향을 발제하고 양대 노총 정책담당자들이 패널로 나와 통상임금 산정범위 논란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통상임금 논쟁에서 소외된 미조직 노동자를 위한 연대전략을 짜자는 목소리도 높았다.
'통상임금=소정근로 대가' 실체적 요소로 접근해야
이철수 교수는 "통상임금의 개념은 '소정근로의 대가'라는 실체적 요소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쟁의 핵심인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라는 지급형태상의 요건은 통상임금의 보조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2011년 제주지법은 15일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교통보조비를 통상임금이라고 판시했다. 이는 대법원의 96년 판결(95다56767)과 대치한다. 당시 대법원은 "유급 출근일수가 15일 이상인 노동자에게는 근속수당 전액을, 미만인 노동자에게는 일할로 계산해 지급한 것은 실제 근무성적에 따라 좌우한 임금이지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교수는 "두 개의 판결이 다르게 보이지만 '소정근로의 대가'라는 실체적 요소를 고려하면 모순적인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할 임금항목을 변동급여 형태로 전환하는 편법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소정근로의 대가를 중심으로 통상임금을 판단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모든 금품은 통상임금"이라며 "수당이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을 경우 '노동가치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불포함시킬 경우 연장근로에 대한 시간당 노동가치가 더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 실장은 "최근 통상임금이 쟁점화되자 한몫 챙기려고 노조에 접근하는 법률브로커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며 "오랜 세월 사업장에서 임금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의 개념과 평균임금·통상임금의 범위가 불명확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유 실장은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현실화하는 것이 우리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을'의 연대전략으로 뛰어넘자
반면에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국사회의 논쟁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상여금 포함 문제 같이 통상임금 산정범위만 쟁점이 되면 결국 슈퍼갑(대기업)과 슈퍼을(대기업 노조)의 담합으로 귀결될 수 있다. 판을 바꿔야 한다. 수퍼갑과 을의 연대 구도로 변화시켜야 통상임금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소장은 "현재 통상임금 논쟁에서 비정규직은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정규직은 93.4%가 상여금을 받지만 비정규직은 33.8%만 상여금을 받는다. 각종 수당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비정규직에게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보다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관행을 바로잡고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이 소장은 "대법원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에서 보듯이 사법적 판단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며 "통상임금 논쟁을 '을의 연대'로 확장해 사회적 고립을 자초해 온 조직노동의 출구로 삼자"고 말했다. 이 소장은 통상임금으로 촉발된 각종 소송비용을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나 최저임금 인상, 실업부조 등 사회연대기금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양대 노총에 대해서도 이러한 전략에 입각해 공세적으로 노사정 대화에 나서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