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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에 하루 17시간 노동…동료는 과로사
[비정규 노동자의 얼굴] <3> 정기만 제화 비정규직 노동자
이상엽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사진), 이혜정 <비정규노동> 편집장
▲ 정기만 제화 비정규직 노동자 ⓒ이상엽 |
나는 올해 쉰이고요. 일한 지는 30년이 좀 넘었어요.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 기술을 배워야 했어요. 그래야 먹고사니까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머니가 "너 양복 일 배울래, 양화점 갈래?"라고 하셔서 양화점을 택한 거예요. 저는 구두 일 말고 다른 일은 해 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저부와 가피 일을 해요. 구두 밑에 창을 붙이는 일을 저부라 그러고, 박음질을 하는 것을 가피라고 해요.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게 되었어요. 사업주들이 저부, 가피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업자 등록을 하게 했거든요. 하지 않으면 일감을 주지 않아요. 개수임금제라고 해서 구두 한 켤레당 돈을 받는 도급 노동자가 된 거죠. 공장장, 디자이너, 재단사, 패턴사들은 관리자여서 4대 보험이 적용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죠. 퇴직금도 못 받아요.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중국산 신발들이 싼값에 몰려들어서 일감이 줄고 있어요. 하청 공장들의 단가 경쟁 때문에 임금이 더 낮아졌죠. 백화점이 수수료를 3%만 낮춰주면 6000원의 여지가 생겨요. 그러면 가피, 저부도 임금 인상을 할 수 있는데 백화점에서 해주질 않아요.
제화 쪽에는 성수기, 비수기가 있어요. 성수기 때는 하루 17시간씩 일을 해요. 새벽 6시에 나와서 밤 11시에 들어가죠. 노동 강도가 높아서 돌아가신 분들도 더러 있어요. 최근에 저부로 일하던 분이 밥 먹다가 쓰러져서 뇌사로 돌아가셨어요. 젊은 사람이었는데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는 만들기 쉬운 구두든 어려운 구두든 한 켤레당 6000원을 받아요. 하루에 20개 만들면 12만 원. 식대·교통비를 빼고 나면 10만 원 정도예요. 10시간 동안 일하고 10만 원 받는 거죠. 30년 넘게 일한 장인도 똑같이 받아요. 4대 보험과 사업소득세를 제외하면 우리에게 남는 돈은 얼마 안 돼요. 구두 한 족이라도 더 만들어야 하니까 휴일이 없어요. 일요일엔 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