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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흥지역 산업공단의 간접고용 실태가 전국 평균보다 훌쩍 웃돌고, 노동조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열악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견노동자 95.7%의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조사됐고, 임금은 134만 원으로 파견노동자 평균임금 163만 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 지역 파견노동자의 90%가 이주노동자로 추정된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속 연구원 등이 참여한 연구진의 조사결과다.
30일 연구진은 안산·시흥지역 파견노동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안산지역에는 실적업체수 기준 214개의 파견업체가 있다. 허가업체수는 245개다. 전국에는 1468개의 파견업체(허가기준 2087개)가 있는데 안산지역에만 14.5%가 몰려 있다. 안산 원곡동에 주소를 둔 파견업체는 무려 163개다. 시흥 정왕동에도 79개다. 불법이주민을 주로 소개하거나, 세금을 탈루한 이른바 불법파견업체도 100여 곳으로 추정된다.
유독 이곳에 파견업체가 많은 이유는 수입이 좋기 때문이다. 파견업체는 중개수수료가 주수입인데 그래서 파견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바라지 않는 면도 있다. 센터가 면접조사한 28세 파견직 남성의 증언이다. “일을 잘한다고 사업장에서 파견으로 일하던 지인을 직접고용하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그 회사랑 파견업체와의 관계 때문에 못 잡았죠.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가 파견업체에서 회사에 찾아와 항의해서 다시 해고됐죠.”
“예를 들어 우리가 100명을 파견하면 2억 원 정도로 보거든요. 평균적으로. 주간만 하는 회사의 경우 평균 인건비가 한 200만 원 정도 되죠. 100명 하면 2억 원이고, 이것의 부가세면 2천만 원이에요. 그러면 그거 3개월 하면 6천만 원이에요. 3개월 해가지고 분기별로 부가세 납부해야 하는데, 그거 안 내봤자 공중분해하면 6천만 원 생기는 거거든요.” - 50대 파견사업주
▲ 안산시에 있는 파견업체들. 사진 속 건물에는 총 4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지도에서 갈무리. | ||
특히 안산지역은 일시·간헐적 업무로 인한 파견이 2만1933명으로 전체 98.7%를 차지했다. 전국 기준 이 파견노동자의 비율은 27.6% 정도다. 이들의 월 평균임금은 134만 원으로 전체 파견노동자 월 평균임금 163만 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연구진은 “안산지역에서의 파견은 초단기간 파견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고 보여지며, 초단기 파견이 계속 반복되며 일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국 산업단지에 고용된 노동자는 총 92만8111명. 이중 반월시화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27.9%다. 안산지역의 반월공단과 시화공업단지에는 2012년 12월 현재 1만5648개 업체, 25만8974명의 노동자가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 노동자의 10명 중 1명이 초단기 파견노동자다. 진짜 사용업체가 물동량에 따라 고용기간을 결정한 임시·간헐적 노동자이면서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노동자다.
“어느 날 잔업 끝나고 녹초가 됐는데 한 11시였나, 갑자기 용역업체 사장한테 전화가 온 거에요. ‘너 내일부터 안 나와도 돼. 너 일하던 라인이 오늘이 마지막이었어.’ 오늘이 마지막이란 것도 너무 황당했고, 못 들었거든요? (중략) 같이 일하던 여자 동생이 있었는데, 너무 황당하니까 나는 욕이 나오는데, 걔는 그런 적 많다면서 별로 놀라지도 않더라고요.” - 28세 정규직 여성(직전 고용형태 파견직)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지난 5월부터 두 달 동안 총 623명의 노동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완료했는데 응답자의 37.9%가 파견업체 소속, 36.9%가 용역업체 소속, 15.0%가 사내하청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경우 파견업체 소속이 51.5%로 나타났다. 시설관리 일을 한다는 노동자의 75.2%가 용역회사 소속이었다. 소속회사를 모른다는 응답자가 전체 10.3%나 됐다.
응답자의 45.4%는 파견업체 구인광고를 보고 일자리를 얻었다. 구직경로로 ‘진짜 사장’ 사용업체의 구인광고를 지목한 응답자는 전체 16.2%다. 공공비영리소개기관을 이용한 비율은 2.6%뿐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에게 ‘직전 회사를 퇴사한 이유’를 물은 결과 △낮은 임금 23.5% △구조조정 17.4% △장시간노동 13.3% △폐업 및 사업장 이전 12.9% 등으로 나타났다.
단기파견의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들로 추정된다. 사용자업체의 한 노무담당자는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의 면접조사에서 “반월시화공단 파견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들”이라며 “개인적으로 볼 때 내국인 10%, 불법체류 20%, 나머지 70%는 외국인노동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파견사업주 또한 ‘파견회사마다 다르지만 이주노동자 비중이 90%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안산시흥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높은 만큼 간접고용 문제 특히 단기파견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이 공단에는 사내하도급, 소사장제 등을 도입하고 있는데 하청회사가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연구진은 법적·사회적으로 간접고용 문제를 감시하면서 공공비영리 직업소개기관 활성화, 고용형태 공시제도 확대 등 대안을 제시했다.
센터는 오는 9월 4일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안산·시흥지역 파견노동 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토론회’를 연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손정순 부소장(고려대 경제학 박사), 정현철 금속노조 안산·시흥일반분회 분회장, 김진숙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정책팀장 등이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이 토론회에는 박은경 안산시의회 시의원, 심정욱 반월공단 총무부서장 협의회 회장, 신기원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근로감독관 등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