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투잡 부부…원 없이 쉬어보는 게 소원이에요
[비정규 노동자의 얼굴] <8> 이경호 우편집중국 비정규직 노동자
이상엽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사진), 이혜정 <비정규노동> 편집국장
▲ 이경호 우편집중국 비정규직 노동자 ⓒ이상엽 |
나이는 58세입니다. 광진 우편집중국에서 일을 한 지는 5년 되었네요.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잘 안되어서 집사람이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먼저 집중국 일을 했고, 저도 일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발착계에 있어요. 소포가 나오면 의정부, 고양 등 각 지역으로 가는 차에 실어서 보내는 일이에요. 두 시간 일하고 30분씩 쉬어요.
소포계나 대형계에서 일하는 여자분들은 80%가 병을 갖고 있어요. 팔이나 허리가 아파요. 치료는 각자 개인적으로 해야 해요. 우리 집사람도 소포계에 있다가 병이 나서, 버는 것보다 돈이 더 들었어요. 여성이 하기엔 벅찬 일이거든요.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그래요. 아픈 데가 없다는 사람은 거짓말하는 거라고요.
동서울 우편집중국에는 700명 정도 근무해요. 야간에 처리해야 하는 양만, 많을 땐 7만 건 정도예요. 그걸 60여 명의 노동자가 처리하죠. 일은 고된데 임금이 오르질 않아요. 최저임금에서 20원 정도 더 주죠. 2년 이상 일을 해서 무기계약직이 되었어도 임금은 안 올라요. 십 년 일해도 시급이 그대로예요. 임금도 적은데 야식도 주지 않아요. 잠깐 쉬는 동안 컵라면 하나 먹죠. 아침 퇴근 시간까지 들어온 건을 다 처리하지 못하면 연장 근로를 해야 하는데, 연장 근로 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퇴근 시간까지 다 끝내도록 무조건 쥐어짜죠.
저는 밤 10시에 출근해서 아침 6시 20분에 퇴근해요. 집에 오면 7시죠. 남들 출근 준비할 때 퇴근하는 거죠. 밤에 활동하다보니 낮에 활동하면 어색해요. 환하니까 잠이 잘 오지 않아 주로 술에 의존해서 잠들곤 해요. 낮 3시에 일어나서 집사람하고 교대를 해요. 저는 그때 나가서 자영업 일 보고, 집사람은 그때 잠깐 쉬고 우편집중국으로 출근하죠. 둘이 그렇게 살아도 힘이 들어요. 원 없이 쉬어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