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는 폭력 가해자를 언제까지 비호할 것인가
이남신(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2013. 10. 24)
지난달 23일 서울 신길동에 소재한 삼성전자서비스 영등포센터에서 충격적인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조합원의 뒷머리를 비조합원 셀장(조장)이 미리 준비한 대걸레 자루로 강력하게 가격해 그 자리에서 실신시킨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센터장(협력업체 사장)이 병원에 입원한 피해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폭력 혐의로 체포돼 파출소에 간 가해자를 먼저 찾아간 사실이다. 정말 있을 수 없는 후안무치한 행태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도 비조합원 가해자는 징계되기는커녕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고객을 만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가해자의 폭력행위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흉기상해죄에 해당해 벌금형도 없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임다. 그럼에도 협력업체인 센터장과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가해자 징계와 센터장의 공식사과, 합법적인 노조활동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고용 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청년유니온·영등포산업선교회 등 영등포지역 단체들의 공동행동을 빌미 삼아 노조와의 정상적인 교섭조차 거부한 채 파렴치하고 오만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폭력사태 발생 전후 사정을 들여다보면 왜 백주 대낮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영등포센터분회는 서울지역에서 가장 많은 조합원이 가입한 곳이다. 노조 조직 확대의 도화선이 되는 중요한 분회인 셈이다. 이곳에서 폭력사태 직전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이 조직적으로 시작됐다. 먼저 기존 셀장이었던 피해자를 일반 셀원으로 강등시키고 새로 가해자를 셀장으로 세우는 부당인사가 진행됐다. 이런 과정 속에서 센터장이 앞장서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갈등을 부추기고 조합원들을 협박해 노조 탈퇴를 강제하기도 했다. 법에 보장된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부당한 지배·개입 행위를 한 것이다. 이번 폭력사태는 바로 이런 목적의식적인 노조탄압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직도 센터장은 폭력을 자행한 현행범인 가해자를 비호하며 부당인사로 앉힌 셀장 업무를 수행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초일류 삼성의 부끄러운 민낯을 삼성전자서비스 영등포센터 폭력사태는 가감 없이 보여 주고 있다.
노동 3권은 헌법에 명기된 기본권이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마땅한 권리임에도 삼성의 울타리 안에선 부정당하고 있다. 무노조 경영을 금과옥조로 여겨 온 삼성그룹은 헌법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인 권력기구로 우리 사회를 옥죄고 있다. 특히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요구를 묵살하고, 온갖 불법과 탈법을 통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해 왔다. 정부와 재벌 자본이 걸핏하면 들이대는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에서 참 한심하고 민망한 반사회적 행위가 한국 최대의 기업에서 무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명백한 위장도급에 면죄부를 준 고용노동부의 행태도 유전무죄 한국 사회의 실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줄 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하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방향으로 내세운 '법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하도급과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한 폭력사태는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사회에서, 그리고 그 법을 가장 엄정하게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이 가장 큰 집단에서 위법과 불법이 일상화되면 일터의 평화와 합리적 노사관계가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단 말인가.
노동 3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삼성의 낡은 전근대적 경영철학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도외시한 채 법적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는 재벌 자본의 관행이 초래한 이번 폭력사태를 온당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노조뿐 아니라 고객이기도 한 시민과 지역주민의 연대와 관심이 대단히 중요하다. 불법을 일삼으며 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폭력을 방조하는 재벌 자본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식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등포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사회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폭력과 막말 없는 화목한 영등포센터 만들기 캠페인’이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실질 사용주로서 하청협력업체인 영등포센터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를 더 이상 방조하지 말고 즉각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가해자 징계와 피해자·노조에 대한 공식사과, 재발방지 약속, 노조활동 보장과 관련해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백일하에 불법 폭력사태의 전말이 밝혀진 마당에 삼성전자서비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