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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지난해 11월 수원시 팔달구 서울경기양돈농협 하나로마트 정천점에서 열심히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원청인 하나로마트가 느닷없이 용역업체 소속인 6명의 여성노동자들을 직접고용 계약직으로 전환한다며 면접시험을 보더니 1명만 남기고 모두 탈락시킨 것이다. 특별한 불합격 사유도 없었다. 결국 합격한 1명마저 반발해 계약직을 거부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용역업체와의 계약기간이 8개월 넘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강제로 퇴거시킨다면서 밀어내기까지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도대체 하나로마트는 왜 그랬을까.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농협유통 소속 하나로마트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해 불법파견 문제 등을 지적하고 직접고용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불법파견으로 확인된 37명이 직접고용됐고 유사한 형태의 근로를 하고 있는 하청회사 소속 793명도 올해부터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황을 놓고 본다면 이번 사건은 하나로마트가 불법파견이 확인된 직종의 용역파견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당해고임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지나치게 몰상식하고 불합리한 방식으로 해고를 강행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뿐이다.
용역업체 문제도 만만치 않다. 해고된 여성노동자들이 소속된 용역업체가 다름 아닌 농협 계열사 또는 농협 퇴직자모임의 자회사인 AC휴먼넷이기 때문이다. 이미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불법파견 혐의가 짙은 하나로마트와 AC휴먼넷의 인력파견 문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즉각 특별근로감독에 나서 진상을 밝히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업이 필요한 노동력을 자신이 직접 채용하지 않고 다른 기업이 고용한 노동자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불법·탈법·편법의 온상이 된 지 오래다. 재벌대기업인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서비스부터 안산시화공단 등 가장 영세한 업체들까지 한국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자라난 다종다양한 형태의 간접고용이 나쁜 일자리들을 양산하는 주요한 매개가 되면서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
특히 여성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성차별은 물론이고 갖은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를 다반사로 당하는 등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하나로마트 정천점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다. 사용자 책임이 사라지고 노동자가 고통을 전담하는 이런 비인간적 고용구조를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다. 자신을 보호할 노조도 없이 부당하게 해고된 채 아직도 잘 알려지고 있지 않은 6명의 여성노동자들에게 덧씌워진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기고 복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정상화 아닐까.
중앙정부가 비정규직 공약을 파기 수준으로 내동댕이치고 노동 관련 유일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위장도급이 확실한 재벌대기업에 면죄부를 주니, 하나로마트 등 거대유통업체과 중소마트를 비롯한 서비스업 민간기업들에서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제멋대로 잘라 버리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전국 곳곳의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그늘에서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인 하나로마트는 응당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6명의 여성노동자들을 복직시켜야 마땅하다. 그리고 꼼수를 부려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해고할 것이 아니라 직접고용 정규직화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광역·기초단체를 포함한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 업무인 경우 일정한 근속기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 수준 이상으로 최소한 직접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가장 많은 여성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이 상시·지속적으로 일하고 있는 유통업에서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국가적·사회적 과제다.
박근혜 정부도 방향이 어긋난 시간제 일자리 늘리기를 통한 양적인 고용률 달성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에서 좋은 여성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대형유통기업군부터 계도해 나가야 한다. 하나로마트 정천점 해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는 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