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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지역 노동환경 실태 발표...서비스업, 비정규직 급증
여성노동자 임금 노동조건 하향 평준화, 청년세대 비정규직 높아
천용길 기자 2011.12.06 21:34 / 참세상
과거 노동운동의 상징으로 불리던 구로공단, 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서울산단)의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 발표회는 민주노총과 홍희덕 의원실 주최로 6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금속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서울산단 실태조사는 서울남부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노동자의미래’(노동자의미래)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3000여 명의 노동자와 설문을 통해 이루어졌다. 조사는 임금, 고용, 노동환경 등 구로지역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요구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진행됐다.
구로공단, 높은 제조업 비중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변화해
여성노동자 임금과 노동조건 하향평준화, 청년노동자의 비정규직화
[출처: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실태조사 결과발표 자료집] |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은 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서울산단의 산업구조 변화를 발제했다. 그는 “95년 80%에 육박했던 제조업 고용 비율이고, 서비스 부문 고용 비율이 전체 60%를 넘어섰다. 또 생산자 서비스 부문이 늘어나고 IT 관련 기업들도 많이 유입했다”며 “이는 서비스 부문 노동자 규모 급증과 불법 파견의 만연 등으로 낮은 임금 수준”이라며 산업변화와 그 결과를 언급했다.
조사 결과를 발제한 박준도 노동자의미래 정책기획팀장은 “노동의 여성화, 노동의 위기”를 주목했다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청년 세대에 집중된 비정규직화, 새로운 노동시장과 오래된 노동시장의 공존”으로 서울산단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요약했다.
남성의 직종별 세대분포율은 별다른 특징이 발견되지 않는데 반해 여성의 직종별 세대분포율에서는 특징이 발견됐다. 사무·기술직에서는 20대 비율이 높은 반면, 생산·미숙련직에서는 40대 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박준도 팀장은 40대 여성노동자의 대기업 종사 비율과 임금 수준이 낮은 것을 지적하며 “노동시장에서 저평가된 여성노동력이 임금과 고용조건에서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실태조사 결과발표 자료집] |
특히 높은 40대 미숙련 여성 생계부양 비중을 언급하며 “저평가 된 임금과 노동환경에서도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시장을 버리고 떠나지 못한다. 여성 생계부양자들이 찾을 수 있는 일자리가 저임금 여성노동인구를 찾아 몰려드는 중소기업 일자리 말고는 다른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남성생계부양자 45.5%는 사무·기술직인데 반해 여성 생계부양자는 미숙련직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하고 있다.
[출처: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실태조사 결과발표 자료집] |
박준도 팀장은 20-30대 청년노동자의 비정규직화가 특징이며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산단의 비정규직 비율은 52%인데 남녀 모두 20-30대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그는 청년세대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이 “전통노동시장이든, 신흥노동시장이든 간접고용의 확산 등으로 비정규직을 남용하며 신규채용에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며 진행됐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를 분석한 박준도 팀장은 “97년 IMF구제금융 조치 후 정부가 첨단산업을 유치하며 기업가들은 지원했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달라진게 없다”며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의 장치도 없이 공단발전방향이 진행됐다”고 구로공단 첨단화 계획을 비판했다.
"노동자들이 공감하는 요구를 구체적이고 쉽게 만들어야"
"불규칙한 연장근무 변경 공지시기 통제해야"
"불규칙한 연장근무 변경 공지시기 통제해야"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이번 실태조사로 연구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한 것 같다”며 어떻게 서울산단 노동자들의 공통적 요구를 도출해 노동환경을 개선할지 논의하자고 입을 모았다.
윤간우 녹생병원 노동환경연구원은 “구로지역 업종이 다양한데 노동자들이 공감할 내용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불규칙한 연장근무 변경 공지시기를 통제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연장근무 일정을 전날이나 당일 통보 받아 다른 계획을 세우기가 힘든 상황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아파트형 공장마다 1인 안전보건 관리자를 선임하는 방안 등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제도화 방안을 제안했다.
인천근로자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인아 활동가는 “인천 남동공단에서 건강센터에 일하면서 느낀 것이 지역 단체와 노조를 만나기가 어려웠다. 노동자 대 지역주민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건강, 육아, 법적 지원 등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삶을 어떻게 아우를 것이냐를 고민하자”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다양한 업종을 다 하려고 하면 불가능하다. 전략조직화 분야에 대한 확실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노조 조직의 근간은 작업장 내의 불만을 조직하는 것”이라며 “작업장에서 느끼는 불만을 포착해서 3년 정도 실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호 민주노총 미비실장은 “서비스연맹이 했던 ‘마트 노동자에 의자를’과 같은 쉬운 언어로 접근해야 한다. 불규칙한 잔업에 대한 문제를 접근 하려면 예를 들면 ‘저녁밥은 집에서’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실태조사가 서울산단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어떤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실태조사를 마친 노동자의미래는 결과를 바탕으로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들과 함께 서울산단 노동환경 개선 방안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