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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노조, 비정규직과 ‘한솥밥 연대’ 끝내나
박태우 기자 (한겨레 / 2017. 4. 11)
대의원대회서 조합분리 투표 결정
금속노조의 1사 1노조 원칙 거슬러
“임단협 때 독자파업으로 갈등 빚고
불법파견 해결 합의안도 원색 비난”
하청 분회 “전원 정규직화 판결에도
집행부서 요구 막고 노조분리 나서”
“임단협 때 독자파업으로 갈등 빚고
불법파견 해결 합의안도 원색 비난”
하청 분회 “전원 정규직화 판결에도
집행부서 요구 막고 노조분리 나서”
전국금속노조(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가 같은 지부 소속 비정규직 사내하청노조(분회)를 분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 분리’ 계획은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위해 만들어진 금속노조의 ‘1사 1노조’ 원칙을 깨는 것인 데다, 당사자인 사내하청 조합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금속노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아차지부는 7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1사 1노조 유지’를 놓고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하는 안건을 통과했다. 같은 지부 비정규직 조직인 3개 사내하청 분회를 지부 밖으로 따로 떼낼지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1사 1노조’ 원칙을 지부가 깨는 것이 규약에 어긋나 총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방침이지만 지부가 투표를 강행할 경우 사내하청 분회가 분리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현재 기아차지부 정규직 조합원은 2만8000여명, 비정규직 조합원은 2800여명이다. 기아차 사내하청 노조는 2005년 금속노조 경기지부 지회로 설립된 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 강화와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2008년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소속 분회로 들어왔다.
기아차지부가 11일 낸 소식지를 보면 ‘노조 분리’ 총투표 배경을 설명하면서 “1사1노조 운영 이후 임금·단체협상 마무리 때는 (사내하청분회가) 별도 독자파업을 진행하는 등 갈등이 있었다”며 “불법파견 공정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합의에 대해 ‘사기극 범죄행위’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홍보물에 표현하고 있다”고 사내하청분회에 날을 세웠다. 이어 “지부 집행부는 비정규직 해결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지만 현장 갈등은 확산됐다”며 “비정규직 해결을 위해 1사1노조만이 유일한 방안인지 검토 후 총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분리 여부를 조합원들에게 묻겠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지부 집행부가 ‘노조 분리’에 대해 찬성한다는 뜻을 비친 셈이다.
기아차지부가 말하는 ‘갈등’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과정에서 촉발됐다.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까지 기아차 사내하청 전 공정이 불법파견임을 인정했지만 기아차지부는 전체 40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 가운데 1049명만을 특별채용하기로 지난해 11월 회사와 합의하는 데 그쳤다. 화성 사내하청분회는 특별채용이 법원판결보다도 못 미친다며 지부에 채용 절차를 중단하고 전원 정규직화 투쟁을 벌일 것을 요구해왔고 지난달 비정규직 독자파업을 했다. 지난해 임단협 때도 식당 노동자 성과급 인상 문제와 해고자 복직이 노사합의에 포함되지 않자 파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기아차 지부는 23번 파업을 벌였고 사내하청 조합원들도 이 파업에 동참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독자파업은 3차례, 모두 8시간에 불과했다.
‘노조 분리’ 방침에 사내하청 조합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김수억 화성 사내하청분회장은 “법원 판결에 따라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이 상식적인데도, 그동안 지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가로막고 있다가 이를 문제삼아 조직을 분리하겠다는 개탄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내하청분회의 한 노조원도 “비정규직 철폐라는 대의가 있는데 이번 총투표는 사실상 비정규직 보고 나가라는 것”이라며 “이러니까 ‘귀족노조’ 소리를 듣는다”고 비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촛불 혁명 이후 적폐로 꼽힌 것 중에 하나가 비정규직 문제”라며 “원하청이 공동으로 투쟁에 나서야 할 상황인데 오히려 자기 목소리를 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분리하겠다는 것은 퇴행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지부 관계자는 “총투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없어 인터뷰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