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차별 없는 세상속으로' 칼럼]
개원될 19대 국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실망스런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6월 개원을 앞둔 19대 국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이다. 비록 대부분의 핵심 입법사안들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새누리당의 의석이 과반인 건 못내 아쉽다. 하지만 18대 국회와 비교해선 야권의 의석 비율이 대폭 올라갔으니 정치력 발휘를 기대할 볼 만하다. 노동의제와 관련한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조직노동의 대중투쟁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입법과제를 달성하는 전략 마련이 긴요하다고 판단된다. 통합진보당은 노동이 실종됐다는 당 안팎의 평가를 겸허하게 수용하면서 우선 비정규직 권리 보장 입법과제 달성을 위해 분발해야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도 사회양극화를 용인한 참여정부의 과오를 극복하고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 이다.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이고 점점 구조화·고착화되고 있는 현재 조건에서 비정규직 철폐 전략의 핵심은 직접고용을 특수고용·간접고용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들을 차단하는 것이다. 특수고용·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서 정규직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일부 자발적 직접고용을 제외한 모든 비정규직을 철폐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비정규직 철폐를 궁극적 목표로 지향하되, 2012년 대선 국면을 활용해 ‘비정규직 규모 반감’을 일차적 과제로 추진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
이런 전략 아래 한국사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제1테제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다. 이는 가장 긴급하게 요청되고 있는 비정규직 규모 감축을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 내 상시적 업무에 대해서는 직접고용·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출산·육아·질병·부상·휴직·계절적 사업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비정규직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 2006년 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기간 제한 방식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제 기간제뿐 아니라 모든 비정규직 고용형태 전반에 대해 사용사유를 분명히 제한하는 법이 도입돼야 한다.
두 번째로 매년 심화돼 온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을 해소할 입법과제로 ‘초기업 단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해야 한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노동조건 격차를 해소하지 않는 한, 현재의 법·제도 및 정책수단들로는 비정규직 확산을 억제할 수 없음이 확인됐다. 그러므로 근로기준법 제6조에 고용형태를 추가해 포괄적 방식으로 차별처우를 금지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유명무실화된 차별시정 신청권 주체를 확대해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피해 당사자가 소속된 노동조합 및 그 상급단체까지 포함해야 마땅하다.
세 번째로 조직률이 1.7%에 불과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사업주의 사용자성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제2조의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 확대가 필요하다. 여기에다 불법파견 엄단과 도급-파견 구분 명시, 고용보험 확충 등이 실현된다면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에 중요한 분기점이 마련될 것이다. 비상한 시기인 만큼 양대 노총과 야당이 힘과 지혜를 모아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을 위해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