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③] 최저임금인상을 위해 마음 모아야 할 때는 바로 지금!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 최혜인
최저임금위원회가 달라졌어요
최저임금위원회에 변화가 찾아왔다. 노동계가 요구해왔던 회의공개에 진전을 이룬 거다. 지난 6월9일과 15일자로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참관기가 문제되어 회의의 투명성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토론한 결과였다. 그리고 별별 우여곡절을 겪었다. 4차 전원회의에선 배석자석에서 쫓겨날 뻔 했고, 5차 전원회의에선 사용자위원들이 회의를 거부하겠다고 했다.
회의 시작과 동시에 사용자위원은 참관기를 포함하여 애초 약속한 4명의 배석자를 초과한 노동계 배석자 문제를 거론했다. 배석자를 4명으로 유지하지 않고는 회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배석자 수에 대한 재합의를 위해 10분 간 정회하고 급히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운명이 걸린 10분이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배석자 증원과 방청 허용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일단 배석자가 6명으로 늘었다. 앞으로 쫓겨날 걱정 없이 회의에 배석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위원회의 투명한 운영과 관련하여 결정된 사안이 있다 첫째, 회의록 작성의 구체성을 강화하고 노동자측, 사용자측, 공익측 등으로 명기하여 발언 내용을 정리하는 것, 둘째, 회의록 보고사항을 접수하여 의결 한 직후 회의내용을 공개하는 것, 셋째, 회의 후 안건과 결정사항에 대해 위원장이 언론에 공개하고 개별적 공개 행위는 금지하는 것 등이었다.
밀실이나 다름없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숨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구체적으로 작성한 회의록을 회의가 있은 지 일주일 후면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적잖은 성과다. 물론 실명을 공개한 속기록 수준과 방청 허용 등은 장기적 과제로 남았다. 때문에 아직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다. 여전히 최저임금위원회는 국민의 관심을 거부하며 최저임금 심의, 결정과 관련된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하려는 오만한 태도를 갖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단위, 시급과 월급 병기하면 혼란이 온다?
현재 최저임금 결정단위는 시급으로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후로 쭉 그래왔다. 시급은 임금 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작은 단위다. 시급으로 노동시간에 따라 일급, 주급, 월급 등을 계산하여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알 수 있다. 때문에 예년 같으면 노-사-공이 이견 없이 시급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공익위원은 시급단위를 기본으로 하며 월급단위를 병기할 것을 제안했다.
공익위원1: 관행적으로 최저임금 결정단위를 시급으로 하고 월급은 부수적으로 계산해서 활용해왔는데,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 수준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급과 월급 단위 표기를 병기해서 최저임금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노동자위원5 : 유급주휴수당이 있음에도 노동시간만큼만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많아 월급단위와 시급단위 사이에 간극이 있다. 시급과 월급단위를 병기하여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용자위원7 : 풀타임 노동자가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 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므로 일률적으로 정하는 최저임금 결정단위에 월급제를 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공익위원4 : 월급이 일반적인 용어고 파트타임도 월급을 받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돈도 대체로 월 단위로 나가는데 최저임금을 시급으로만 하면 인식이 떨어진다. 보험료나 아이들 학원비도 월 단위로 낸다. 인식을 높이고 현실성을 높이려면 월급을 병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용자위원2 : 월급단위를 병기하면 파트타임노동자가 자신의 월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모든 노동자를 풀타임으로 전환했을 때만 가능하다.
핑퐁이 왔다 갔다 했다. 사용자위원은 현장에 혼란이 온다는 이유로 월급제 병기를 반대 했다. 결국 노동자위원은 특별위원으로 참석한 근로기준정책관의 입장을 들어보자고 했다. 특별위원은 위원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만 발언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 위원이 특별위원의 발언을 거부했다. 정부의 입장을 듣는 게 곤란하다는 이유였다. 회의장에 피식피식 웃음소리가 들렸다. 위원장은 특별위원에게 발언을 요청했다.
특별위원 : 주휴를 포함하면 소정노동시간이 209시간이 되는데, 그 경우 월급은 116만원이다. 이 요건을 갖췄을 때 누구든지 116만원은 받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월급 단위를 병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근로기준법은 일주일에 하루의 유급휴가를 규정하고 있다. 주5일 출근한 노동자에게 주6일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거다. 임금은 노동력 제공에 대한 비용인 동시에 재생산을 위한 측면이 있어, 사용자가 노동자의 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유급주휴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노동시간만큼만 임금으로 계산되는 불법적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시급제 노동자가 그렇다. 최저임금이 시급 단위기 때문에 노동시간만 계산해 임금으로 지급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공익위원은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여 월급제 병기를 제안했다. 그러나 사용자위원의 반대에 가로막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저임금 사업의 종류 구분, 최저임금은 임금의 하한선이다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에는 1그룹과 2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 수준을 다르게 적용했다. 그러나 임금의 하한선을 정하는 최저임금의 취지에 따라 88년도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일률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고 있다. 업종별로 최저임금 수준을 다르게 정한다면 업종에 따른 임금 차별과 특정 업종에서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하는 건 거의 사문화였다. 그런데 사용자위원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용자위원9 : 최저임금법에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할 수 있고 1988년에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한 적이 있다. 업종별로 지불능력, 노동조건, 생산성 등에 차이가 있다. 지역별로도 그런 차이가 있지만 현행법에서는 가능하지 않아 중장기 과제로 보고 있다. 올해부터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
노동자위원6 : 최저임금은 임금의 하한선을 정해 생활안정을 도모하도록 있는 거다. 업종별로 당연히 생산성과 경쟁력 등의 차이가 있지만, 임금에 그 차이를 반영할 때는 하한선 위에서 해야 한다.
사용자위원4 : 택시의 경우 택시노동자가 사용자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정확히 관리할 수 없고, 택시업계가 어려워 노동자들이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 때문에 선량한 경영자가 전과자가 되기도 하면서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다.
공익위원1 : 업종 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구체적으로 해주셔야 한다. 합리성을 찾는 근거가 명확해야 취지에 공감할 수 있다.
사용자위원9 : 최저임금 미만율과 영향률이 높은 도소매업, 운수업, 숙박음식업 등의 5개 업종을 한 그룹으로 묶고 나머지를 한 그룹으로 묶어 총 두 그룹으로 임금을 달리하자는 거다.
공익위원1 : 택시의 만성적인 어려움을 얘기해주셨는데, 운수업이 다 택시는 아니다. 그리고 미만율과 영향률을 보면 운수업보다 숙박음식업이 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문제 상황을 보려면 검증 절차와 토론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이 자료를 업종별 구분의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노동자위원8 : 이전에 고용노동부에서 택시산업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한 바 있는데, 결과가 부정적으로 보고되었다.
노동자위원이 설명한대로 최저임금은 그야말로 임금의 하한선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행하는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수준 위에서 결정되는 지역별 임금이라 할 수 있다. 업종이나 지역 별로 임금 수준을 달리하더라도 법정 최저임금은 준수돼야 한다. 최저임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임금이기 때문이다. 사용자위원이 요구하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당위성도, 합리성도 없다. 더욱이 사용자위원이 근거로 제시한 자료 자체가 너무 빈약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타협의 여지도 없다. 결국 합의하지 못하고 다음 의결 사항으로 넘어갔다.
최저임금 수준, 5,580원이 충분하다고? 너도 한 번 살아봐!
이 날의 하이라이트 순서다. 노-사가 2016년도 최저임금 수준의 최초요구안을 제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동계는 시급 1만원을, 사용계는 시급 5,580원으로 동결을 요구했다. 최초요구안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위원9 : 연평균 최저임금이 평균 8.8%씩 오른데 반해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은 평균 5.5%씩 올랐다. 물가는 2.9%씩 올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노동생산성도 연평균 4.8%씩 밖에 오르지 않았다. 생산성에 비해서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너무 높다. 유사노동자의 임금 수준과 비교해도 최저임금이 유사노동자 중위 임금의 50.9%로 절반을 넘었다. 이 통계는 1인 이상 사업장의 전체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다. 생계비 측면에서도 최저임금 수준은 높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올해 1인 최저생계비는 61만원이다.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의 두배에 달해 미혼단신노동자의 생계비는 이미 최저임금으로 충족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영향률(미만율+수혜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14.6%이다. 최저임금 미만자가 200만명 이상이다. 선진국에서는 적정 최저임금 영향률을 5%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동결과 안정화가 필요하다.
노동자위원6 : 최저임금 인상률은 경제성장률에 근접해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후로 인상률은 9.8%고 경제성장률은 9.4%였다. 최저임금은 빠른 속도로 대폭 인상해온 게 아니라 경제성장에 겨우 조응하는 수준으로 인상되어 왔다. 여기에 소득분배개선분을 반영하면 오히려 인상폭은 대단히 적다. 116만원으로 미혼단신노동자의 실태생계비를 충당할 수 없다. 2014년 생계비 충족률은 70%에 불과하다. IMF전에는 충족률이 86% 수준이었으나 99년 이후 2014년까지 평균 충족률은 64%로 떨어졌다. 그만큼 최저임금이 생계비 충족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대다수 최저임금노동자들은 2-3인 이상의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최저임금으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 가계 빚 없이는 생계유지조차 불가능하다. 유사노동자의 임금과 비교해도 최저임금 수준은 낮다. 3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볼 때 중위값과 평균값을 모두 쓰기로 하여 두 가지를 기준으로 비교했다. 중위값을 쓰면 최저임금이 유사노동자 임금의 50%를 넘지만, 평균값을 쓰면 27.8% 수준에 머문다. 통계에 따라 차이가 큰 건 그만큼 소득격차가 심하다는 거다. 유리한 통계만 끌어다가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국제수준과 비교해도 낮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절실하다.
최초요구안의 근거를 찬찬히 뜯어보면 재밌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사용자위원과 노동자위원이 동시에 제시한 근거는 유사노동자의 임금수준과 생계비로 두 가지다. 노-사는 두개의 동일한 근거를 제시했지만 서로 다른 수치와 결론을 내고 있다. 사용자위원은 유사노동자 임금의 중위값을 사용했고 노동자위원은 중위값과 평균값을 모두 사용하여 소득격차가 큰 현실을 드러냈다.
사용자위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최저생계비를 근거로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고 했다. 올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약 61만원이다. 이는 식료품비, 주거비, 광열수도, 가구집기, 피복신발 등 11개 항목을 포함하고 각 항목별로 비율을 달리하여 계산한다. 예를 들어 주거비는 전체의 17.2%로 약 10만원이다. 10만원짜리 저렴한 1인용 텐트로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나? 식료품비는 전체 중 37.6%로 약 23만원이다. 하루에 세끼는 불가능하지만 한두끼만 먹는다면 빠듯하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최저생계비라지만 급여 적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이질 않는다. 사용자위원은 이 최저생계비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노동자위원은 실태생계비 충족률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태생계비는 생활을 위해 실제 소비하는 내역을 합한 것으로 그 수준은 150만 6179원(2014년) 이다. 노-사가 생계비를 이야기하면서도 서로 다른 지표를 사용했다는 건 노동자의 임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용계는 노동과 생존을 반복하며 노동에 집중할 수 있는 ‘근로자’를 원하지만, 노동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하는 주체적 노동자가 되길 원한다. 두 가지 갈림길로 나뉘는 데는 다양한 변수가 있겠지만, 임금수준은 단연 중요한 변수다. 그리고 여기는 임금의 하한선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다.
회의는 이렇게 끝이 났다. 공식적인 전원회의는 이제 두 차례 남았다. 법정 시한도 얼마 남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머리 맞대고 마음 모아야 할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