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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기자(미디어오늘 / 2015. 6. 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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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최저임금이 결정될 날이 머지않았다. 오는 29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안을 결정하면 고용노동부가 8월 5일까지 이를 확정해 고시한다. 최저임금위는 고용노동부 산하 정부기관으로 노동자위원 9인, 사용자위원 9인, 공익위원 9인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들이 참여하는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전원회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 전원회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자들 취재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회의 형태로 이뤄지는 전원회의 회의록은 국회의 자료요청을 통해서만 확인 가능한데다 회의록도 속기록 형태가 아닌 결과만 요약한 수준”이라며 “게다가 회의 자체의 방청도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들도 이런 문제에 공감한다. 지난 4일 열린 최저임금위 3차 전원회의에서 회의내용 공개와 참관인 규모 확대를 둘러싼 논쟁이 오간 이유다. 노동자위원들은 전원회의가 일반에 공개되거나 아니면 최소한 배석자라도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이 국민의 임금하한선이 되고 최저임금 노동자가 500만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는 최저임금도 못받는 노동자 220만명도 포함된 수치다.
노동자위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어떤 쟁점이 있는지 최저임금 당사자들에게 전혀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중요한 의제인데도 27명끼리만 공유하고 배석조차 한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어 “이건 국민의 알권리”라고 강조했다.
▲ 2012년 3월 최저임금연대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3년도 최저임금 인상액을 제시하며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
역시 또 다른 노동자위원도 “회사에서 하는 교섭도 교섭이 끝나면 조합원들과 (결과를) 나누는 게 아주 당연하다”며 “최저임금은 국민임금인데 논의 과정이 그때그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 공개한 동의한 후에 실무적이고 물리적인 방안은 나중 문제로 이야기 해야한다”고 말했다. 해당 노동자위원은 실제 최저임금 당사자로 시급 5700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러나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은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 공익위원은 “녹취를 풀고 정리하는데 하루 종일 걸린다”며 “요약하고 정리하는데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다. 사무국 직원들이 엄청 고생한다. 이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행정편의적인 사고다. 역시 공익위원인 박준성 위원장은 “위원회가 오랫동안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위원측이 내놓은 의견은 더 황당하다. 한 사용자위원은 “공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공개토론을 나가보니 내 신상이 공개적으로 나가
항의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유로운 토론보다 떠밀려서 하는 논쟁이 되지 않겠냐는 부분에서 공개에 부정적”이라며 “위원에
대한 신상도 공개되다보니 위원들의 안전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에 심의에
사용된 자료와 축약된 회의 내용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이후의 자료라 시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3차
전원회의를 방청한 최혜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은 “굳이 찾아보지 않고는 자료가 존재하는지 여부도 모를 만큼 접근성도 떨어진다”며 “그래서
최저임금위를 ‘밀실합의’라 부른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대표 발의한 장하나 의원은 “개정안을 통한 공개가 당장 힘들다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운영규칙’을 개정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일정부터 국민들이 그 결과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게 해야한다”며 “다음 4차 전원회의에서 ‘회의내용 공개’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 4차 전원회의는 오는 1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