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소장 인사드립니다.
비정규센터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3월부터 센터 소장을 맡게 된 남우근입니다. 이렇게 지면으로 인사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비정규노조(전국시설관리노조)에서 법규담당자를 하다가 센터로 옮겨서 첫 상근을 시작한 것이 2004년이었고, 2009년에 상근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활동가로 지내다가 15년 만에 다시 소장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제가 회원들에게 이런 편지글을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센터와 저의 시절인연(時節因緣)이 이렇게 편지를 쓰는 시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붓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하여져서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진다.” 시절인연이 맞으면 아무리 거부해도 인연이 만들어지고, 시절인연이 맞지 않으면 억지로 인연을 맺으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지금은 센터와 저의 시절인연이 또 다른 국면을 만들어내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하고 술 마시면서 가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비정규센터는 비정규운동의 공공재(public goods)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뜸 묻습니다. “그게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글쎄~ 고민해봐야지” 선문답같은 대화지만 제 소장 역할을 ‘비정규운동의 공공재-되기’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합니다. 개인의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숙의와 집단지성이 필요합니다. 들뢰즈가 얘기한 ‘-되기(becoming)’는 관계맺기를 통한 질적 변화입니다. 그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동안 생긴 제 별명 중 하나가 ‘센터의 야간경비원’입니다. 사람들이 퇴근한 사무실로 기어들어와 밤에 혼자 노트북과 씨름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소장이 된 이후에는 외부 일정이 없는 한 낮밤, 요일 가리지 않고 사무실 죽돌이가 되고 있습니다. 영등포구청역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십시오.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면서 ‘공공재-되기’, ‘낮은 곳을 향한 연대’에 대해 생각보태기를 해 보시죠. 화창한 봄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여유 있는 나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남우근 올림
비정규운동의 화사한 봄이 오길 바래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