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최저임금위원회 활동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작년 한 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노사정 사회적 대화 진전은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동안 탄압받고 버림받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갖게 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제 도입 30년여만에 16.4%라는 가장 큰 인상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은 비정규 노동자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향하는 첫 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노동자 위원으로서 참여하고 있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촛불의 힘과 회원 여러분의 관심에 힘입어 양대노총 및 청년유니온과 함께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최저임금을 둘러싼 모습은 매우 암담합니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경제지를 중심으로 한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은 줄곧 ‘최저임금 망국론’으로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최저임금이 급속하게 인상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고용이 대폭 감소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현재 나오고 있는 여러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최저임금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이 외쳤던 ‘최저임금 망국론’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저임금법 1조에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향상을 통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대비 16.4%가 인상된 7,530원이지만 과연 이 금액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활안정에 이바지하고 있는가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직까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안정된 생활과는 거리가 멀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 밖에 없지만,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노동시간 단축으로 응수하여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하는 길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여러 정책과 제도 시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여 비정규 노동자들의 생활이 안정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비정규 노동자들도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당시 노동존중사회와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주요 정책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재벌과 수구보수정당, 경제부처 관료세력들을 주축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거세져 정부 출범 당시의 의지가 점점 후퇴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진전시킬 가장 핵심적인 교두보입니다. 올해 결정될 2019년 최저임금 인상이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의해 좌절된다면 비정규 노동자들의 기대는 절망으로 바뀔 것이며 촛불정부를 자임해온 문재인 정부도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함께 이루어야 할 목표가 있으므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를 맞이하며 센터의 어깨가 매우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무게를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드리고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생활의 안정과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센터는 올해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8. 05. 23.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