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우리는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현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해고자 복직 투쟁 212일. 차디찬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해고가 되었습니다. 두 번의 계절이 지나고, 추석을 앞두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걱정, 하소연을 뒤로 하고 200일 넘게 거리에서 살았습니다.
우리는 케이블방송 티브로드의 외주업체 노동자들입니다. 전주와 시흥광명지역에서 십수년동안 인터넷, 전화, TV의 설치․AS를 담당하였습니다. 2-3년에 한번씩 사장이 바뀌면서 근속년수 2-3년이 되었지만 “케이블밥” 먹고 산다는 자부심으로 이용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티브로드의 이름으로 지역 이용자들을 대면하며 일해 온 우리들은 ‘업체교체’ 과정에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겨 나왔습니다. 사업을 접은 것도 아니고 이용자도 서비스도 그대로인데 이유도 없이 노동자들만 쫓겨났습니다.
노동조합은 티브로드에 수차례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청업체 사장은 책임 없다 하고, 티브로드 원청 역시 직접 고용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개입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에 두 명의 노동자가 제발 우리 얘기 좀 들어 달라 절절하게 외치며 한강대교 위로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전주와 명동에서는 200일 넘게 노숙농성을 하고, 많은 연대 동지들이 농성장을 다녀갔어도, 국회의원들이 문제해결을 하라고 하였어도 티브로드와 태광그룹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다름없이 일해 온 노동자들을 하청 비정규직으로 간접고용 해 비용을 절감하고 고용불안으로 내몬 책임자는 다름 아닌 티브로드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는 없습니다. 티브로드가, 그리고 태광그룹이 원청으로서 온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대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길입니다.
케이블방송 업계 1위, 당기순이익 1위! 이는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역주민들을 조직하고, 직접 만나온 우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에 오늘 우리는, “해고자 복직과 고용보장 쟁취”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합니다. 원청의 묵묵부답에 맞서, 노조파괴공작에 맞서 더 이상은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곡기를 끊고 내 몸 갉아먹는 투쟁에 돌입하지만, 이는 무수히 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살 수 있다.” 라는 희망을 전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우리는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단 하나의 소망을 간절하게 요구합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추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루라도 빨리 일터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티브로드 원청이 나서서 적극 해결해야 합니다. 더 이상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문제 해결을 바라며, 보도를 하는 언론과, 무엇보다 굳건하게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으니 승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현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2016년 8월 30일
해고자 복직․고용보장 쟁취를 위한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