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반도체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삼성자본을 규탄한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의 노동자 박지연씨가 백혈병 투병 끝에 3월 31일 숨을 거두었다. 박지연씨가 입사했던 2004년 삼성자본은 작업장에서 발암물질을 폐기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삼성반도체에서는 22명의 노동자가 백혈병을 앓았고 11명이 사망했다. 유감스럽게도 박지연씨가 숨지기 1주일 전, 삼성 사장단은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올렸고, 곧 어처구니없게도 '삼성왕국'의 '왕의 귀환'이 현실화되었다. 이건희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그리고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중범죄인임에도 1년도 안 돼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것도 모자라 퇴임 2년만에 복귀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왕이 있는 줄도 모르는 나라의 백성들이 행복하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이 말은 이건희 회장 자신이 한국사회의 실질적인 왕 노릇을 하고 있으며, 자기 덕에 대다수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그의 시대착오적이고 기괴한 사고방식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럴진대 도요타의 리콜 사태를 보며 느낀 위기의식이 노동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무노조 경영방식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질 리 만무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 삼성자본이 이렇듯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등지고 있는 점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정보화사회로의 변화는 한편으로 기술발전 속도에 따른 피로감을 안겨주며,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이른바 '실리콘 칼라' 노동자들을 양산하는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지금 정보화 선진국이라는 한국사회의 가장 짙은 그늘은 바로 무소불위 시장독재의 정점인 삼성자본이다.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모니터와 연결된 컴퓨터에는 대부분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가 꽂혀 있다. 일상 속에서 부지불식간에 삼성자본에게 빼앗긴 '네트워크로 하나 되는 세상'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밝게 빛나는 모니터 뒷편에 감춰진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명백한 산업재해 사망에 대한 책임을 시민사회 전체가 삼성자본에게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삼성자본에 의한 타살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박지연씨의 죽음을 머리숙여 추도하며, 후안무치한 삼성자본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2010년 4월 2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