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휴가비 차별 지급하여 비정규직의 명절을 망치는 서울대학교를 규탄한다
얼마 전, 서울대가 비정규직에게 명절 휴가비를 차등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에서 서울대학교 비정규직 801명을 대상으로 명절 휴가비 지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572명의 비정규직이 휴가비를 받지 못했다. 1994년에 고용돼 일한 한 사무보조 노동자는 662만원의 명절 휴가비를 받았지만, 같은 해 고용되고도 한 푼도 받지 못한 사무보조 노동자도 있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가 받는 휴가비가 이렇게 차등 지급됐다는 점에서 서울대학교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에 얼마나 무관심 한지를 알 수 있다.
일 년 중에 비정규직이 가장 서러운 날이 명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휴가비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대학교의 비정규직 차별 사건은 이 이야기가 현실을 그대로 설명한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 과연 서울대학교 내의 비정규 노동자는 휴가비도 받지 못할 만큼 가치 없는 존재인가? 동일한 노동을 제공하고도 더 나쁜 처우를 감당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대가 비정규직을 차별한 사례는 휴가비 외에도 많다. 비정규직은 직원카드 색이 정규직과 다르며,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책의 수도 더 적다. 이와 같은 일상적인 차별 뿐 아니라 업무와 임금의 차별도 심각하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업무가 더 많고 야근이 잦은 등 노동 강도가 높음에도 정당한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휴가비 등의 상여금은 말할 것도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의 비정규직 고용비율은 35.6%로 전국 국·공립대 중 2위에 해당한다. 서울대가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지만 비정규직 문제만큼은 '최악'인 것이다.
예산 부족이 비정규직 차별을 정당화할 수도 없을 뿐더러, 서울대는 예산이 부족하지도 않다. 직원 인건비를 전용해서 시설비로 사용했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가 이를 증명한다. 연간 100억원이 넘는 인건비를 시설비로 전용하면서 휴가비로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서울대의 모습은 도리에 어긋난다. 100억 원의 예산이면 2000여명의 비정규직에게 넉넉한 명절을 보낼 수 있는 휴가비를 지급하고도 남는다.
이런 서울대의 태도는 ‘공공부문의 상시·지속적 업무를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현 정부의 지침과도 어긋나있다. 서울대학교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에 발을 맞춰야한다. 이를 위해 학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를 나눌 것을 촉구한다. 대학이 정의로워야 대학이 길러내는 시민도 정의롭다. 서울대학교는 최고의 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비정규직에 대한 비인간적인 차별을 즉각 시정하고 구성원 모두의 노동인권을 존중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2015년 10월 5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