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청년노동문제를 직시하고 제대로 된 대안 마련에 힘써라
88만원세대, 삼포세대, 오포세대, 토폐인, 홈퍼니, 3·1절, NG족, 알부자는 모두 청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취업난과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며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88만원세대’와 ‘삼포세대’는 오히려 나은 걸까요. 취업과 주택구입까지 포기하는 ‘오포세대’가 등장했고 취업을 위해 토익을 죽어라 공부하는 ‘토폐인’, 집에서 입사원서에 매달리는 ‘홈퍼니’, 31세 전에 취업하지 못하면 절대 취업하지 못하는 ‘3·1절’, 졸업을 미루는 ‘NG족’, 아르바이트로 학자금을 갚는 ‘알부자’는 비참한 청년들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소셜커머스 기업 위메프는 이런 청년의 처지를 악랄하게 이용하였습니다. 11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2주간의 수습기간 동안 정직원에 준하는 일을 하며 일 14시간을 근무하는 날도 있었지만, 2주치 급여 55만원만 손에 쥔 채 모두 해고되었습니다. 위메프측은 평가 기준에 못 미쳤다는 엉성한 해명과 동시에 신입직원들의 성과를 위메프 상품으로 등록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언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고 논란이 일자 위메프가 전원 합격으로 정정 처리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위메프의 행태는 청년 취업을 둘러싼 고달픈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청년을 가리키는 많은 신조어가 보여주는 것처럼 청년들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극심한 취업경쟁을 뚫고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낙바생’이 되어도 열정을 구실로 적은 임금을 견뎌야 하는 ‘열정페이’에 착취당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유턴족’이 되기도 합니다.
기업은 업무에 미숙할 수밖에 없는 ‘미생’의 잠재력을 키울 생각은커녕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완생’을 원합니다. 때문에 학자금 대출 갚기에도 벅찬 청년들은 취업 준비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만 합니다. 편입학을 거듭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에스컬레이터족’, 전공 외의 토익과 취업강좌 등을 찾아다니는 ‘강의 노마드족’이 되기 위해 연휴를 반납한 채 0.5배 수당을 받고 일하는 ‘점오배족’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렇듯 청년세대는 취업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고 있지만, 정작 청년고용률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취업된 후에도 30%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저임금노동자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구직을 단념하는 ‘니트족’이 증가하는데, 이는 시급한 문제일 뿐 아니라 장차 보다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년노동 문제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정부는 청년인턴제도로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으나, 신입직원 조차 허망하게 해고되는 현실에 정부의 해법은 실효성이 없어 보입니다. 또 정부가 제시한 시간선택제일자리를 통한 일·학습 병행제는 저임금을 벗어날 수 없고 전일제로의 전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 청년 고용률 지표만 끌어올리려는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통해 해고요건 완화와 기간제 사용기간 4년 연장 등을 발표하여 청년 비정규직문제를 해결 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청년문제는 부모세대와 미래세대를 아울러 전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위메프와 같은 기업이 청년노동력을 소모품처럼 쓰다 버리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청년실업과 청년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2015년 1월 8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