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버리려는가
오늘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공익위원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도 거부한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한통속이 되어 일방 강행처리한 법개정안은 명백한 전면적 개악안이다. 상여금은 물론 식대/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 성격의 급여까지 포함된 데다 현물급여에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개정안 내용으로 볼 때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단번에 무력화될 수도 있다. 게다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과반 노동자 동의를 의견 청취로 바꾸는 개악까지 감행해 그 여파가 심각할 수 밖에 없다.
내용도 문제투성이지만 절차도 졸속이었다. 500여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걸린 중차대한 법안 내용을 수정안 제출 30분만에 의결해버렸다. 일부 의원들의 항의와 반대를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은 반민주적으로 민생을 내팽개친 폭거에 다름아니다. 어렵사리 복원되고 있는 노사정 사회적대화에 대한 고려는 안중에도 없었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 문제와 직결된 산입범위 관련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꼼꼼히 살펴보지도 않고 이런 식으로 입법개정을 하는 건 안된다.
산입범위 문제를 포함한 제도개선 과제는 최저임금이 시급 1만원으로 상징되는 생활임금 수준이 됐을 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 현장에서는 온갖 꼼수와 불법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돼 쥤다가 뺏는 최저임금이 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산입범위 논의 여건은 아직 미흡하다. 그럼에도 굳이 다루려고 한다면 고정상여금 수준에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 당사자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임금은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타협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의제이므로 현장의 다양한 변수를 잘 알고 있는 노사 당사자간 합의가 있어야 지속가능한 이행이 가능하다.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노동공약이다. 작년 16.4% 대폭인상으로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재벌자본과 수구보수언론, 경체부처 관료들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협공에 밀려 산입범위 확대 논란이 커지면서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 요원해지고 있다. 특히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수 차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급 1만원’ 공약을 포기해버린 듯 하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지렛대이기도 한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포기한다면 문재인정부는 더 이상 촛불정부를 자임할 수 없다.
민생의 전당이어야 할 국회가 또 다시 적폐로 전락했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고 있는 노동현실을 그대로 두고 그나마 오른 최저임금 효과마저 없애는 산입범위 확대가 관철된다면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소득주도성장은 레토릭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성패가 때이르게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민주노총은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5월 28일 총파업을 결정했고 한국노총도 같은 날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결정한다. 자칫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정안이 노정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금 당장 최저임금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개악안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최저임금 1만원은 시대 요구다. 산입범위 논란이 최저임금 1만원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국회가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소모적인 산입범위 논란을 조속한 시일 내에 종결짓고 2019년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 집중할 때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야합해 의결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입법개정안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양대노총과 최저임금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세력과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2018. 5. 25.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