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삼성을 무너뜨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쟁취를 환영한다.
2018년 4월 17일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서비스 외주하청업체 비정규 노동자 전원을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하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발표했다. 촛불항쟁 이후에도 요지부동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거부하며 한국 사회 슈퍼갑으로 군림해온 삼성자본이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수천건의 노조와해 공작 문건 때문에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노조와 합의한 것이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 재구속을 우려한데다 최악으로 나빠진 사회 여론을 무마하려는 저의가 빤히 보이긴 하지만 악질 무노조삼성의 몰락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무노조삼성에 민주노조를 안착시키는 것은 민주노조운동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한국 최대 대기업 집단인 삼성그룹을 바꾸지 않고선 세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촛불항쟁을 거치며 현실이 됐다. 무노조삼성이 무너짐으로써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와 평등사회 실현이란 노동운동의 염원이 한발짝 진전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됐다. 삼성왕국이라고 씁쓸하게 조소하던 지난 날의 자괴감을 떨치고 민주노조운동이 새로운 활력을 되찾는 중요한 전기가 된 것도 의미가 크다.
“삼성이 바뀌어야 한국 사회가 바뀐다”. 최종범 열사와 염호석 열사를 가슴에 묻고 피눈물 흘리며 삼성 자본의 불법부당노동행위와 노조 탄압에 맞서 끝내 승리를 쟁취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에버랜드를 비롯한 앞선 삼성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이 있었기에 무노조삼성을 허물어뜨린 2018년 4월이 가능했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규직 전환 후속 협의는 대단히 많은 쟁점이 잠복해 있는 현안이므로 사측이 식언하거나 농간을 부릴 수 없도록 노조가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취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온힘을 다해야 한다. 빙산의 일각만 드러난 노조탄압 문건 관련한 삼성 자본의 불법행위도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번 합의가 삼성자본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빌미가 돼선 안된다. 장기화된 삼성 직업병 문제와 전근대적인 3대 경영권 세습 문제도 이번 참에 해결해야 한다. 이후 지금까지의 투쟁성과를 바탕으로 삼성그룹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하나돼 폭발적인 노조 조직 확대를 이룰 때 비로소 노동자가 주인 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진짜사장재벌책임공동행동은 희망연대노조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중심으로 케이블방송통신 업계와 가전업계 AS-설치 수리기사들의 간접고용 철폐와 직접고용 정규직화 실현을 위해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모여 만든 연대기구다. 공동행동은 씨앤앰(현 딜라이브)에 이어 삼성전자서비스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쟁취하면서 투쟁으로 성과를 일궈가고 있음을 함께 기뻐하며 환영한다. 지금 떠올려도 참담한 세월호 참사 4주기 다음 날에 무노조삼성을 무너뜨린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쟁취는 불평등 양극화 한국사회가 갈망하던 희망의 봉화다. 그 봉화가 신호가 돼 전국의 1천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봉기가 잇따를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비정규직 철폐! 제대로 된 원청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쟁취!를 위해 공동행동은 삼성 노동자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18년 4월 18일
진짜사장재벌책임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