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일자리가 안녕합니까?
서울남부고용센터의 최저임금 위반 의심 일자리 알선을 규탄합니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는 빈부격차가 더욱 심각한 양극화 사회로 치달아왔습니다. 현재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일상적인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그 수가 무려 1천만명에 가까워 비정규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우리 가족과 이웃 중에 이미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에도 못미치는 임금을 받아야 하고 호칭에서부터 사내 복지와 4대 보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차별을 감내하면서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비정규직의 설움과 고통을 더 이상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순 없습니다.
다행히 최근 비정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넓어져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작년 서울시는 두차례에 걸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해 모범 사용자로서 지자체의 선도적인 역할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5년까지 공공 부문의 상시․지속 업무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화한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민간 부문의 10대 대기업 그룹 중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시행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최저임금 미달 일자리 등 노동인권의 사각지대도 줄어들지 않고 있어 각별한 관심과 대책이 절실합니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실질적인 현실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가까운 일터와 지역에서부터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세심한 점검과 개선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지역주민들과 사용주, 무엇보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올바른 인식 전환도 이뤄져야 합니다. 작년부터 우리가 비정규직 없는 영등포 만들기 지역사회 캠페인에 나선 까닭입니다.
‘비정규직 없는 영등포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된 영등포지역의 특성상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최우선 과제로 최저임금을 주목하고 법정최저임금 준수 및 적정 수준으로의 인상을 요구해왔습니다. 우선 현행 최저임금 4,860원이 지켜질 수 있도록 행정감독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영등포 지역이 최저임금 위반 제로 지대가 될 수 있도록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들이 각성하고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가 무려 200여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 양극화의 핵심 원인이 나쁜 일자리임이 다시 한 번 드러난 바 있습니다. 빈수레처럼 요란하지만 심각한 양상으로 심화돼온 최저임금 문제, 영등포에서부터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공동행동은 서울남부고용센터 채용정보를 대상으로 실제 새로운 취업 일자리가 어떤 양상인지 분석해 보았습니다.
공동행동이 서울남부고용센터 영등포지역 채용정보(5월 1일~21일)를 분석한 결과, 영등포지역 신규고용의 질이 대단히 심각함을 확인했습니다. 인력공급업체 모집공고가 주를 이루고 있어 고용불안이 구조화되어 있고, 월평균 200여시간의 장시간 노동과 142만원의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모집공고 28.9%가 콜상담원 및 텔레마케터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감정노동의 심각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건 33개 사업장의 모집인원 125명이 최저임금 위반이 의심된다는 것입니다. 모범사용자로 공익적 역할을 자임해야 마땅한 고용센터의 채용 과정에서 다수의 최저임금 위반 의심 사례가 드러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공동행동은 서울남부고용센터가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합당한 개선 방안을 낼 것을 촉구합니다.
공동행동은 영등포지역의 더 좋은 일자리 만들기 노력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캠페인도 벌여나갈 것입니다. 2013년 최저임금은 시급 4,860원으로 점심 한 끼 값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경제규모에 걸맞게 최소한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는 되어야 합니다. 적정 수준으로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양극화의 근본 요인인 임금 격차를 줄이고 제대로 된 사회 통합을 이뤄가야 합니다. 대통령이 직접 대표적인 최저임금 사각지대인 단시간 일자리 늘리기를 강조하고 나서서 우려가 큽니다. 적정 최저임금 인상과 법정 최저임금 준수가 전제되지 않는 단시간 일자리 늘리기는 반듯하긴커녕 나쁜 일자리를 정부가 앞장서서 양산하는 결과를 자초할 것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내년 최저임금은 전체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5,910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공동행동은 이후 영등포지역 법정최저임금 준수 및 2014년 최저임금 5,910원 인상 캠페인을 곳곳에서 벌여나갈 것입니다. 최저임금 문제 개선을 지렛대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는 정도만큼 우리 동네가 행복해진다는 믿음으로 최저임금 캠페인에 주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발표한 남부고용센터 채용정보 분석에 이어 조만간 영등포구청 산하 비정규직 실태를 파악해 시정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동행동은 영등포 지역주민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비정규직 없는 마을의 영역을 조금씩 더욱 넓혀나갈 것입니다.
2013년 6월 5일
비정규직 없는 영등포 만들기 공동행동
기자회견문(201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