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구청과 경찰은 대한문 분향소에 대한 폭력 만행을 즉각 중단하라
4월 4일 새벽, 서울중구청과 경찰이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예고조차 없이 폭력적으로 철거하였다. 압도적 다수의 폭력을 앞세운 농성물품 강탈과 무자비한 연행 등 중구청과 경찰의 철거 과정은 공권력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도 기대난망일 정도로 심각한 양상이었다. 철거가 시작된 당일 새벽 6시경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중구청과 경찰은 무려 7차례 이상의 침탈을 자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40명이 넘는 이들이 무차별 연행되었다. 화단 위에 올라가 있었다는 이유, 철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 화단 설치에 항의했다는 이유 등 연행 이유도 가관이다. 연행자들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구청과 경찰의 폭력은 멈출 줄 모른다. 대한문 농성촌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뻔한 속셈으로 뜬금없이 화단을 설치한다는 명목 아래 시민들의 왕래가 잦은 대한문 앞을 전쟁터로 만든 중구청과 경찰은 이제 어찌하려는가.
대한문 분향소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24분을 기리는 추모의 장소였고, 탄압받는 노동자들의 호소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쌍용차 문제에 공감하는 이들의 연대의 마음이 모인 곳이며, 무엇보다 제주 강정마을과 용산 철거민 등 이땅에서 가장 소외되고 배제된 민초들의 절규가 한데 모인 농성촌을 상징하는 해원과 다시 생명 살림의 소중한 제단이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환부인 이 곳을 먼저 치유하기는커녕 폭력으로 내처 짓밟은 중구청과 경찰의 몰상식한 발상은 이 사회 법과 질서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많은 이들의 죽음과 눈물과 분노와 한숨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분향소 자리를 그깟 화단으로 치장하려 들다니 참으로 이 나라 인권의 현주소가 부끄럽고 참담하다.
더욱이 이번 철거는 중구청이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왔던 참에 벌어진 일이다. 3월 말에 있었던 1차 철거 시도 이후 쌍용차지부와 중구청은 농성장 철거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 중이었으며, 철거작전이 시작되던 4월 4일 전에도 관련 회의를 하고 있었다. 협의를 마치기도 전에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때린 중구청의 처사는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하기 짝이 없다. 우리 비정규 노동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대한문 분향소에 대한 무도한 침탈과 탄압을 자행한 중구청과 경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당장 중구청과 경찰은 대한문 분향소 침탈 만행을 즉각 중단하고, 연행된 이들을 석방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말로 다 못할 심신의 상처를 입은 쌍용차 노동자들과 연대 단위들 모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다시 되새기건대 ‘국정조사’와 쌍차문제 해결은 대선시기 새누리당의 주요공약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누리당 소속인 최창식 중구청장이 저지른 쌍용차 분향소 철거 만행은 비단 중구청만의 책임이 아니다. 쌍용차 문제는 한국 사회가 최우선 해결해야 할 노동 의제로 일선 기초지자체장에게 맡겨둘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국민대통합’을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 공약이 식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무엇보다 더 이상 쌍용차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이대로 박근혜 정부가 이미 노동계를 중심으로 수차례 비판받았듯이 무노동․반노동 정책으로 임기를 시작할 심산이라면 이명박 정부와 무에 다를 것이 있는가. 최저 지지율만큼이나 더욱 힘겨운 국정 운영 속에 사회 통합의 전망은 더욱 암울해질 뿐이다. 쌍용차 분향소 철거와 관련한 박근혜 정부의 대처 여부가 진정 ‘국민대통합’을 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잠시 분향소가 있던 천막은 사라졌고 많은 이들이 연행되었지만, 이대로 대한문 분향소와 농성촌을 빼앗길 수는 없다. 우리 비정규 노동단체들은 쌍용차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해온 여러 시민사회 세력과 함께 대한문 분향소를 지켜내기 위해 함께 할 것이다. 천막을 철거한다면 다른 천막을 칠 것이며, 우리를 탄압하고 연행한다면 더 큰 투쟁과 연대로 대한문 분향소를 지켜낼 것이다.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이땅 노동인권의 보루를 끝내 지켜낼 것이다.
2013년 4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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