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은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침해를 즉각 시정하라!
지난 2월 13일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가 결성되었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원/하청 불공정 거래로 인해 불안정하고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서울/경기 지역 최대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주)씨앤앰의 22개 외주 업체에서 케이블 설치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용기 있는 행보에 타 케이블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높은 관심 속에 열띤 지지를 보내고 있다.
케이블방송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9시간, 주 52시간이 넘는다. 주5일 적용 사업장들임에도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초과 근무를 하느라 한 달에 불과 2~3일밖에 쉬지 못한다. 법정 휴게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며, 시간외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실정이다. 4대 보험 적용과 퇴직금 지급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인권 보장받아 가족에게 사랑받자"고 외치는 것은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에서 갖게 된 소박하고 인간적인 갈망이 얼마나 절실한지 그대로 보여준다.
현재 케이블방송 가입자가 1,491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케이블방송을 볼 수 있도록 시설을 설치하고 보수하는 노동자들은 정작 그 방송을 볼 수 있는 시간적, 심리적 여유조차 가질 수가 없다. 이제 가족과 단란한 한끼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 꿈인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예와도 같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노동착취 구조의 굴레를 벗어나 스스로 인간이자 노동자임을 선언하였다. 오랜 세월 시키면 시키는대로 주면 주는대로 굴종하며 일만 해온 노동자들의 힘찬 인간 선언을 뜨겁게 지지하며, 우리 지역 비정규 노동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먼저 우리는 고용노동부에 엄정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한다. 근로기준법은 최소한의 기준이다. 하루 빨리 법정근무시간 초과, 법정 시간외근로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및 휴가 미보장 등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시정조치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낡아 보이는 이 요구가 2013년 현재 케이블방송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는 것에 책임을 느끼고, 케이블방송 비정규 노동자들의 준법 요구에 즉각 응답해야 마땅하다.
다음으로 우리는 원청인 (주)씨엔앰과 22개 외주업체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며, 노사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요구한다.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경영의 주요한 파트너인 노동조합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1500여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숫자를 감안한다면, 원청인 씨앤앰 같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이 헌법에 정한 노동3권을 보장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의 모범을 창출하며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책임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케이블방송의 시청자이기도 한 지역주민 및 시민들께 호소드린다.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내해온 열악한 처지는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다. 방송은 공공성이 생명이므로, 비정한 먹이사슬의 최말단에서 이윤 추구의 희생양으로 홀대받아온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 개선과 해결 없이 좋은 방송을 기대할 수는 없다. 특히 현재 투기자본 속성이 강한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와 맥쿼리 코리아가 대주주인 씨앤앰에 대한 매각 협상이 진행중인데, 이 과정에서 케이블방송의 공공성과 비정규직 노동인권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시민들의 매서운 감시와 강력한 연대가 중요한 시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선 만큼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이들을 지키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삶의 질과 방송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찬 단결투쟁에 박수를 보내며, 이 정당하고 의로운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굳건한 동지애로 강고하게 연대할 것이다.
2013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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