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의 불법적인 초단기근로계약 반복갱신을 규탄하고 정부는 비정규 문제의 근본적 개선과 해결을 위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라
센터 성명 조회 수 2868 추천 수 0 2014.10.31 18:53:41<공동성명서>
중소기업중앙회의 불법적인 초단기근로계약 반복갱신을 규탄한다
정부는 비정규 문제의 근본적 개선과 해결을 위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라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 2014년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OECD 가입 16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한국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이동율이 1년 기준 11%, 3년 기준 22%에 불과해 꼴찌를 차지했다. 2014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 비정규직이 최초로 600만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이다. 누락된 비정규직을 감안하면 실제 숫자는 1천만명 내외로 추산된다. 비정규 공화국이란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극단적 양극화 시대에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이 위태롭기 그지없다.
이런 현실에서도 그나마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예외로 생각하는 것은, 적어도 무책임하게 내쳐지진 않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공공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간제로 근무한 권씨의 사례는 이마저도 환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한국 사회의 나쁜 일자리를 활용한 인건비 착취와 비정규 노동인권 침해는 한참 도를 넘어서 있다.
20대 여성 계약직 노동자 권씨는 2년 동안 무려 7번이나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무기계약 전환 의무가 발생하는 2년을 넘기지 않도록 계약기간 쪼개기를 공식 지침으로 각 부서에 하달했다. 입법 취지를 거스르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권씨의 고용 지위는 더욱 불안정해졌고, 성추행과 같은 부당한 일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퇴사도 만류당할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 받았지만, 결국 권씨는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고문 속에 성추행과 집단 따돌림으로 고통받다가 일방적 해고 통지까지 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2년이라는 고용기간은 노동계의 우려처럼 오히려 노동자의 고용지위와 노동권을 침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겠다는 고용노동부의 계획은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심화로 가장 큰 이득을 가져간 사용주들의 부당한 요구에 무릎꿇는 것과 진배없다.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기간만 연장될 뿐 정규직화 요건이 성숙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미 2009년 도입하려다 실패한 정책을 재탕으로 우려먹는 것밖에 안된다.
권씨는 유서를 통해 ‘노력하면 다 될 거라 생각해 최선을 다했으나, 아주 24개월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고 토로했다. 지금이라도 중소기업중앙회는 성추행과 집단 따돌림에 대한 진상조사와 관계자 처벌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고, 권씨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117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만큼 여성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과 함께 합당한 보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도 주무 부처로서 권씨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 조치가 부실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전락시키는 고용기간 연장 계획을 철회하고 비정규직을 줄이고 차별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공공부문의 모범적인 역할이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조건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원크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중소기업중앙회를 규탄하면서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중심으로 노동시장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양대 전제로서 이미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바 있다. 그리고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적정 인상, 원청사업주의 사용자성 인정 및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근로감독 강화 등 상호 연동돼 있는 핵심 정책 입법 대안들을 중심으로 개선 대책을 내놔야 한다. 지난 정부들의 비정규 고용 개선 대책은 유명무실한 결과로 귀결되곤 했다. 그 전철을 되밟을 필요는 없다. 정부는 제대로 된 비정규 개선 종합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중소기업중앙회 계약직 여성노동자와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4년 10월 31일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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